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플래시 가격 악세, 파운드리 영향력 축소,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악재로…HBM4가 승부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크게 메모리 사업부, 파운드리 사업부, 시스템LSI 사업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메모리 사업부는 D램과 낸드 플래시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최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약 3010원)에서 지난 11월 1.35달러(약 1935원)로 35.7% 하락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세였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스마트폰, PC 등 IT 수요가 부진하면서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중국 업체들의 D램 저가 판매 공세와 공급 과잉도 D램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약 1075~1433원)에 판매하고 있다.
낸드 플래시 시장의 업황도 좋지 않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10월 3.07달러(약 4400원)에서 지난 11월 2.16달러(약 3095원)로 29.8% 하락했다. 현재 낸드 플래시 가격은 2015년 8월 통계 시작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은 4분기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제품 카테고리 계약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연말까지 전반적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낸드 플래시 업계 매출이 올해 3분기 대비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시장의 승부처는 차세대 고대역메모리인 HBM4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AI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AI에 활용되는 HBM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HBM4는 6세대 HBM이다. HBM4는 5세대 HBM인 ‘HBM3E’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과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영화 세종대학교 대우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격차는 5년 정도로 좁혀진 가운데 낸드 플래시는 거의 쫓아온 상황이라 구형 공정에서는 많은 이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HBM3E는 SK하이닉스에 완전히 뒤처졌기 때문에 2025년 하반기부터 양산되는 HBM4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올해 2분기 11.5%에서 올해 3분기 9.3%로 2.2%포인트(p) 하락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2.3%에서 64.9%로 2.6%p 상승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또 업계 3위인 중국 SMIC(중신궈지)의 시장점유율은 5.7%에서 6%로 0.3%p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는 것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악재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2월 2일(현지시각) HBM 제품,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 소프트웨어 도구 3종 등을 신규 대중국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HBM 확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만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분석가들은 삼성이 HBM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가동률 추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4분기에도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추가 제재는 중국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단기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2025년에 예상되는 범용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의 약세 규모가 기존 전망 대비 커지는 가운데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저가형 제품들의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CXMT의 영향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는 레거시(범용) 가격과 HBM 비중을 고려해 (삼성전자의) 실적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라며 “시장 수요에 맞춰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일부 레거시 제품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고 선단 공정(미래를 보고 개발하는 신규 공정) 전환 가속화, 스페셜티 공정 개발 등 사업 다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