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 스님이 한국불교를 떠날 것을 암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현각스님/연합뉴스 제공
[일요신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라는 옛말이 있다. 하버드대 출신 파란 눈의 미국인 현각 스님(52)이 “한국 불교를 떠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돈만 밝히는 한국 불교(절)를 떠나지만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위해 유럽이나 미국에서 계속 활동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각 스님은 27일 자신의 SNS에 “이번 해는 승려 생활을 한 지 25년째인데 주한 외국인 스님은 오로지 조계종의 장식품일 뿐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8월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해 화계사로 가서 은사 스님(숭산) 부도탑 참배, 지방 행사 참석, 그리고 이별 준비를 할 것이다”며 “환속은 안 하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각 스님은 “한국의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항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은 돈, 참 슬픈 일”이라고 적었다.
특히, 그는 “최근 2, 3년간 7∼9명의 외국인 승려가 환속했다”며, “나도 요새 내 유럽 상좌들에게 (조선시대에 어울리는 교육을 하는) 조계종 출가 생활을 절대로 권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현각 스님은 하버드대 대학원을 다니던 중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1991년 출가했다.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독일 뮌헨에서 불이선원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있으며, 외국인 승려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이번 현각 스님의 조계종 비판을 두고 한국 불교 전반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각 스님 스스로 한국 불교에 대한 개선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절이 싫어 떠나기 보다는 좋은 절을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조계종 등 한국 불교계가 자성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