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심’을 잡아야 ‘천하’를 얻는다
▲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특강에 참석한 숙명여대 학생들이 카메라폰으로 박 대표를 찍고 있다. | ||
UCC란 용어는 최근 생긴 것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에는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올린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 그런데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판에도 UCC의 바람이 거세다. UCC가 화제를 모으자 ‘UCC를 이용한 선거운동’에까지 그 개념이 확산된 것이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자는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유명 대선주자에 관한 각종 동영상 자료들은 네티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선거권이 있는 19~20세 세대들의 대선주자에 대한 호감도에 이와 같은 콘텐츠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는 이미 UCC전담팀을 가동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준비에 들어간 상황. 그중 가장 UCC 제작에 신경 쓰고 있는 곳은 이명박 전 시장 캠프다. 근래 큰 인기를 모은 UCC의 상당수도 이명박 전 시장에 관한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골목대장 명빡이’ 동영상. 인기 개그코너인 <개그콘서트>의 ‘골목대장 마빡이’를 패러디한 ‘골목대장 명빡이’는 이명박 전 시장의 팬이 직접 만들어 올린 것이었다고 한다. MB연대의 백두원 사무국장은 “‘골목대장 명빡이’를 만든 분은 이명박 전 시장을 진짜 좋아하는 회원이다. 웹 관련 회사에 다니는 분인데 이명박 전 시장의 열혈 팬이어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들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골목대장 명빡이’가 유행하자 여러 신문, 방송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도 들어왔지만 실명이 공개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단지 ‘이쁜 아줌마’라는 아이디로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명박 전 시장 측에서는 주로 팬클럽 ‘MB연대’를 통해 UCC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20~30여 개의 UCC가 만들어져 팬클럽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이중에는 ‘골목대장 명빡이’ 외에도 ‘꼭짓점 댄스’ ‘무조건’과 같이 팬클럽 상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일반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올린 것들도 많다. 백두원 사무국장은 “MB 연대 홈페이지에 있는 UCC 중에는 회원이 만든 것들 외에도 자원봉사자들이나 MB의 열성팬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제작한 것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MB연대는 UCC 4탄 ‘백두산은 우리땅(마법사 명프)’를 제작해 UCC를 통한 홍보에 가속도을 더하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 간달프를 ‘명달프’로 바꾸어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백두원 사무국장은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백두산은 우리땅’임을 주장했듯이 나쁜 세력과 싸우고 애국심을 가진 지도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MB연대 측은 UCC 제작을 위해 이명박 전 시장의 일정에도 종종 동참하고 있다. 행사 일정이 있을 때 직접 동행하며 동영상과 스틸사진을 촬영해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 그동안의 UCC가 기존에 있던 자료들을 재편집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UCC를 위한 별도의 동영상 촬영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캠프 자체적으로도 UCC를 통한 홍보에 남다른 공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공식 홈페이지인 ‘MB플라자’에는 각종 스틸 사진과 동영상 자료들이 올라와 있어 팬들은 이를 활용해 얼마든지 UCC를 제작할 수 있다. UCC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캠프 자체적으로도 UCC를 염두에 둔 스틸사진이나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 ‘골목대장 명빡이’ 역시 이 공식 홈페이지에 있던 자료를 ‘소스’로 해 재편집한 것이었다. 이명박 캠프의 미디어 담당 김상욱 비서관은 “3월경에 공식 홈페이지를 UCC를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다. 네티즌들이 와서 놀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명박 전 시장이 화장품을 바르는 모습을 활용한 ‘골목대장 명빡이’,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이와 함께 3월에 별도의 정책 사이트를 새로이 만들어 UCC를 통한 공략에 한발 앞서겠다는 각오다. 김 비서관은 “이명박 전 시장도 평소 UCC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 중요 정책 사안들에 대해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넷심’을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인 ‘호박넷’을 이용한 네티즌들과의 교류에 공을 들여온 박 전 대표 측 캠프에서도 더 나아가 UCC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의 ‘호박넷’ 사이트에 UCC용 게시판을 추가해 자체적으로 재미있는 동영상을 게재하고 있는 상황.
최근 ‘골목대장 명빡이’와 함께 인기를 모은 ‘피아노 치는 근혜공주’ 동영상 역시 ‘호박넷’에서 먼저 큰 인기를 모은 것이었다. 이밖에 박 전 대표가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과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호박넷’에는 박 전 대표가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 여러 동영상과 스틸사진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대다수는 팬들이 직접 제작해서 올려놓은 것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인터넷 실력이 뛰어난 박근혜 전 대표는 미니홈피 관리도 혼자서 할 정도다. UCC에 관해서도 누구보다 앞선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들을 올려두어 팬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단아한 미모를 갖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젊은 시절 모습들은 그 사진 한 컷만으로도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가져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앞으로 UCC 제작을 위한 자료제공에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기존의 동영상 외에도 추가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평소 일정을 수행하는 모습들을 게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동영상 전담팀을 만들어 네티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신경 쓰겠다는 계획이다.
손학규 전 지사 또한 적극적인 UCC 전략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 동안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공개해 큰 홍보효과를 누렸던 손 전 지사 캠프는 앞으로도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손 전 지사의 일정에는 동영상과 사진 촬영 자원봉사자가 직접 동행하고 있다. ‘UCC 전담팀’을 이미 가동하고 있는 셈.
▲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선주자들의 UCC 동영상. 모두 팬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들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피아노 연주, 물구나무 서기, 팔굽혀 펴기 모습. 아래는 손학규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당시 모습을 이용한 ‘민심체조’.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 | ||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이호진 씨 역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자원봉사자다. 이 씨는 손학규 전 지사의 일을 돕기 전부터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손학규 갤러리’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 씨가 올린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 동영상을 본 손학규 캠프 측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연락했던 것. 이 씨는 “요즘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바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골목대장 명빡이’ ‘피아노 치는 근혜 공주’와 함께 인기를 모았던 손 전 지사의 ‘민심체조’는 대선주자 UCC 분야의 원조격이다. 이 ‘민심체조’ 역시 이호진 씨가 이미 지난해 9월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민심대장정에 동행했던 이 씨는 손학규 전 지사의 몸동작 중 반복되는 몇 가지를 모아 ‘민심체조’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제작했고 이것이 뒤늦게 인기를 모으게 된 것. 알고 보니 이 씨는 월드컵 직전 전국을 강타했던 ‘꼭짓점 댄스’ 동영상을 처음 제작한 ‘유명인’이다. 이 씨는 “꼭짓점 댄스 동영상이 폭발적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UCC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손학규 전 지사 본인 또한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UCC에 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얼마 전 UCC 전문업체 ‘판도라 TV’에서 새로이 채널을 개설해 대선주자들에게 각자의 채널을 부여해 주는 행사를 마련했는데 손 전 지사는 이 자리에 직접 참석했다. 또한 지난 1월 23일 여의도에서 열린 ‘UCC를 활용한 대통령 선거 전략 설명회’에도 손 전 시자는 직접 참석해 ‘UCC를 통한 선거운동의 정당성’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밖에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전 의장 등 여권의 대권후보들도 UCC를 통한 홍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홈페이지에 마련된 ‘DIY 방송국’ 코너에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으며,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UCC 홍보에 힘을 더하고 있다. 김근태 전 의장 또한 홈페이지에 동영상 등 자료를 제공해 팬들의 UCC 제작을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