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살 목조다리 위로 ‘사연’이 넘실넘실
남부 양곤에서 중심도시 만달레이까지는 자동차로 약 8시간 걸립니다. 저는 이 도시를 좋아하고 자주 찾습니다. 그 이유는 타웅타만 호수 위의 우베인 다리 때문입니다. 우베인 다리는 잉와 왕국의 궁전을 옮길 때 남은 티크목으로 세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목조다리입니다. 다리를 지은 사람의 이름이 당시 우베인 시장입니다. 그리고 인근에 노후에 살고 싶은 커피의 도시 삔우린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수로 잠긴 우베인 다리 옆을 나룻배로 지나는 모습(위)과 평소의 우베인 다리 모습.
제가 앞선 편지에서 사연을 밝혔듯 노래 ‘우베인 다리를 걷는 여인’이 최근 작곡이 되었습니다. 작사는 제가 했습니다. 여가수가 부르기 직전입니다. 작곡이 끝나 남자가수겸 작곡가가 불렀는데 제가 여가수가 불렀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때 이 다리 위에는 혼자 걷는 여인이 많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군부통치 시절 2번의 민중혁명을 거치며 이 도시에도 많은 젊은 청년들이 화약연기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사연을 듣고 쓴 가사입니다. 그 가사 중에 이런 귀절이 있습니다.
석양이 물든 오후 5시면
네가 내게로 건너오고
내가 네게로 다가가던 다리
내가 오늘 혼자
온종일 울고 있는 까닭은
타웅타만 호수가 고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다리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오후 5시입니다. 석양이 다리와 호수를 적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 우베인 다리가 호수에 잠겼습니다. 아주 슬픈 일이 만달레이 근교에서 일어났습니다. 타웅타만 호수와 미얀마를 상징하는 에와야디 강이 범람하여 홍수가 났습니다.
빈민아동 유치원을 운영하는 킴 부부에게도 물난리의 시련이 닥치고 말았다.
만달레이 시내는 아무런 피해가 없습니다. 근교 잉와 지역과 우베인 다리 근처 마을은 피해가 큽니다. 우베인 다리를 처음으로 나룻배로 건너가봅니다. 높은 다리가 호수에 떠있는 뗏목이 되었습니다. 마을의 여인들이 다리 입구로 몰려나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다리. 혼자 걷던 시절의 다리. 지금은 건너지 못하는 다리. 하지만 타웅타만 호수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유난히 무덥던 한국의 여름도 이제 끝이 나고 초가을 날씨로 접어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친지의 상이 있어 얼마전 한국에 잠시 갔더니 미얀마 날씨와 비슷해 놀랐습니다. 이번 한국의 여름은 한국사람들에겐 힘든 날씨였겠지요. 미얀마에 처음 와 무더운 날씨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는 못버티고 돌아가겠구나.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에어컨이 없어도 현지인처럼 사는 제 모습을 보고 또 놀라기도 합니다.
이제 나룻배를 타고 우베인 다리 중간까지 가서 물에 잠긴 우베인 다리에 올라가 걸어봅니다. 물에 잠겨 아무도 걷지 않는 길. 160여 년을 견딘 목조다리.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걸으며 기쁨과 슬픔과 웃음과 눈물을 나눈 다리이자 저에게도 위로가 되던 다리 위. 노래의 마지막 가사가 흐릅니다.
꽃이 피어도 만날 수 없다
비가 내려도 만날 수 없다
우베인 다리 위에서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