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기능성보다 유정란 안전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의 질병을 치료·예방하거나 또는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는 것이 항생제. 가축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먹이면 잔병이 적고 성장속도가 빠르다. 예를 들어 벌꿀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는 것은 양봉 과정에서 꿀벌이 세균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항생제를 먹이기 때문이다. 벌꿀 외에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나 생선, 달걀, 우유 등에도 항생제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축·수산업의 항생제 사용량은 연간 1500톤 정도.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의 1.2배 정도인 덴마크의 94톤, 2배인 일본의 1084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축산물 생산량이 무려 24배나 많은 미국도 항생제 사용량은 우리나라의 3.8배 정도에서 그치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은 양이다.
그렇다면 알게 모르게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는 식품을 먹으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희대 약학과 정성현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이 동물의 장에 오염되어 있다가 인체에 감염되면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아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알레르기 질환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혈액암 등을 일으키거나 임신부의 경우에는 태아의 골격발육 지연, 기형아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가축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에게 항생제 첨가 사료 사용을 인정하고 있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 식품을 피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유지방이 높은 우유보다 저지방 우유를 마신다. 단 자연적으로 유지방이 높은 저지(Jersey) 우유는 괜찮다.
발효과정을 거친 요구르트도 좋다. 발효과정에서 몸에 이로운 균들이 작용하는 발효식품에는 항생제를 넣지 않는다. 치즈, 와인 같은 발효식품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내성균에 의한 피해율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저온살균만으로 안전한 우유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사료나 사육환경 등이 양호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저온살균 우유를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달걀은 여러 가지 성분을 첨가한 기능성 달걀보다는 유정란이 좋다. 항생제나 착색제, 산란 촉진제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인지 확인한다.
△양식 어류보다는 자연산 어류를 먹는다. 양식 어류는 아무래도 양식을 하는 과정에서 항생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날것으로 먹는 회는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이 더 큰 만큼 생선에 병이 많은 6~10월에는 양식 어류로 만든 회를 주의해야 한다. “꽁치나 정어리, 가다랑어, 참치, 전어, 오징어, 조개류 등은 양식이 되지 않아 항생제 걱정이 없으면서도 양식 어류보다 값이 싸서 자주 먹으면 좋다”는 게 정성현 교수의 조언이다.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 채소, 과일에도 항생제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육류 역시 유기농 식품점에 가면 ‘무항생제’, ‘무합성항생제’인 제품 구입이 가능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