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로 가슴 총상 처치? 소가 웃겠네
육군군수사령부가 지난해 흉부패드를 새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흉처치용이 아닌 일반 반창고로 분류된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흉부패드란 흉부에 총상 혹은 관통상을 입었을 때 야전에서 호흡보조를 위해 사용(기흉처치)되는 제품이다. 흉부에 총상을 입은 병사를 그대로 두면 폐가 수축해 사망할 수 있는데 흉부패드를 통해 공기 유입을 막아주는 원리다.
미국 등 선진국 군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사들에게 전투 시 흉부패드를 지참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용법도 훈련시킨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A 사가 납품한 흉부패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초기부터 군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군수사가 불량 흉부패드를 도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응급 상황 시 우리 군 장병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군수사 측은 반창고로 분류된 제품을 납품받은 이유에 대해 “전문의료장비 및 의약외품 품목분류상 기흉처치용 용도는 당시 우리나라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당 제품을 반창고로 분류한 것뿐”이라며 “성능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대부분 군수업체들은 이후 흉부패드를 수입하면서 기흉처치용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군수사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사가 아닌 다른 군수업체들은 납품된 제품이 실제로 기흉처치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검증해보고 싶다며 제품 공개를 군수사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군수사 측은 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명조차 공개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군수사 측은 제품명을 공개해달라는 본지의 요청 역시 거절했다.
결국 <일요신문>은 이 제품을 수입한 업체를 통해 제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군수사에 납품된 것은 CWS6(Combat wound seal)란 제품이었다.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니 군용으로 사용되긴 하지만 일반 레저 활동에서 발생하는 상처에도 사용하는 제품이었다.
설명서에 표시된 효능효과는 일반적인 반창고와 매우 유사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설명서에 이 제품을 기흉처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FTS라는 제품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CWS6 자체는 기흉처치용 제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CWS6를 수입한 업체 관계자도 이 제품은 총상 등 응급외상용이라고 설명했다.
군수사 측은 흉부에 총상 혹은 관통상을 입었을 때를 가정한 흉부패드를 도입하면서 정작 FTS는 따로 납품받지 않았다. 군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하면 이 제품을 흉부 총상부위에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흉부 총상용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FTS라는 제품엔 밸브가 달려 있다. 팔이나 다리 등의 부위에 총상을 입었을 때와는 다르게 흉부에 총상을 입었을 경우엔 이송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공기와 피를 빼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흉부패드는 치료 또는 병원 이송과정에서 공기와 피를 빼내줄 수 있는 장치가 따로 있다.
군수사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명서조차 확인하지 않고 이 제품을 납품받은 것이 된다. 납품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CWS6는 수입되면서 기흉처치용이 아닌 상처부위의 보호를 위한 제품, 즉 반창고로 허가를 받았는데 군이 기흉처치용으로 납품받아 사용할 경우 의료기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수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그동안 수도 없이 민원제기를 했는데 군수사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몰랐다면 왜 그동안 제품명조차 공개하지 않았겠나.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숨기려 한 것”이라며 “정말 몰랐다고 해도 그동안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제기를 해온 만큼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아주 악질적인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군수사가 최근 도입한 지혈거즈와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군수사가 향후 흉부패드와 지혈거즈 도입을 위해 사용할 예산은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혈 거즈는 일반 거즈와는 달리 지혈제가 포함되어 있는 거즈다. 흉부패드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물품이다. 군수사는 지혈 거즈 입찰 공고를 내면서 제품의 제원을 명시했는데 크기와 재질, 성분 등이 특정업체 제품의 제원과 판박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군수업체의 한 관계자는 “크기와 재질, 성분 등을 딱 못 박아놓으니 다른 제품은 아예 입찰에 참여할 수조차 없는 구조가 됐다”며 “입찰공고는 요식행위일 뿐이고 사실상 특정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식으로 입찰공고를 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군수사 측은 “FTS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해서 도입하지 않았다. 어찌됐든 식약처에서는 CWS6을 ‘응급흉부외상패드’라는 명칭으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며 “지혈거즈는 당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20곳 정도에 달해서 역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군수업체 측은 “그럼 일반 병사들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제품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굳이 그 제품을 고집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주 궁색한 변명”이라며 “제품명은 ‘응급흉부외상패드’지만 흉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제품이다. 우리가 식약처에 문제제기를 해 추후 제품명에서 ‘흉부’라는 단어도 빼기로 했다. 군수사는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자 처음에는 성능에 차이는 없다고 했는데 그동안 거짓해명을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혈거즈와 관련한 해명에 대해서도 군수업체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20곳 정도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결국 선정된 것은 특정업체 제품이었다. 제가 아는 한 전 세계 모든 제품 중에서 군수사가 입찰공고한 제원과 딱 맞는 제품은 그 제품 단 하나”라며 “입찰에 100개 업체가 참여했더라도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 요식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군수사령부 흉부패드․지혈거즈 도입”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8월 7일자 사회면에 “육군 군수사령부 흉부패드․지혈거즈 군납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육군 군수사령부가 흉부 총상 및 기흉처치용 흉부패드로 부적합한 제품을 도입하고, 지혈거즈 입찰 공고 시 특정업체의 제품과 동일한 규격을 제시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군수사령부는 응급흉부외상패드는 총상 처치용이 아닌 호흡보조를 위한 응급조치 제품으로서 조달목적과 용도에 부합하는 제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혈거즈 입찰공고도 복수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진행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