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최대 규모, 완공 후에도 화물차 매일 1000대 오가…주민들 반발 속 화성시 물류시설 허용 뒷말
#물류센터에서 주택가까지 115m 거리
에프엔동탄제일차(주)는 유통3부지에 지하 6층~지상 20층에 총 높이 121m(지하층 포함), 연면적 63만㎡(약 19만 575평) 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암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에프엔동탄제일차(주)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쿠팡의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넘어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센터가 될 전망이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 연면적은 33만㎡(약 9만 9825평)다. 물류센터 부지는 동탄대로 인근에 있어 입지도 좋다는 평가다.
문제는 유통3부지 인근에 주택가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센터에서 주택가까지 거리는 약 115m, 아파트 밀집지역까지의 거리는 약 250m다. 다수의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도 위치해 있어 주민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건설 기간 내내 이어질 교통혼잡, 비산먼지, 소음, 진동 등을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건설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 후에는 매일 1000대가량의 대형 화물트럭이 오갈 전망이다.
유통3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아파트 주민은 “이 동네는 수백~수천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지어져 있기 때문에 못해도 인근의 수만 세대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아이들 통학과 안전사고 문제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진이 202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물류시설과 가까울수록 인근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기간(2012~2019년) 동안 물류시설로부터 250m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 가격은 7% 이상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준일 물류센터철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반적인 물류센터보다 몇 배나 더 큰 규모의 물류센터인 만큼 훨씬 심각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반경 1km 이내에 위치한 약 1만 세대의 아파트 가격이 10% 정도 하락한다고 추정하면 거의 7000억 원의 재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주민들한테는 날벼락인 셈"
사실 유통3부지에는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유통3부지는 당초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유통센터, 연구원, 전시장 등의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통3부지는 동탄2신도시의 집값 상승을 이끌 호재로도 주목 받았다. 그런데 화성시는 지난해 12월 유통3부지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창고와 물류터미널 입점을 허용했다.
에프엔동탄제일차(주)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해당 부지 면적에서 물류유통시설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63%다. 해당 63% 중 물류창고 비중이 58.2%다. 주민들이 기대했던 대형점포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화성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난 11월 6일 열린 동탄 권역 정책설명회에서 유통3부지 물류센터와 관련해 “유통3부지의 개발은 소유자의 재산권행사에 관한 문제이므로 행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면서도 “소유권자·시민·화성시청·한국토지주택공사(LH)·GH 5자간 협의체를 통해 주민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임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화성시는 중재의 뜻을 밝혔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기존 계획에 따라 유통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짐작하고 반대하지 않았던 주민들한테는 날벼락인 셈이다”라며 “내년 1월 1일로 화성시가 특례시로 승격하면서 도지사로부터 일반물류단지 지정 사무 관련 권한을 이양 받게 된다. 화성시장이 마음대로 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구교훈 회장은 이어 “도시계획시설이고 지구단위계획에도 반영이 된 것이라 사업자 입장에서는 화성시 조례나 물류센터 관련 법규들을 상당 부분 회피할 수 있다”라며 “다만 이미 초기 설계 단계와 상당한 괴리가 생겼는데 현실성 있게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빈 땅이 많은데 아파트 밀집 지역에 초거대 물류센터를 세운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일 위원장은 “주민들이 정부행정망에 비공개 상태로 제목만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 담당 공무원을 추궁한 끝에 비로소 세간에 알려졌다”며 “화성시는 ‘주민 공람’ 단계에서 알리려 했다고 밝혔는데 그건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된 상태에서 의견을 듣겠다는 거라 주민들이 분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물류유통단지가 들어올 수 있는 땅은 맞지만 화성시가 1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으면서 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게 작은 시설이면 모르겠는데 지금 짓겠다는 물류센터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도 국내 최대 규모다. 행정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