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고생한 날엔 족욕·스트레칭
▲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가 평발이 진행중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
발이 조금만 걸어도 쉬 피로하고 붓는 것은 물론 모양까지 변하기도 한다. 심하면 요통이나 허리디스크, 관절염 등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매일 아침, 무심코 신고 나가는 신발에 관심을 가져보자.
예를 들어 여름철에 자주 신는 샌들이나 슬리퍼는 발에 실리는 체중의 이동을 불안하게 만들어 발목을 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뾰족한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들에게는 발 앞쪽으로 압력이 쏠리므로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 많다. 또 자기도 모르게 몸무게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하다 보면 자칫 요통으로 고생하게 된다.
자기 발보다 지나치게 큰 잠수함 신발을 즐겨 신는 청소년이라면 굳은살이 생기거나 평발이 되기 쉽다. 통굽구두를 신고 뚜벅뚜벅 오래 걸어도 평발이 된다. 발목보호대가 없거나 지나치게 닳은 신발도 나쁘다.
보통 신발이든 기능성 신발이든 신발을 잘 고르려면 디자인이 세련되고 예뻐서 손이 가는 신발보다는 발에 편한 신발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신발을 신는 게 발에 편하고 무리가 없을까.
우선 양말을 신은 다음에 신발을 직접 신어보되, 반드시 양쪽을 다 신고 조금 걸어봐야 한다. 발이 약간 붓는 오후에 골라야 실패가 없다. 발가락이 조여 아프거나 발등을 압박하는 신발, 발뒤꿈치를 물거나 벗겨지는 신발, 밑창이 너무 얇지는 않은지, 발등이 잘 굽혀지는지, 통풍이 잘 되는 소재인지 꼼꼼히 본다. 천연 가죽소재가 무난하다. 깔창 중간부분에 아치지지대가 있고 통풍성과 흡수성, 보온성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는 “걸을 때는 체중의 20∼30%가 증가한 힘이 발에 실린다”며 “발의 부담을 줄이려면 굽은 3.5cm 이하인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크기는 발의 앞부분이나 옆부분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보통 발 크기보다 성인은 1.2cm, 청소년은 1.5cm 큰 신발을 선택하면 알맞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쪽 발이 다른 쪽보다 약간 크므로 큰 쪽의 발에 치수를 맞춘다. 신발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약간 조이는 신발을 선택하면 후회한다. 처음 신어도 편한 신발이 맞는 신발이다.
또 신발은 2~3개를 준비해 두고 교대로 신는 게 좋다. 땀에 젖거나 물이 들어간 신발은 축축한 상태로 신지 않고 잘 말려두었다 신는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문재호 교수에 따르면 하이힐을 신은 후에는 더운 물에 발을 담가 피로를 풀고 마시지를 해주면 좋다고 한다. 이때 발뿐만 아니라 허리 스트레칭을 함께 해줘야 한다.
허리스트레칭은 의자에 앉아 팔을 만세를 하는 자세로 올리고 서서히 머리와 목과 경추와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서 양다리 속으로 손을 내리며 허리를 구부렸다 다시 서서히 허리, 등, 목의 순서로 펴지도록 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아킬레스건이 짧아지므로 아킬레스건 스트레칭도 해야 한다. 벽에서 약 1m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벽을 향해 서서 팔굽혀펴기를 해주면 된다. 이때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몸을 일직선으로 세워서 팔굽혀펴기를 해야 스트레칭 효과가 크다.
슬리퍼나 뒤꿈치에 끈이 없는 샌들을 신으면 벗겨지지 않게 하려다 자기도 모르게 발목에 힘이 가고, 결국 발목이나 정강이가 아파온다. 이때는 정강이쪽 근육을 30초 정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좋다. 만약 조금만 오래 걸어도 발과 종아리, 무릎 등이 아프거나 발을 잘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 등의 병이 있다면 샌들을 신지 말아야 한다.
발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신발을 잘 고르는 것과 함께 평소 올바르게 걷는 자세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잘못된 보행자세로 차츰 발바닥이 평발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두 번째로 발바닥이 닿고 세 번째로 뒤꿈치와 앞꿈치가 떨어지는 3박자 내지 4박자 보행이 좋다. 정상적인 보행을 하면 신발 굽의 바깥쪽부터 닳는다.
또 양발은 15도 정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고, 양발의 간격은 5~10cm가 적당하다. 힙은 상하 좌우로 5cm 정도 흔들면서 리드미컬하게 걷는다. 이때 머리는 치켜 올리고 턱을 집어넣고 가슴을 펴고 배와 엉덩이에 힘을 준다.
신발 편안합니까 체크리스트
다음의 항목에 해당된다면 쨪표시를 해보자. 여러 개 해당될수록 발을 쉬 피로하게 만드는 나쁜 신발을 신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럴 때는 빨리 신발을 바꾸어 신는 게 좋다.
▲ 신발 굽이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 신발만 많이 닳는 등 불균형하게 닳는다.
▲ 굽의 높이가 3.5cm 이상이다.
▲ 신발깔창의 안쪽 중간부위에 볼록 나온 아치지지대가 없다.
▲ 신발이 발 크기에 딱 맞아 앞부분에 1.2~1.5cm 정도의 여유가 없다.
▲ 하이힐처럼 신발 앞쪽이 지나치게 뾰족해 발가락을 조이는 신발이다.
▲ 키를 커보이게 하고 싶어서 키높이 구두를 신는다.
▲ 신발의 굽이 통굽이다.
▲ 걸을 때 신발이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
▲ 신발을 신고 걸을 때 발뒤꿈치가 너무 잘 벗겨지거나 반대로 빡빡해서 잘 벗겨지지 않는다.
▲ 2~3가지를 교대로 신기보다는 신발 하나만 줄곧 신고 다니는 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