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제 쓰면서 담배 피우면 ‘위험’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각종 금연보조제(위). 아래는 구로구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이동금연클리닉. | ||
한 개비, 두 개비 피우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니코틴에 중독돼 있다 보니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 되어버린 담배. 세계보건기구도 담배를 이미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보자. 금연에 성공한 이들을 보면 그야말로 독하게, 단번에 성공한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도 “금연을 다시 시도할 경우 성공률이 더 높아지고 3~4회째 성공률이 가장 높다”며 “금연에 여러 번 실패했더라도 ‘금연 실패는 곧 금연 성공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도해보라”고 권한다. 담배와의 결별을 도와주는 각종 금연 보조제나 금연침, 약물 등으로 성공률을 보다 높일 수 있다.
23년간이나 피워왔지만 담배를 최근에 싹 끊은 고황석씨(43·서울시 고척동). 주변에서는 다들 매일 15개비 정도 피우던 담배를 끊은 비결이 뭐냐고 묻곤 한다. 여러 번 금연에 실패한 그가 이번에 성공한 것은 구로구보건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금연클리닉 덕분이다.
보통 처음 금연을 시도할 때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금연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한두 차례 금연에 실패했다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고씨처럼 금연클리닉이나 단체, 병원 등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사실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작년부터 전국 2백46개 보건소에서 무료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금연상담 후에 금연패치나 껌 등의 금연보조제, 약물요법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을 도와준다. 금연기간 동안의 식이요법, 운동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전화로 금연에 성공할 때까지 중간 중간 과정을 체크해 준다.
서울시 구로구보건소의 경우 하루 40~50여 명이 찾고 있을 정도로 이용자들이 많은데, 성공률(결심일로부터 6개월 동안 금연을 유지한 경우)도 42.4%로 높은 편이다.
니코틴 수치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금단증상을 줄이는 데는 시판되는 금연 보조제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니코틴 패치나 껌 외에도 사탕, 치약 등의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등장했다.
한국화이자제약에서 내놓은 ‘니코레트’는 껌과 패치형이 있다. 껌은 1개에는 니코틴 2㎎이 들어 있어서 담배 생각이 나거나 금단증상이 있을 때 30분 정도 씹으면 된다. 보통 흡연량에 따라 하루에 4∼12개 정도를 씹으면 된다. 패치형은 처음에는 15㎎짜리를 하루 1장씩 8주 동안 붙인 다음 10㎎짜리를 2∼3주, 5㎎짜리를 2∼3주 동안 붙이는 식으로 니코틴 의존도를 점점 줄이는 방법이다.
팔에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형 제품인 대웅제약의 ‘니코스탑’의 경우 하루에 필요한 니코틴의 양을 유지시켜 흡연 욕구를 줄여주는 제품이다. 하루에 10개비 미만으로 피우던 사람은 ‘니코스탑-10’을, 10∼20개비 정도 피웠다면 ‘니코스탑-20’을 이용하면 된다. 대웅제약에서는 금연 캔디인 ‘니코스탑 트로키’도 내놓았다. 1∼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8∼12개 정도 천천히 녹여 먹으면 된다.
오스모스코리아의 치약형 금연 보조제인 ‘니코덴트’는 하루 2∼3회 양치질만으로 금연을 도와준다. 니코덴트 안에 든 복합 에센스 향으로 인해 담배냄새가 불쾌해진다.
이런 금연보조제들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등이 있거나 임신, 수유중인 여성은 의사와 상의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니코틴 성분이 들어간 보조제를 사용하면서 담배를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운다면 니코틴 흡수량이 평소보다 더 많아지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손중천 교수의 조언이다.
‘담배를 끊는 약’으로 처방되는 부프로피온은 흡연욕구를 줄여주는 약물이다. 원래는 항우울제인데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은 약물로는 유일하게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항우울제와 금연보조제로 동시에 허가를 받았다.
껌이나 패치 같은 금연보조제보다 성공률이 더 높은 편이다. 금연 시작 1~2주 전부터 부프로피온을 복용하기 시작해서 6~12주 정도 복용하면 된다. 다만 부작용이 있으므로 청소년이나 임신, 수유중인 여성은 사용해서는 안 되고 예전에 뇌 손상으로 의식을 상실하거나 알코올 중독자,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수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한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받을 수 있는 금연침도 금연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금연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 3~4일 정도 효과가 지속되는 작은 압정 모양의 일회용 침을 귀에 놓는 방법으로, 시술한 다음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수시로 눌러주어야 한다. 1주일에 2회 정도 맞는다.
하나한방병원 최서영 병원장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어 흡연욕구가 줄어들고 담배 맛 자체가 역겨워지거나 아무 맛이 없어지게 된다. 또 금단현상으로 찾아오는 불안, 초조 등의 증상도 줄어든다”고 금연침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금연침과 비슷한 효과를 보는 방법으로는 이쑤시개나 볼펜 끝으로 수시로 귀를 눌러주거나 침 대신 잡곡밥에 넣는 조를 테이프로 붙인 다음 수시로 눌러주는 방법도 있다.
금연에 실패했다하더라도 담배와 멀리하려고 시도한 기간만큼은 건강상의 이득이 있으니 낙심할 일만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금연에 성공할 수가 있지 않을까.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구로구보건소 금연클리닉,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 하나한방병원 최서형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