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정말 간이 부었군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못하다.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여성의 3배 이상으로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편이다. 당뇨나 고혈압 간질환 등의 성인병이 주범으로 특히 간질환은 우리나라 40대 남성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한다.
▲지방간=특히 기름진 음식이나 술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 비만·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이유 없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오른쪽 윗배가 아플 때 지방간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간에 중성지방이 지나치게 많아져 간이 비대해지고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지방간. 의학적으로는 간 속의 지방비율이 5%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심한 경우 50%까지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는 “비만인의 경우 15% 정도가 지방간이라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고지혈증·당뇨 외에 지방간을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은 술이다.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에 약 1백60g이 최고치다.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면 지방간을 포함한 각종 간질환에 걸리기 쉬운 만큼 절주해야 한다. 맥주로는 약 2천㏄, 소주 3백20cc(보통 1잔이 50cc), 양주 2백cc(1잔 30cc)에 해당하는 양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어떤 술을 마시느냐에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느냐와 얼마나 자주 오랜 기간 마셨느냐가 영향을 미친다.
지방간이 되면 왜 위험할까. 지방간이 있으면 지방이 간에만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혈관에도 쌓여 고지혈증이 생기고,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생확률이 높아진다. 또 지방간이 오래되거나 정도가 심할 때는 드물게 지방간염, 간 섬유화를 거쳐 간혹 간경화 같은 심각한 질병이 될 수도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더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지방간은 비만이나 음주, 당뇨, 고지혈증 등 원인을 찾아 없애는 것만으로도 몇 개월 주의하면 쉽게 좋아진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우선 술부터 끊어야 하고 비알코올성 또는 초기 알코올성일 때는 금주와 함께 고지방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간염=국내에서는 특히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많은 것은 B형 바이러스로 보건복지부는 전 인구의 약 8%인 3백만 명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환자거나 보유자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0.2%, 일본 2.0%에 비해 크게 높은 비율이다.
B형 간염이 무서운 것은 만성화된 지 10년이 지나면 전체의 약 11%, 20년이 지나면 35% 정도가 간암에 걸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행돼 간경변, 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된 경우는 의외로 많다. “10명의 만성 간질환 환자 중 6~7명은 B형 간염이 원인이고, 1.5~2명은 C형 간염, 나머지 1~2명이 알코올이나 비만성, 자가면역성 간염 때문”이라는 것이 강남경희한방병원 내상센터 윤성우 교수의 설명이다.
참고로 B형 간염은 악수나 포옹 같은 일상적인 신체접촉이나 음식을 같이 먹는 것만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수혈 등 혈액을 통해서만 전염되며, 드물게 면도기 칫솔을 같이 쓰거나 성생활을 통해 전염되기도 한다. 하지만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이 가능하며 간염 환자라도 당뇨병, 고혈압처럼 초기부터 관리를 하면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간경변=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성 간질환으로는 B형·C형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술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이 흔하다. 드물게는 유전 질환, 자가면역성 질환 등이 있다. 만성 간염이 있는 모든 환자에서 간경변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의 환자에서만 간경변이 온다. 간염이 심할수록 그리고 오래 지속될수록 간경변이 올 가능성이 높다. 만성 간염 환자의 약 23% 정도가 10년 내에 간경변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간경변이 생기는 요인으로는 음주량, 음주횟수, 타고난 체질 등이 있으며, 영양 상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과음을 자주 그리고 습관적으로 할수록 간경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암=간에 아무런 질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생기지 않지만,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과 같은 만성 간질환이 있다면 요주의 대상이다. 간암 환자의 80~90%가량이 B형 혹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중 80% 이상이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는 과도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변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상당히 진행되어야 증상이 나타나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간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잘 받아야 한다.
▲음주=과음으로 인해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갈증이 날 때는 칡차나 칡즙이 좋고 쑥차도 권할 만하다. 인진쑥은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 황달이나 간염 등 간질환 치료에도 이용된다. 인삼차나 생강차 유자차 녹차 등도 좋다. 녹차는 카페인의 중추신경 흥분작용과 비타민 C의 상승효과로 간의 알코올 분해효소의 활성을 높여준다.
탈수현상이 일어날 때는 묽은 죽을 조금 짭짤하게 간해서 먹는 것이 좋다. 귤이나 사과 감 등의 과일이나 과일주스에 들어있는 과당은 알코올의 체내 분해속도를 촉진한다. 당분과 수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꿀물도 숙취 예방에 좋다.
▲운동=이미 간이 나쁠 때는 쉬 피로해지므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윤성우 교수는 “하지만 지방간이라면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잘 먹고 잘 쉬기만 해서 체중이 더 늘거나 혈당, 지질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지방간이 더 심해진다”고 조언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에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빨리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주로 하되, 최대 운동능력의 40% 강도로 20∼40분 정도가 적당하다. 증상에 따라 1주에 3∼4회, 3개월 이상 실시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비만으로 생긴 지방간은 체지방, 특히 내장의 지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므로 운동을 한 시간 이상 오래 하도록 한다.
▲식생활=평소 균형 잡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칡꽃(갈화), 말린 귤껍질 등을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질환에 도움이 된다. 녹차가루를 요구르트에 섞어 마시거나 등 푸른 생선, 모과차, 오미자차 등도 간 기능 강화에 좋은 식품이다.
이런 증상 있으면 간을 다시 보자
1.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없다
2. 감기가 쉽게 낫지 않으면서 미열이 있다.
3. 갑자기 성욕이 감퇴한다.
4.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5. 남성인데 유방이 커진다.
6. 손바닥이 붉어지거나 가렵다.
7. 눈의 흰자위 부분이나 구강점막, 피부가 노랗고 가렵다.
8. 가슴과 목에 거미와 같은 붉은 색의 작은 점이 생긴다.
9. 소변의 횟수와 분량이 적어지고 체중이 는다.
10. 출혈이 자주 발생하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익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 내상센터 윤성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