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정책을 펴지 않고 김영란법이 경제위기를 촉발한다고 여기는 것은 경제위기의 덤터기를 씌워 법의 시행을 반대하는 것밖에 안 된다. 더군다나 김영란법을 시행해도 그동안 사용했던 접대성 소비자금이 허공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고가의 음식제공이나 선물은 감소해도 중저가 음식제공이나 선물은 증가한다. 더 나아가 연간 10조 원이 넘는 기업의 접대비 등의 청탁비용이 임금상승을 통해 국민소득으로 환류하면 소비여력이 증가한다.
중요한 사실은 김영란법이 부패를 방지하고 지하경제를 해소하여 경제가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기구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27위로 하위권이다. 부패 정도가 높으면 대부분의 거래가 부정, 비리, 불법 등에 의해 이루어져 경제가 불건전한 성장을 한다. 특히 권력과 자본이 결탁하는 정경유착 비리가 만연하여 경제력 집중과 소득양극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계층 간 갈등과 사회혼란을 유발한다. 그러면 나라 발전이 근본적인 힘을 잃는다.
이런 견지에서 김영란법은 어떤 대가를 치러도 도입이 불가피한 시대적 과제다. 지난 달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청렴도를 경제협력기구 국가의 평균수준로만 높여도 연간 경제성장률이 0.65%나 오른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양적으로도 성장률이 높아진다.
김영란법은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의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부패도 심각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수직적인 하청관계가 많다. 중소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대기업 기업주나 임직원에게 갖가지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은 물론 원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고 생존을 해도 납품가 후려치기, 대금지급 지연 등의 부당행위를 당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고용주와 종업원, 건물주와 세입자, 대출자와 차입자, 상사와 부하 등의 사이에 갑을 관계가 흔하다. 김영란법을 민간부문으로 확대 적용하여 불공정 관행과 비리를 차단하는 것도 절실하다.
끝으로 어떤 법이건 부작용이 없는 법은 없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공직자의 직무태만과 복지부동, 파파라치의 과잉감시와 협박, 사정당국의 표적수사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방지 예외조항이 있어 악용의 소지가 크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는 법의 개정을 다음달 시행 이전에 서둘러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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