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마 건강법>, <나는 풀 먹는 한의사다> 등의 책을 쓴 손영기 한의사는 휴대폰도 없고 운전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는 그를 보고 사람들은 ‘별난 한의사’라고들 부른다.
방학이 되면 한의대에서 특강 요청이 종종 들어온다. 바쁘다는 이유로 거의 거절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핑계다. 일찍 진료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향하니 크게 바쁠 까닭이 없다. 그럼에도 강의를 사양하는 것은 진료 시간 이외에는 무조건 쉰다는 나만의 원칙 때문이다. 미리 자료를 준비해서 한번 강의를 하려면 적어도 이틀 이상은 쉴 수가 없다.
건강을 지키는 데 올바른 식생활도 좋고, 운동도 바람직하지만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에게는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로 앞에는 장사가 없으니 아무리 훌륭한 보약도 휴식보다는 못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은 휴식 시간마저 일 생각으로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음의 몇 가지 원칙을 정해 휴식을 취한다.
1. 진료를 마치면 바로 집으로 간다.
2. 한의원 문제를 집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3. 집에서는 머리 쓰는 일을 하지 않는다.
4. 손님 접대는 집에서 하지 않는다.
5. 집에서의 전화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한다.
6. 12시 이전에 취침한다.
이런 원칙대로 매일 오후 5시에 진료를 마치고 집에 가면 휴식을 취한다. 퇴근 후에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휴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부분 술을 마시게 되는 만큼 진정한 휴식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철저한 휴식을 취하려면 어느 정도 사교적인 모임도 포기해야 한다.
내가 진료 이외의 사회생활, 모임을 포기하고 다소 유별나다 싶을 만큼 철저한 휴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료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해야만 환자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채식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