▲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왼쪽 네모의 사진은 흡연으로 생긴 폐기종. | ||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몸이 쉬이 지쳐 면역능력이 저하되어 여러 가지 질병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폐 질환에 관한 한, 담배의 영향은 독(毒)에 비할 만하다.
기침이 유난히 오래 가고 계단을 조금 오르기만 해도 금세 숨이 차는 흡연자라면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같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기관지가 좁아져 숨쉬기가 곤란해지는 폐쇄성 폐질환은 환자의 90% 정도가 흡연자로 조사돼 있다.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가는 사람은 25% 미만일 만큼 무시되기 일쑤지만, 악화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많이 들린다. 흡연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침이 유난히 오래 가고 계단을 조금 오르기만 해도 금세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폐기종 같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아닌지 의심해 보자.
기관지가 조금씩 좁아져 숨쉬기 곤란한 병으로, 환자들은 폐암보다 더 고통스럽다고까지 말해진다. 환자의 90%가 흡연자일 정도로 흡연은 명확한 주범이다. 흔히 기침이 자주 나오고 숨이 차는 초기 증상이 나타나도 담배를 피워서 그러려니 넘기거나 감기, 천식 정도로 알고 방치하다 폐 기능이 악화되면 대책이 없다.
심해지면 걷기도 힘들 만큼 숨이 차고, 겨울철 찬바람 등으로 호흡기가 자극을 받으면 갑자기 기도가 막혀 호흡이 곤란한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전 세계인의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의하면 매년 약 2백74만 명이 COPD로 사망하고 있다. WHO는 20년 후쯤 COPD가 세계인의 3대 사망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사망 원인 가운데 COPD의 비중이 그보단 낮지만(7위), 45세 이상 남성의 12% 정도가 앓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전국 45세 이상 남녀 1천6백여 명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를 통해 COPD 유병률을 분석한 한 결과, 남자의 12%, 여자의 4%가 각각 COPD 환자로 진단됐다고 한다. 남성 12%는 세계의 평균 유병률 9.34%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이의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병이 있나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높은 흡연율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노인층에서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증가추세인 청소년, 여성 흡연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똑같이 흡연을 해도 COPD에 걸릴 가능성은 여자가 6.6배로 남자의 4.4배보다 훨씬 높다.
폐쇄성폐질환의 높은 유병루률과 증가추세에 반해 이 질환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는 “조기 발견해 금연 등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면 심한 장애로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 자체를 모르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COPD (추정)환자 중 25%만이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았고, 이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4%에 불과할 정도라고 한다.
또 치료를 위해서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서 폐기능이 다시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날 때만 약물을 흡입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는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등이 있다. 증상이나 치료방법 등이 비슷하다. 가래와 기침, 호흡곤란이 대표적인 증상.
보통 가래를 동반하는 기침이 1년에 3개월 이상 2년 계속되면 만성 기관지염이 의심된다. 폐에 공기주머니가 만들어지는 폐기종이 있으면 폐포가 터져서 없어지고 이로 인해 폐기능이 감소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기종 발병률이 25배나 된다. 담배를 20~30년씩 피운 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호흡으로 들이마신 흡기를 최대한 내쉴 때의 공기량이 폐활량이다. 젊고 체격이 클수록 폐활량이 크다. 20대 중반부터 매년 20㏄씩 줄어드는데, 흡연자는 훨씬 더 많은 50㏄까지 감소한다. 기관지염 등 폐질환이 있으면 폐활량이 더 쉽게 떨어진다.
175cm의 키에 중간 체격인 남성의 평균 폐활량은 3.5ℓ. 숨차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폐활량이 이미 1.5ℓ 이하로 줄어들었을 수 있다. 0.8ℓ 이하로 줄면 혼자 세수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게 된다.
COPD의 가장 확실한 원인은 흡연. 담배 연기가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반복적으로 염증을 만들고, 이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흡연기간이 길수록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30년 이상 흡연한 경우 70%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40세 이상의 흡연자는 매년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최근 담배를 오랫동안, 많이 피운 사람일수록 피로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흡연이 피로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유해산소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 외의 원인으로는 실내외의 공기오염, 먼지나 자극성 가스에 노출되는 직업, 만성 호흡기 감염(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폐결핵으로 생기는 대상성 폐기종), 알레르기성 자극, 유전적 원인 등이 있다.
증상이 유사한 기관지 천식은 기도가 잠깐 좁아졌다가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COPD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금씩 더 좁아진다. 계속 방치해서 이미 기도가 폐쇄되거나 폐포가 파괴된 것은 돌이킬 수 없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가 되었다면 폐 기능은 정상인의 70%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심한 경우 정상인의 20∼30%만 기능하기도 한다. 이때는 호흡기뿐 아니라 전신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력이 약해지고 골다공증, 성욕 성기능 저하, 인지능력 장애 등 합병증도 나타난다.
하지만 조기 발견하여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면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점차 완화시킬 수 있다.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처럼 만성폐쇄성폐질환도 완치가 아니라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하게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예방하는 데는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주 증상인 기침이 80% 정도는 좋아진다. 폐기능의 악화속도도 현저하게 늦춰진다. 하지만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아무리 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다.
양방 약물치료에서는 기관지 확장제, 항염제를 주로 쓰고 증상에 따라 항생제, 거담제를 쓴다. 드물게는 폐기종이 커서 폐를 압박하는 경우 기종 제거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적은 폐활량으로 호흡을 최대한 편하게 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매일 10분 정도씩 3∼4차례 걷거나 입술을 오므리는 숨쉬기를 통해 산소 이용능력과 운동능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주면 좋다. 숨이 차다고 활동을 하지 않기 시작하면 호흡 근육이 더 약해지고 폐기능도 떨어진다. 운동으로 폐활량이 많이 증가하지는 않더라도 숨찬 증상이나 쌕쌕거림은 줄어든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만드는 직업이나 주거환경 등을 피하고 방취제, 방향제, 살충제 등의 사용을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만을 줄이고, 반대로 과소체중이라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렴 예방접종도 받도록 한다.
한방에서는 체질적인 특성을 진단한 뒤에 주로 폐장(호흡기계), 비장(소화기계), 신장(내분비계)에 관한 한약을 처방한다. 이와 함께 세 가지 장부에 관련된 경락에 침을 놓아 치료효과를 기대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체질의학센터 이의주 교수,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