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이상 기침하고 ‘쌕쌕’거리면 의심
▲ 폐활량을 통해 천식의 유무와 중증도를 검사하는 모습. 봄철 불청객인 황사, 꽃가루 등이 알레르기성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 ||
가장 쉽게 소아천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계속되는 기침. 얼핏 감기가 낫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침을 2주 이상 계속할 때는 천식일 수 있다. 염증 때문에 기도가 좁아지면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도 난다. 보통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운동할 때 기침과 천명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황사나 꽃가루 등으로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처음에 증상이 가벼울 때는 기침과 천명이 있어도 잘 놀고 잠도 잘 잔다. 하지만 심해지면 기침 때문에 밤에 잠을 깨고, 더 심하면 잠을 자기조차 어렵고 말하거나 먹을 때도 숨이 가쁜 상태가 된다. 아이들 표현을 빌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고통은 무거운 것으로 목을 조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감기 외에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과 가까이 있을 때, 또는 운동중이나 운동 후 ‘쌕쌕’거리며 숨을 짧게 쉬고 기침을 하며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해도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먼지가 많을 때, 강한 향수 냄새를 맡을 때, 아침 일찍 또는 밤늦게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도 위험신호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천식에 걸린 자녀가 있다면 심한 발작에 대비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호흡이 곤란해진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숨을 쉬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찰 때, 입 주위가 파랗게 되고 얼굴이 창백해질 때는 빨리 응급조치를 취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가족 중 천식 환자가 있다면 자녀의 천식 위험은 훨씬 높다. 부모의 어느 한쪽이 천식일 경우 발병 확률은 50%, 부모가 모두 천식이면 70%다.
이런 유전적 원인에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천식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성 천식의 주범은 주로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다. 귤이나 사과나무, 잎 넓은 화초 등에 사는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도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소아천식이 왜 문제가 될까? 우선 성인이 돼서도 계속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질병이기 때문이다. 성인 천식의 완치율은 10% 정도로, 약을 쓰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기관지 염증이 자주 재발해 평생 고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천식이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병이라는 사실이다. 흔히 천식을 ‘감기보다 좀더 심한 병’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천식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장기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며, 저절로 좋아질 것을 기대해서 방치하다 보면 나중에는 약을 먹어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난치성 천식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8만 명이 천식과 관련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4천 명 이상이 천식으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만 해도 천식의 국내 발병률은 3~4%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6~7세 어린이에서 13.3%나 발견될 정도로 급증했다. 성인보다 10세 이하의 소아와 65세 이상 노인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천식은 근치가 대체로 어렵지만 자주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대증요법들이 다양하게 발달돼 있다. 말하자면 ‘완치는 어렵지만 예방에 주의하고 증상을 잘 관리하는 것이 최선’인 셈.
어린이의 천식을 예방하려면 집이나 차안 등 실내에서는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 부모가 흡연을 할 경우 자녀가 천식에 걸리기 더 쉬우며, 흡연이 자녀의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천식인 아이 주위에서 부모가 담배를 피울 경우 간접흡연만으로도 천식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향수나 가스 니스 페인트 등 강한 냄새도 삼가야 한다.
아이가 복용하는 약이나 천식증상이 악화됐을 경우의 증상, 심한 천식발작이 있을 때의 대책도 알아두어야 한다. 아이에게도 혼자서 약을 흡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평소 천식의 위험요인을 피하도록 주의를 준다.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에게도 아이의 천식을 알려 체육시간 등에 배려를 부탁하는 게 좋다.
집안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나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호흡기가 약한 신생아나 영유아 때는 집먼지진드기를 잘 제거해줘야 알레르기성 천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천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도 기르지 않는 게 좋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통풍기를 사용해야 한다.
음식 중에서도 방부제와 식품첨가제가 들어가 있는 식품은 삼가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는 “음식이 상하고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막는 보존제로 쓰이는 아황산염이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아황산염은 말린 과일, 맥주, 과일 농축액, 감자요리, 새우요리 등에 많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땅콩 계란 우유 새우 꽃게 밀가루 메밀 돼지고기 닭고기와 일부 과일들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계란 흰자에는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성분이 있다. 장벽이 성숙되는 생후 9개월 이후에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 철분과 비타민이 많긴 하지만 노른자에도 역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
10~15% 정도가 보툴리늄균에 감염돼 있는 꿀도 장에서 유해물질을 만들 수 있어 1세 이전 영아에게는 먹이지 않는다. 얼굴이 붓고 숨을 잘 못 쉬는 쇼크에 빠질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의 천식 위험을 줄이려면 임신 시기부터 원인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미리 주의하는 게 좋다. 적어도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이고, 이유식은 좀 늦은 6개월 무렵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 서울대병원 내과 조상헌 교수,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