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당신, 봄나물 팍팍 무쳐봐
▲ 냉이와 같은 봄나물은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식으로 손색 없다. | ||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영 기운이 없을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 싶을 때는 더 열심히 먹으면 좋다. 영양제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각종 비타민, 미네랄의 보고인 봄나물의 영양과 효능, 그리고 제대로 먹는 법을 알아본다.
봄이 되면 잔뜩 움츠린 채 지냈던 겨울에 비해 활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따라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 특히 비타민이 많이 소모된다. 겨울에 비해 봄에는 3~10배 정도 많은 비타민이 필요하다.
신선한 봄나물에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각종 비타민은 물론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 그래서 춘곤증이나 나른한 피로감을 싸악~가시게 하고 감기,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봄나물 특유의 맛과 향은 뚝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또 봄나물은 많이 먹더라도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다이어트식으로 손색이 없다.
한방에서는 봄나물 하면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식품으로 본다. 율한의원 정주화 원장은“봄나물은 대부분 쓴맛이 나는데, 쓴맛은 심장과 관련이 깊다”며“봄나물을 많이 먹으면 심장이 튼튼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또한 봄나물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데 푸른색은 간의 색으로 간의 기능을 보강해서 피로도 풀고 근육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 따라서 겨우내 체내에 쌓였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데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먹는 봄나물에는 어떤 영양성분이 많고, 어디에 좋을까. 알고 먹으면 2배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쑥=엽록소가 다른 나물보다 특히 많고 항암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 스트레스·피로를 푸는 데 좋은 비타민 B, C 등이 풍부하다. 비타민 C는 같은 양의 딸기나 귤보다도 많을 정도다. 성질이 따뜻해서 평소 냉증, 갱년기장애 등이 있는 여성에게 더욱 좋다. 봄나들이 가서 상처가 났을 때 약이 없다면 쑥을 찧어 붙이면 지혈효과가 있다.
국에 넣거나 가루내어 차로 마시면 좋다. 또는 환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 냉이=야채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고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도 풍부하다.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A가 많은데, 냉이 100g에는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가 3분의 1이나 들어 있다. 또 간에 좋은 작용을 하는 콜린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해소 효과도 기대된다.
국에 넣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몸이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 씀바귀=고들빼기로 불리는 씀바귀는 쓴맛이 식욕을 돋우는 것은 물론 소화기능을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또 항스트레스, 항산화효과, 노화방지에 좋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도 있다. 뿌리가 노란색이 짙고 지저분하지 않은 것으로 골라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다. 강한 쓴맛은 데친 다음 찬물에 담가두면 어느 정도 없어진다.
◇ 달래=맛이 매운 달래는 비장과 신장 기능을 돕는다. 스태미나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남성에게 좋은 봄나물로 꼽힌다. 찌개나 국에 많이 넣는데 겉절이를 해먹어도 상큼해서 좋다. 고를 때는 잎의 색이 진하고 싹이 가늘며 뿌리가 하얄수록 좋다.
▲ 봄나물을 파는 시장풍경. | ||
두릅순은 어른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일 때 먹으면 연하고 더 커지면 질겨진다. 순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비타민 손실이 적다.
◇ 취나물=산나물의 왕으로 불리는 취나물은 성질이 따뜻해서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두통 또는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거나 만성기관지염, 인후염 등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하루에 5~20g의 취나물을 200㏄의 물로 달여 마시는 방법도 있다. 씀바귀와 마찬가지로 쓴맛이 강해서 부담스러울 때는 데친 다음 찬물에 우린 다음 조리하는 것이 좋다.
◇ 머위=머위는 유럽에서도 항암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통 머위는 억센 잎을 버리고 줄기만 삶아서 먹는다. 하지만 잎에도 베타 카로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비타민이 풍부하다. 머위 잎이 어릴 때는 부드러워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된장에 무쳐 먹으면 좋다.
◇ 돌나물=뼈에 좋은 칼슘이 우유의 2배나 들어 있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대체하는 성분이 있어 폐경 이후 여성들에게 흔한 갱년기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물김치나 샐러드로 많이 먹는다.
◇ 원추리=이뇨효과가 뛰어나고 술독을 푸는 데도 좋다. 약으로 쓸 때는 잎과 줄기, 뿌리를 함께 달여서 먹는다. 잎으로는 국을 끓이거나 된장에 무쳐 먹는다.
◇ 죽순=한방에서는 풍과 담을 없애 신경통에 특히 좋은 것으로 본다. 생으로 먹거나 데쳐 먹어도 좋고 된장국에 넣어도 아삭아삭한 질감이 있어서 맛있다. 또는 소주에 담가 죽순주를 만들어도 좋다. 다만 손발이 차거나 입술이 푸른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봄나물을 고를 때는 억세고 웃자란 것보다는 부드럽고 여린 것일수록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비타민 성분이 열에 파괴되지 않도록 생채, 샐러드 등으로 생으로 먹는 게 가장 좋다. 예를 들어 레몬즙과 간장, 식초, 설탕 등으로 새콤달콤한 소스를 만들어서 봄나물에 끼얹기만 하면 맛있는 봄나물샐러드가 된다. 여기에 살짝 데쳐서 썬 연두부를 넣어도 좋다. 생으로 먹기 어려운 것이라면 깨끗이 씻은 다음 끓는 소금물에 살짝만 데쳐 영양 파괴를 최대한 줄인다.
조리법도 중요하다. 튀김이나 볶음, 부침 등의 위장에 부담을 주는 기름진 조리법을 피하고 기름기가 적은 조림, 구이, 무침 등으로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다. 무칠 때 넣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것은 물론 나물에 들어있는 지용성 비타민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가능한 양념을 적게 쓰는 것도 봄나물을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그래야 봄나물 특유의 독특한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또 봄나물로 국을 끓일 때는 고기육수보다는 조개, 홍합, 새우 등의 해물로 맛을 낸 국물이 어울린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새콤한 맛을 내면 좋다. 신맛이 신진대사와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입맛을 잃었을 때 식초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밥은 흰쌀밥보다는 잡곡밥과 궁합이 잘 맞는다. 강낭콩이나 팥, 조, 수수, 보리 등의 잡곡을 넣어 먹으면 흰쌀에 부족한 비타민 B1과 필수아미노산을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위의 운동이나 소화액 분비가 줄어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입맛도 떨어지게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율한의원 정주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