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5년간 38.21조원, 연평균 7.64조원 세수효과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2008년 수준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과표구간 두 단계로 축소
올해 정기국회 세법심의에서 법인세 인상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법심의를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인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비례대표)이 2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박주현 국회의원(국민의당)
현행 법인세 과표구간은 2억원이하, 20억원 초과 ~ 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 등 세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10%, 20%, 22%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박주현 의원의 개정안은 세 구간으로 나누어진 과표구간을 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등 두 구간으로 줄이면서 2억원 초과구간의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법인세 감세, 투자·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아. “쓰지 않을 거면 돌려달라”
당초 법인세 체계는 과표구간 1억원 이하 12%, 1억원 초과 25%였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각각 10%와 22%로 인하된바 있다.
이같은 법인세율의 인하는 기업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고 정부의 세수입이 증가한다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추진되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정책은 기대와는 달리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채 기업의 사내유보금만을 증가시키고, 정부의 재정건전성만 악화시켰다.
2008년 309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16년에는 644.9조원으로 335.9조원 증가,
30대 재벌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2015년 말 753조 6,004억원으로 큰 폭 상승
따라서 2008년 법인세율 인하의 이유이자 조건이었던 투자와 고용증대가 전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부로서는 다시 법인세율을 2008년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개정법안에서는 과표구간 1억원을 2억원으로 상향하고, 과표구간 2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인하된 10%의 세율을 유지함으로써,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 혜택은 유지하고자 한다.
2014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된 전체 법인 31만1,446개 중 과세표준이 2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전체의 76%인 23만6,798개로, 개정안으로 인한 이들의 세부담 변화는 전혀 없다. 또한 과표가 2억원이 넘는 기업의 경우에도 2억원을 넘는 부분에 한해서만 현행 20%에서 25%세율의 적용을 받는 것이어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현재의 세부담에서 큰 변화가 없다.
5년간 38.21조원, 연평균 7.64조원 세수 증대 효과
정부는 2012년에 2억원 초과구간의 세율을 20%로 인하하고 2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에 대해 22%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다(多)구간 설정은, 각 단계마다의 세율을 낮춤으로써, 결국 가장 상위에 있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효과가 훨씬 커지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2008년 당시와 같이 구간을 2단계로 단순화함으로써, 법인세율 정상화에 따른 세수증대효과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박주현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간 38.21조원, 연평균 7.64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기업소득만 증가, 가계소득 정부소득은 감소
박주현 의원은 특히“현재 기업소득 비중이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소득 대비 법인세 비중은 12.9%(2015년 기준)로 OECD 평균 15.6%보다 낮은 상황”이므로 법인세율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 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기업소득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가계와 정부의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GNI에 대한 기업의 비중은 21.8%에서 2015년 24.6%로 늘어난 반면, 정부의 비중은 14.5%에서 13.4%로 감소했으며 가계의 비중 역시 63.7%에서 62.0%로 감소했다.
박주현 의원은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하고 기업소득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감세정책을 포기하고 기업에게 ‘쓰지 않을 거면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의원은 “조세∙ 재정의 양극화개선효과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9%으로 35%~48% 수준인 유럽국가들은 물론이고 보수적인 일본과 미국의 31%와 24%에 비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법인세율을 정상화하는 것이 조세의 양극화개선효과를 늘리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부양과 복지재원 확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국제기구들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유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내년도 지출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를 위한 세원 확충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은 더욱 의미가 있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