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달력은 태양력도 태음력도 아니다. 이러한 달력들도 계절의 흐름과 어느 정도는 일치하고 있지만, 농사나 어업과 같이 계절과 기후에 민감한 일을 하는 데에는 꽤 불편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 계절의 흐름과 일치하는 역법이 바로 전통 절기력이다.
서양의 태양력은 1년을 정확히 12달로 나누고, 동양의 태음력은 이 12달 외에 주기적으로 윤달을 추가하여 1년을 나눈다. 이에 비해 절기력은 1년을 입춘으로부터 시작하여 소한 대한에 이르기까지 24번의 절기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절기들은 일반적인 양력 음력의 날자에 비해 계절이나 기후변화와의 상관성이 훨씬 높고 정확하여 놀라울 정도다.
우리 조상들이 절기력을 사용한 것은 수천 년 전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황제 신농씨에 의해 농사법이 시작되던 때부터 절기력의 개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지금과 같은 절기측정법이 처음 제안된 것은 1천3백여 년 전 중국 수나라 때라고 한다. 태양이 최대한 남하하는 순간을 ‘동지’로 하여 봄이 시작되는 기산점으로 삼고, 이후 15도씩 북상할 때마다 한 절기씩 바뀌어 해가 가장 북쪽에서 떠오르는 하지를 기점으로 다시 짧아지는 것을 절기력은 정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땅에 귀신들이 없어 무슨 일을 하든 ‘동티’날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집을 고치거나 새로 짓거나 이사하는 등 중요한 변화가 필요한 일들을 모두 이 기간에 몰아서 해치운다. 놀랍게도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제주에 등장하고 있는 최근의 현대식 아파트들조차 입주일을 신구간에 맞춰 진행하지 않으면 분양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는 설을 지낸 지 딱 한 주일 만에 입춘이 들어왔다. 양력을 위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아직도 ‘춘삼월’이 되어야 봄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대자연은 이미 봄을 시작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인 인체 또한 그러하다. 아무리 게으름을 부려도 스멀스멀 몸속을 흘러 다니는 봄기운, 희망의 기운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일년 어느 때보다도 하초에 밀려드는 새로운 기운이 힘 있게 느껴질 시기다. 건강을 새롭게 챙기기에도 좋은 기회다.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남성의 샘,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도 크게 바람직하다.
대화당한의원 02-557-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