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금 챙기기는 ‘열심’이면서 학생 안전은 ‘뒷전(?)’
퇴직 앞두고 ‘문제될라’···교육청·학교, 비리 의혹 교장 감싸기만 ‘급급’
[일요신문] 충암고 급식비리 등 여전히 학교내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강릉의 한 중학교에서 교장과 학부모들이 ‘학생 안전’을 볼모로 갈등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리일선을 관리 감독해야 할 학교장이 업체 선정에 개입해 이득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쌈짓돈’마저 챙기는 등 비리에 직접 관여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갈등 중인 학부모들은 비리의혹이 제기된 교장이 퇴직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말 바꾸기로 시간을 끌며, 책임만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되풀이되는 학교비리, 퇴직을 앞둔 교장 비리 여부를 두고 전반적인 조사가 시급하다는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달 초 강릉 A중학교 학부모들은 이달 말 퇴직을 앞둔 교장이 학생들을 위한 체육시설에 대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 입증이 안 된 제품으로 교체하려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이 체육시설은 A중학교 배구단의 훈련용품으로 학부모들과 감독은 안전상의 이유로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교장 등 학교 측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중단된 상태다.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해당 훈련용품인 지주대 등 중국산의 위험성이 지적되었던 사항인 만큼 학생 안전을 위해 중국산이 아닌 일본산으로 대신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학교 측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산 지주대가 부러지는 등의 사고로 선수가 크게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더욱이 훈련용품 예산은 학부모들이 수차례 시의원 등을 직접 만나 요청하는 등 학교발전을 위해 강릉시의회에서 준 기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교장과 학교 측은 비싼 배구공 등 운영비 운운하며, 이 기금을 학교 마음대로 사용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학부모들은 A중학교 배구부 훈련용품 구입 과정에서 비정상적 제품 구입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배구부 훈련용품 구입비 2,000만원이 확보되자 훈련에 필요한 지주와 지주커버, 네트, 안테나, 측정자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달 5일 공개 입찰을 벌였다. 당시 강릉 2개 업체, 포항 1개 업체가 경쟁을 벌여 가장 낮은 단가인 1,200만원을 제시한 강릉의 업체가 선정됐다. 학부모들이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중국산 의혹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중국산이 아닌 일본산 정품으로 수입신고필증과 제품 확인서가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당초 공개입찰이었다는 학교 측의 발언과 다르게 이달 3일 학교 홈페이지에 배구용품 구입 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등록되어 있었으며,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잠시 공개했던 수입신고필증과 제품 확인서는 날짜와 제품번호 등의 세부사항이 일치하지도 않는다며 조작의혹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애초에 배구용품이 중국산이나 재고품의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올려 낙찰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배구용품 등을)정상 절차를 통해 구입했다. 관련 자료가 사실과 다르지 않다. 학부모들과 배구부감독이 교장과 학교 측을 흠집내기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학교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같은 시설을 싼 가격으로 구입한 뒤 나머지 차액으로 배구공 등 운영비로 사용하면 좋은 것이 아니냐. 운영비 등 배구단 운영의 애로가 있다”며, 설명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학교가 떳떳하게 배구용품 의혹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의혹을 해소해주면 된다”면서 “정식 수입품을 입증하는 서류 일체를 제시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훈련용품을 반품하고 입찰을 통해 업체를 새로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교장은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에도 업체 변경이나 용품 교체를 하지 않는 것일까. 학부모들은 여기에 교장 비리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3~4년도 발전기금 결산자료 이후 15년도 결산자료가 학교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며, 배구부를 위한 각종 격려금을 받으면 교장이 이를 발전기금에 포함해야 하지만 제대로 처리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중학교 배구부 감독 등은 “A중학교가 강원도 대표로 전국소년체전을 나서는 등 강릉시뿐만이 아닌 강원도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며, “각계에서 격려금 등을 선수단에게 주었지만, 교장이 가져가 일부만 회식 등으로 사용했을 뿐 나머지 사용처는 모른다고 말했다. 통상 선수단의 사기진작으로 위해 전달되는 격려금 등은 감독과 선수단에게 사용되는 것이 관례며, 설사 이를 다른 용도로 유용하더라도 발전기금 등의 회계상 처리는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8월 2일 학부모들은 강릉시교육청을 방문해 위 문제들을 제기하고 감사 등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강릉시교육청은 “학교행정과의 서류상에 하자는 없다. 감사신청을 해도 학교에 가서 사실상 서류만 본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일요신문>의 수차례 취재에도 시교육청은 관계자 부재 등을 이유로 해명조차 없었다.
취재 중 한 학부모와 감독은 배구용품 납품 업체로부터 “학부모 사업장에 사람을 못 들어가게 해서 장사 못 하게 하겠다. 감독님 밤길 조심해라” 등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 대표는 강릉시생활체육회 간부로 이달 말인 학교장 정년퇴임 후 학부모들을 고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업체와 교장과의 관계를 학교 측에 알렸지만 학교 측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보다 오히려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기 바쁜 인상마저 받았다.
한편, 퇴직을 불과 2주가량 남은 A중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의 면담을 회피하다 이를 번복하고 갈등해결에 나서는 듯 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꾸고 학부모들 맘대로 해보라는 식으로 면담을 거부한 상태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은 이르면 18일 강릉시교육청에서 항의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교육개혁 방안을 외치는 정부의 노력에도 학교 내 비리가 남아 있다면, 학생들을 위한 예산은 비리 관련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뿐이다.
특히, 학교장은 학교 비리 및 갈등 근절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리와 책임이 있는 만큼 현장 비리 의혹과 관련된 교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 등 비리 척결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의 주인공은 교장도 학교, 학부모도 아닌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