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자질 문제” vs “학교 비판 보복성”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 학교 정책을 비판해온 특정 교수를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산대학교 해운대캠퍼스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부구욱 총장이 몸담고 있는 영산대학교는 경남 양산과 부산 해운대에 캠퍼스를 둔 종합 사립대학교다. 영산대는 1973년 부 총장의 부모인 부봉환·박용숙 부부가 설립한 성심학원을 기반으로 한다. 1997년 산업대로 설립된 영산대는 2005년 일반대학으로 승격됐다. 부 총장은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법조계 생활을 마무리한 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의 부인 노찬용 이사장은 시어머니인 박용숙 설립자에 이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곳에서 교내 갈등이 번지고 있다.
영산대 법률학과에 재직 중인 류석준 교수는 지난 6월 9일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학교 측이 밝힌 불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강의계획서에 내용 없이 점만 찍는 등 전산시스템을 악용해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것, 둘째는 학사업무와 관련한 각종 단대 및 학과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학교 측은 임용계약서 6조에 의거한 교수로서의 자질부족(근태, 교육윤리, 품위, 교육자로서의 책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후 영산대 인사위원회는 류 교수에게 수차례에 걸쳐 인사위 참석 및 해명을 요구했지만 그는 이에 불응했다. 결국 영산대 인사위는 6월 30일 류 교수에 재임용 탈락을 최종 통보했다. 류 교수는 인사위 참석 및 해명 불응의 과정에서 의견서 제출을 통해 사립학교법에서 규정하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류 교수는 이 과정에서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류석준 교수는 교내 최대 교수단체인 교수협의회(교협)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여기에 그는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사교련) 법률대응팀장 겸 이사로 공익 활동을 펼쳐 왔다. 류 교수는 자신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 그간 부 총장과 학교 측의 입장에 반하는 공익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류 교수는 지난해 교수 재임용 기준을 강화하는 교내 인사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또한 사교련 임원으로서 여러 언론을 통해 사학연금 개정,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비판을 꾀해왔다. 특히 그는 부 총장이 추진했던 프라임사업(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2016년부터 3년간 총 6000억 원을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으로 대학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하다)에 대한 비판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류석준 교수는 “<대학신문>을 통해 프라임사업을 비판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영산대는 프라임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이와 관련해 올 초 이미 부 총장과의 면담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비록 학교 측은 프라임사업에서 탈락했지만 일부 학과 구조조정에 전혀 영향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큰 영향이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류 교수는 학교 측이 재임용 탈락의 이유로 주장하는 임용계약서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사립학교법 기존 판례에 의거한 객관적 기준이 결여된 강행규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류 교수는 교내 교원업적평가시행세칙에 따른 취득점수가 재임용 최저 기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학교가 제시한 객관적·정량적 재임용 기준을 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관적 규정을 빌어 학교 측이 자신의 재임용을 불허했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집단 갈등 및 법적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류 교수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교내 최대 교수단체 교협 측은 류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교내 인트라넷 및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항의문을 작성 및 공개했다. 이와 더불어 사교련 측 역시 교권 탄압을 이유로 영산대 측에 항의 질의서를 송신하는 등 집단행동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교협 측의 게시글에 대해 명예훼손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물론 양측 갈등 과정에서 중재와 합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8월 사이 양측은 류 교수의 책임 인정 및 사과와 재임용 탈락 철회 등의 일괄 타결에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지는 모양새였지만 재임용 조건을 두고 다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8월 11일 학교 측이 조건으로 제시한 재임용 계약조건이다. 본래 부교수 재임용 계약기간은 통상 6년인 데 반해 학교 측은 류 교수에 3+3 내지는 2+4 등의 중간평가 조건을 내밀었다. 여기에 학교 측은 류 교수 개인 명의의 사과문 게시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 연합뉴스
학교 측 입장은 단호하다. 영산대 측은 류 교수의 교권 탄압 등 주장에 대해 “학생들의 수업선택권과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며 “최근 5학기 동안 강의계획서에 점만 찍는 등 전산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다. 또한 학생 지도 윤리적인 측면도 부실했다. 교수직이 철밥통이란 인식이 있는데 지금 대학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경우는 전무후무한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동안의 비토 행위 및 교내외 단체 활동이 임용 탈락의 배경이라는 류 교수의 주장에 대해 “류 교수는 마치 자신이 교권 탄압의 피해자로서 프레임을 몰고 가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마치 학교가 교권 탄압 및 보복을 위해 재임용 심사를 활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류 교수 개인의 자질 문제”라고 덧붙였다.
통상계약과는 다른 중간평가를 제시한 재임용 계약 조건에 대해서도 영산대 측은 “통상 임용기간이 6년인 것은 맞으나 류 교수에 대해선 실제 성실하게 임하는지에 대한 중간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본인 스스로 중간평가 기간을 정하도록 했지만 본인이 거부했다”라고 반박했다.
부 총장 및 영산대 측의 비토 교수에 대한 보복성 조치냐, 아니면 일개 교수의 일탈에서 비롯된 정당한 조치냐를 두고 번진 양측의 갈등은 점차 교내를 넘어 교육계 전반으로 번질 양상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