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스물네 번째
1~5번으로 나뉘어 있는 공식입장의 5번은 실명 보도 관련 내용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5. 각 언론사들께서는 보타바이오 주가조작 사건을 보도하심에 있어, 견미리 씨의 실명 보도를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5번 항목은 다시 가~다 항으로 나뉘어 있는데 ‘다 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보도 내용이 수사가 진행 중인 피의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피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신문 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으로 인하여 사후 정정보도나 반박보도 등의 조치에 의한 피해구제만으로는 사실상 충분한 명예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도 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피의자나 피해자 또는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피의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피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됩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일요신문 DB
굳이 견미리 측에서 강조하지 않아도 기사를 쓰는 기자 입장에서 당연한 내용이므로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글을 쓰기 시작해볼까 합니다. 기본적으로 아예 ‘견미리에겐 피의사실조차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칼럼이니 탤런트 K가 아닌 실명 견미리로 쓸 지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이번에 문제가 된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보타바이오에 관한 사안을 살펴보겠습니다. 견미리의 소속사 위너스미디어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대호는 “탤런트 견미리 씨는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식회사 보타바이오에 투자한 대주주에 불과하고, 회사의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아니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으로 견미리가 뭔가 이익을 얻은 정황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대주주일 뿐 단 1주도 매각하지 않았으며 투자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하여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해오고 있다는 게 견미리 측의 설명입니다. 그 동안 주가가 등락을 거듭해 충분히 시세차익 실현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견미리는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입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변호사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견미리가 이번 사건으로 피의자가 돼 조사를 받고 사법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론 남편 이홍헌 씨는 이번 사안으로 구속돼 있으며 혐의 사실 가운데 일정부분은 무혐의를 다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씨 역시 구속돼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견미리 측의 공식 입장은 남편 이홍헌 씨와 관련된 내용에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글은 견미리와 관련된 내용이므로 이 씨의 이번 보타바이오 관련 언급은 최소화하려 합니다. 대략적인 개요만 밝히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보타바이오의 주가를 부풀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 4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유상증가 과정에서 홍콩계 자본이 투자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을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을 수사 중입니다.
문제는 견미리와 이 씨가 부부이자 보타바이오의 대주주와 사내이사의 관계였다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대중의 관심사는 견미리는 이 씨의 허위 공시를 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과정을 전혀 몰랐는가 하는 부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견미리 측은 “자신의 과실 없이 오히려 대주주라는 이유 또는 그 남편이 구속되었다는 이유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부부가 같은 회사에 대주주와 사내이사로 있으며 대주주인 견미리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도모해 왔지만(견미리 측의 주장) 남편 이 씨는 허위 공시로 주가를 부양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검찰이 수사 중인 혐의점) 얘기가 됩니다. 아직 이 씨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얘기만 놓고 보면 한 이불 덮고 사는 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정반대의 목적으로 일을 해왔다는 얘기가 됩니다.
일요신문 DB
안타까운 부분은 2009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불거졌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사건은 코스닥상장기업 코어비트와 의류업체 상장사 ‘로이’를 인수해 탄생한 FBC투웰브 관련 내용입니다.
당시 이 씨는 의료바이오산업 투자에 쓸 것처럼 허위 공시해 유상증자를 했으며 그 대금으로 투자 대신 부채를 갚았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결국 1심에서 이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2심에서 횡령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상증가 과정에서 견미리와 태진아 등도 유상증자를 받았으며 견미리 역시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견미리는 무혐의가 확실했습니다. 유상증자를 받은 주식이 9배가량 폭등하며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1년의 보호예수기간이 있어 1년 동안은 아무리 주가가 폭등해도 차익실현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역시 “견미리와 태진아는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보호예수기간이 있는 만큼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2009년 FBC투웰브 사건과 2016년 보타바이오 사건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선 견미리의 남편 이 씨는 두 번 모두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며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습니다. 견미리는 두 번 모두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FBC투웰브 당시에는 보호예수기간이 설정돼 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보타바이오 사건에선 주신을 단 1주도 매각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 모두 동료 연예인들이 연루됐습니다. FBC투웰브 사건에선 당시 소속사 대표이던 태진아가, 보타바이오 사건에선 딸 이유비(1억 원), 배우 이순재(1억 원), 김지훈(5000만 원) 등이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 내용은 아이디엔이라는 업체가 ‘보타바이오로 사명을 바꾸며 바이오사업 진출로 재도약을 준비 유명인들이 대거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이순재는 추후 전속모델로 직접 아이디엔의 바이오사업 홍보대사로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이순재는 전속모델이 돼 현재 보타바이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보타바이오 홈페이지
이 씨는 홍콩계 자본이 투자한다는 등 호재성 내용을 허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견미리 이순재 이유비 김지훈 등 유명인들이 대거 투자를 결정했다는 공시 내용은 분명 허위가 아닙니다. 실제 이들이 유상증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유명인들의 대거 투자라는 공시가 주가를 부양하는 데 미친 영향은 전혀 없었을까요. FBC투웰브 사건 당시에도 견미리와 태진아의 유상증자 참여가 주가 폭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두 건의 이 씨 관련 사건에서 견미리는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기지 않아 법적으론 아무런 혐의도 없습니다. 다만 견미리의 투자 사실과 이로 인한 견미리의 주식 대박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었다는 정황을 놓고 볼 때 도의적인 측면에서 볼 땐 어느 정도의 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제이유 파문도 있다. 견미리와 남편 이 씨는 제이유에 깊이 관련된 인물들이었습니다. 견미리는 루비 등급, 남편 이 씨는 사파이어 등급으로 이는 상당히 높은 등급입니다. 견미리는 제이유 그룹 제휴 가맹점인 청담동의 스킨케어 숍 ‘미리美’를 운영했으며 이 씨는 화장품을 제조해 제이유에 납품했습니다. 견미리는 제이유 공식 행사에서 직접 사회를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견미리 부부는 제이유 파문으로 인해 3억~4억 원 가량을 손해봤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제이유 피해자로 분류됐습니다. 당시 제이유와 연루돼 손해를 본 연예인은 이들 말도고 여럿 더 있었습니다. 다만 대부분 등급이 낮고 손해액도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견미리 부부가 제이유와 관련해 자주 언급된 까닭은 등급이 매우 높고 매우 적극적으로 제이유 관련 사업에 관여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견미리 부부는 지난 10년 사이 유사수신·다단계 사건과 두 건의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됐습니다. 기본적으로 견미리는 세 건 모두 피해자입니다. 제이유 파문에서 수억 원을 날린 피해자가 됐으며 두 건의 주가조작사건에선 결국 주가가 폭락해 투자 대비 손해를 봤거나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모두 법적으로 피해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반면 남편 이 씨는 제이유 사건에선 피해자지만 한 건의 주가조작사건에선 피의자로 결국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만기 출소했으며 이번에도 피의자로 구속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견미리는 세 번이나 경제범죄에 연루돼 삼진 아웃이 될 뻔 했지만 세 번 모두 피해자였음이 드러나 낫아웃 상태가 됐습니다. 반면 남편 이 씨는 세 건 가운데 한 번은 피해자, 또 한 번은 실형, 그리고 이번엔 피의자로 구속돼 있는 상황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