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의 딴살림…더 독한 ‘어버이’ 되나
관제데모 의혹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어버이연합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이종문 전 부회장이 신생보수단체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어버이연합이 전경련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관제데모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부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최근까지 어버이연합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던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어버이연합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대형 보훈단체의 안산지회 간부로 활동했으며 지난 2008년부터 어버이연합에서 활동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버이연합은 관제데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체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보수 인사들의 도움으로 종로구 이화동에 새 사무실을 얻고 활동 재개를 준비 중이다.
어버이연합이 곧 활동 재개를 예고한 가운데 어버이연합 운영진의 한 사람이었던 이 전 부회장이 따로 신생보수단체를 설립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전 부회장 측과 어버이연합이 완전히 갈라서게 된 것 아니냐는 내부 분열설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 측이 평소 추선희 사무총장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제데모 의혹을 계기로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전 부회장은 어버이연합 부회장과 경기 안산지부장을 겸임해왔다. 이 전 부회장이 어버이연합을 떠난다면 안산지부 회원들이 대거 이 전 부회장이 설립한 신생보수단체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에 따라서는 안산지부 회원들뿐만 아니라 기존 어버이연합 회원들까지 이 전 부회장이 만든 단체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엔 어버이연합이 둘로 나눠지며 세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전 부회장이 어버이연합과 갈라서면 어버이연합이 더 극단적인 단체로 변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어버이연합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는데 이 전 부회장이 어버이연합 운영에서 손을 떼면 추선희 사무총장을 비롯한 강경파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폭력 시위 등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어버이연합이 앞으로 더 과격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 전 부회장의 신생보수단체 설립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내년 대선 때 보수후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기존 어버이연합이 전면에 나서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경기 안산지부장을 겸임했던 이 전 부회장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안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버이연합을 해체한 후 기존 회원들이 그대로 새로운 단체를 만들 경우에는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어 기존 어버이연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단체를 만든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물론 이 전 부회장이 어버이연합에서 계속 활동하면서 어버이연합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단체를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자유통일희망연합이란 이름 그대로 통일에 대한 연구나 통일운동 등을 위한 단체일 가능성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로선 이 전 부회장이 어버이연합과 완전히 갈라선 것인지, 단체에 누가 참여하게 될 것인지 등 세부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전 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체 설립 여부는 부정하지 않았지만 관련한 모든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정확한 설립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이 전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보수단체에서 활동해왔던 인물인 만큼 어찌됐든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신생단체 설립과 관련해서는 이 전 부회장이 사무실 임대료 등을 어떻게 마련한 것이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을지로 3가역 주변에서 사무실을 얻었다면 아무리 작게 사무실을 차렸어도 보증금이나 월세가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전 부회장은 과거 개인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상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한때 한지붕 동거…끈끈한 밀월’ 어버이연합 언론사 운영 의혹 어버이연합이 자체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있는 <리얼팩트>라는 매체는 공교롭게도 사무실 주소가 과거 어버이연합의 주소지 바로 옆 사무실이다. 어버이연합은 이화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기 직전까지 종로구 쌍린빌딩 302호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해당 매체의 주소지는 쌍린빌딩 301호다. <리얼팩트>의 대표는 탈북자 지원단체인 비전코리아의 김미화 대표다. 비전코리아는 어버이연합의 자금 우회 통로로 의심받고 있는 단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의혹이 불거진 후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어버이연합 활동에 적극 개입해왔다. 홈페이지를 통해 파악한 <리얼팩트>의 기자 수는 5명 정도로 추정된다. 해당 매체의 기사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대표전화는 먹통이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