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몸을 많이 움직이고, 혈압 등 건강 수치 매일 기록, 건강식 후 충분한 휴식 필수
[일요신문] ‘당신의 심장은 실제 나이보다 더 빨리 늙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의 심장은 항상 신체의 다른 부위와 같은 속도로 나이를 먹지는 않는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껴도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들이 심장에 몇 년의 나이를 더하고 있을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심장은 실제 나이보다 4년, 남성의 심장은 7년 정도 더 빨리 노화될 수 있다. 근래 들어 50세 미만의 젊은층에서 ‘부정맥돌연사증후군’ 즉, ‘돌연 심장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심장 나이’를 결정짓는 요인들로는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 같은 수치뿐만 아니라 일상 습관과 주변 환경 등이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심장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짊어져 왔는지, 그리고 현재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심장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혹은 급격한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생활 습관들로는 무엇이 있을까.
당신의 ‘심장 시계’를 되돌려라. 최근 50세 미만의 젊은층에서 ‘부정맥돌연사증후군’ 즉, ‘돌연 심장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심장은 자동차 엔진과 같다. 겉모습은 아무리 새것처럼 보여도 그동안 주행한 거리와 어떤 연료를 사용했는지가 진짜 엔진의 상태를 결정짓는다.
심혈관 건강관리 플랫폼인 ‘헬로하트’에 따르면, 심장은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질 경우 더 빨리 늙으며, 그 부담은 우리가 평소 무심코 행하는 일상적인 습관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가령 심장을 더 힘들게 일하게 만드는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기술 발달과 재택근무로 인해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운동 부족,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나쁜 식습관, 심장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방해하는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호르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폐경 전에는 에스트로겐이 심장을 보호해주지만, 폐경 이후에는 그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위험도가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중년에는 자신의 건강 수치를 면밀히 살피고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몸 상태가 괜찮다고 해서 심장까지 괜찮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심장이 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본인은 아주 건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초기 당뇨 같은 질환은 수년 동안 조용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인지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건강 수치를 알고 작은 변화들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심장 시계’를 늦출 수 있다.
‘심장 시계’를 되돌리는 세 가지 간단한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 속에서 몸을 더 많이 움직인다. 꼭 거창한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하루에 단 20분이라도 몸을 더 움직이는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예를 들면 △계단 몇 번 오르내리기 △스탠딩 책상 사용하기 △하루 일과를 마친 후 20분 산책하거나, 혹은 점심시간에 걷기 등이다.
‘심장 시계’를 되돌리는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건강 수치를 기록하는 습관이다. 고혈압은 심장 노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혈압은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도 없다는 점을 기억하라. 건강앱을 사용해 매일 혈압을 기록하고, 단발성 수치가 아닌 장기적인 변화 패턴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염증과 싸우기도 하고, 반대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장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은 과일이나 채소, 자연식품 많이 먹기, 가공된 간식 및 소금 섭취 줄이기 등이 있다. 또한 매일 약 7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이 쉬어야 심장도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식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경우,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펌프질하지 못하는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난 50년간 약 세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심장마비를 포함한 전체 심장질환 사망률은 3분의 2 가까이 급감했지만, 심부전 같은 만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오늘날 전체 사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이 비율이 단 9%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감자칩 같은 초가공식품이 치명적인 심장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간 운동 장려, 금연 캠페인, 심장 건강 검진 개선 등 공중 보건 조치들을 홍보한 결과 심장질환으로 인한 전반적인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만과 나쁜 식습관이 심부전 발병률을 높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이는 50세 미만 젊은 성인층에서 사망률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감자칩이나 사탕처럼 지방, 당분, 첨가물이 가득한 식품이 치명적인 심장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식단에서 초가공식품(UPF)을 퇴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가공식품이란,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착색료, 감미료, 보존제 등이 첨가된 식품을 통칭한다. 즉석식품, 아이스크림, 토마토 케첩, 탄산음료 등이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으로 꼽히며, 이런 식품들은 영양가는 거의 없으면서 칼로리는 높은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아시아 2025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매일 초가공식품을 100g(감자칩 약 두 봉지 분량)만 추가로 섭취해도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질환 위험이 5.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10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에서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40~66% 더 높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다만, 단순 가공식품은 다르다. 단순 가공식품은 맛을 강화하거나 오래 보관하기 위해 일부 조정된 음식으로, 가공육, 치즈, 갓 구운 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완치가 어려운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극심한 호흡 곤란과 피로감이 있다. 심부전은 동맥 경화,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촉발되지만 거의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정적인 요인은 비만이다. 체내 장기 주변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심장을 손상시키는 염증성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1970~2022년 사이 25세 이상 미국 성인의 심장질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그 결과 연구진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이 이 기간 54%에서 29%로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심부전, 부정맥, 고혈압성 심장질환, 지속적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은 각각 146%, 106%, 450%, 106% 증가했다. 이들 질환은 2022년 전체 심장질환 사망의 47%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지난 50년 동안 급증한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잘못된 식습관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를 공동 진행한 라타 팔라니아판 교수는 “심장마비 사망률은 90% 감소했지만 심장질환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튼튼하고 건강한 심장을 유지한 채 나이가 들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예방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층의 ‘부정맥돌연사증후군’과 주요 전조 증상
가슴통증·호흡곤란 있다면 요주의
지난해 미국 벨헤이븐대학의 전도유망한 육상 선수였던 나탈리 블랙(19)이 세단뛰기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잠든 상태에서 숨져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인은 부정맥돌연사증후군(SADS)이었다. SADS는 겉보기에는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심정지로 사망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원인은 대개 심장질환으로 추정된다.
나탈리 블랙이 세단뛰기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잠든 상태에서 숨져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진=벨헤이븐대학 인스타그램그런가 하면 패션 전공 학생이던 영국의 포피 이글(20) 역시 반려견 산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온 직후 갑자기 쓰러졌고, 그렇게 영영 세상을 떠났다. 평소 지병은 없었으며, 이 경우에도 역시 사인은 SADS였다.
유명 축구선수들 가운데서도 경기 도중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우루과이 축구선수 후안 이스키에르도는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쓰러진 뒤 결국 병원에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발생한 심장 부정맥이었다. 덴마크 축구선수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경우에는 유로 2020 경기 중 갑자기 발생한 심장마비로 실신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원인은 심장 리듬을 교란시키는 심실세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건강하고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고 여겨졌던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치명적인 심장 사고를 겪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실제 영국심장재단(BHF)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매년 약 500명이 SADS로 사망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스웨덴에서 발생한 1~36세 젊은층의 돌연 심장사 903건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는 SADS가 전체 사례 가운데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는 남성이었으며, 평균 사망 연령은 불과 23세였다.
그렇다면 혹시 SADS를 사전에 알아챌 수 있는 전조 증상은 없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사례의 약 절반은 사망 전 이미 몇몇 증상을 경험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심계항진, 실신, 메스꺼움 및 구토, 혹은 근육통이나 발열 같은 감염 증상이다. 또한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은 심정지의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메일온라인’은 영국에서 40세 이하 젊은층의 심장마비 치료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이후 흡연률 감소, 의료 기술 발달, 치료법 혁신 덕분에 줄어들던 심장질환 사망은 최근 비만, 당뇨, 고혈압 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시 반등하는 추세다. 영국의 경우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정맥돌연사 위험 낮추는 ‘커피의 마법’
블랙으로 하루 한두 잔 ‘보약’
하루 한두 잔의 블랙커피가 심장 건강을 위한 뜻밖의 ‘보약’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스턴 터프츠대학교 연구진이 20세 이상 성인 4만 6332명을 대상으로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이 훨씬 건강하고 사망 위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영양학자인 팡팡 장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가운데 하나인 커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 잔의 블랙커피는 심혈관 질환 사망을 포함한 전체 사망 위험을 16% 감소시킨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블랙커피나 설탕 및 포화지방(우유, 크림)이 적게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14% 감소했다. 특히 하루 한 잔의 블랙커피는 심혈관 질환 사망을 포함한 전체 사망 위험을 1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하루 두세 잔을 마실 경우에는 위험이 17% 더 낮아졌다. 다만 하루 네 잔 이상을 마실 경우에는 오히려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믹스 커피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커피 자체보다 첨가물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심장을 지키는 것은 커피 속 성분이지 곁들이는 감미료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물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가 심박수를 높여 오히려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참가자들이 직접 섭취량을 기록했다는 점, 그리고 원두 로스팅 방식이나 추출법까지는 세밀하게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