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검찰 수사 본격화되자 ‘전관’ 홍만표 거액 수임해 ‘무혐의’ 기사회생
- 구세주 홍만표 몰락후 3년 징역형 구형 불구 법원 ‘고령’ 등 이유 집유 선고
- 구속 면했지만 세 번째 집유 선고로 도덕성 치명타...CTS 회장직 ‘풍전등화’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7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감경철 회장(왼쪽)의 안내를 받으면서 주요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계 거물로 통하는 CTS기독교TV 감경철 회장이 또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감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벌써 세 번째 집행유예를 선고 받자 ‘불사조’ 의혹과 맞물려 교계의 도덕성 논란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감 회장 사건을 담당해 온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재판부는 18일 “감경철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동개발의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던 피고인이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으로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가할 수 있고,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 및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7억 9000만 원을 반환해 피해가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과 피고인이 73세의 고령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7월 14일 결심공판에서 “감 회장이 부인과 아들 명의 계좌로 급여를 가장한 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안동개발 자금을 횡령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감 회장은 이번에도 구속을 면하게 됐다.
감 회장은 지난 2008년 안동개발 자금 1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고, 2006년에도 특경법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감 회장이 비록 구속은 면했지만 횡령 등 비슷한 혐의로 세 번째 집유를 선고 받으면서 ‘불사조’ 의혹과 함께 도덕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감 회장 사건이 세인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계기는 홍만표 변호사 사건이 터지면서부터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은 급기야 ‘거물 전관’으로 통했던 홍만표 변호사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수사 검사 등에게 ‘구명·선처 로비’를 한 혐의로 지난 6월 2일 구속됐다. 또한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건 수임내역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신고 하는 방법 등으로 수임료 약 35억 원을 누락, 약 15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등 재계 유명 인사들의 사건을 ‘몰래 변론’한 의혹도 불거져 도덕적 상처를 입기도 했다.
감경철 회장 사건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일요신문>은 법조비리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5월 중순경 홍 변호사가 감 회장 측으로부터 거액의 선임료를 받은 사실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1년~12년 홍만표법률사무소 매출(수입수수료) 현황 문건’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2년 CTS으로부터 3억 원, 안동개발주식회사 6000만 원, (주)옥산레저 7000만 원, (주)조은닷컴 3000만 원 등 모두 4억 6000만 원을 수수한 것을 드러났다. 이들 회사들은 대부분 감 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자란 점에서 감 회장 측이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홍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홍 변호사가 감 회장 사건에 개입하면서 검찰 수사는 급제동이 걸렸고, 1년 넘게 해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2012년 11월 감 회장의 각종 비리 건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교계는 물론 법조계 주변에서도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지만 뒤늦게 홍 변호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확전됐다.
이처럼 각종 의혹에도 불사조처럼 실형을 면한 감 회장이었지만 홍 변호사가 구속되면서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 지난 6월 22일 김화경 목사가 서울역 광장에서 감 회장 사건 관련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이 지난해 10월 ‘안동개발 사건’과 관련한 진정 건에 대해 감 회장을 불구속 구공판으로 법원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감 회장은 검찰의 기소 이후 회장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감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구형하자 이번에는 감 회장도 구속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감 회장이 비슷한 유형(횡령 등)으로 두 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검찰이 3년 징역형을 구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원이 감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그는 또 다시 벼랑끝에서 살아났다. 검찰 측과 감 회장 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 회장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집행유예는 엄연한 조건부 유죄판결이고, 감 회장이 벌써 세 번째 집유를 선고 받았다는 점에서 교계는 적잖은 충격에 힙싸인 형국이다. 특히 CTS기독교TV는 1000만 교인들을 대변하는 ‘공익 방송’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감 회장의 도덕성 논란과 맞물린 회장직 거취 문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고진현 종교문화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