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산에 다니는 심마니들은 입산 직전에는 부인과 잠자리도 같이 하지 않고 목욕재계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좋은 산삼 한 뿌리 캐기 위해, 최소한 산길에서 호환이나 추락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오기 위해서는 산신의 신령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인과 동침을 금한 까닭을 굳이 요즘 시각에서 보자면, 섹스로 인한 기력의 낭비를 무엇보다 우려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남성이 여자와 잠을 자면서 사정을 하게 되면 그 순간 일정량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에너지는 적어도 하루가 지나야 원상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최적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는 소모된 에너지를 완전히 보충한 이후가 될 것이다. 남성의 사정에 대하여 서양과학식으로 계량하면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빠져나갔는지를 따져서 우유 한 컵 고기 한 조각만으로 충분히 보충될 수 있다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음식 같은 재료는 체내에서 기(氣)로서 존재하는 에너지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성생활이 반드시 기력을 소모시켜 경기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섹스가 몸 안의 에너지를 활성화시키고, 기분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호르몬 등과 함께 컨디션을 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일부 의학자들의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고전을 보더라도 성생활은 사람의 몸을 활기차게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컨디션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태로 끌어올려 승리를 거둬야 하는 축구팀 감독들로서는 어떻게든 선수들의 성생활에 대하여 최선의 선택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객관적으로 공인된 최상의 결론은 없는 것 같다. 개최지에 부인 가족들까지 동반시켜 자유로운 성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감독이 있었는가 하면, 철저한 정신무장을 명분으로 내세워 부인이나 애인들과의 접촉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감독들도 있는 걸 보면.
동양 고전을 따르자면 섹스는 원칙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당장 힘을 써야 하는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절대로 사정해서는 안된다. 소녀경은 관계를 가지면서 한 번 사정을 참으면 기력이 강해지고 두 번 참으면 눈과 귀가 밝아지며 열 번을 참으면 신명에 이른다고 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자면 사정하지 않는 섹스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방중술에 익숙한 사람들의 얘기고 방중술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사정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경기 직전 사정을 하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경기 전 하루이틀쯤은 차라리 목욕재계하고 여색을 멀리하는 것이 기력을 지키는 방도가 되지 않을까.
대화당한의원·한국 밝은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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