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고열량 방심하면 허리띠 한 칸 ‘업’
▲ 추석 차례 모습. 사진제공=함소아한의원 | ||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앙증맞게 잘 만들어진 송편이다. 원래 추석 차례상에는 밥과 국 대신에 송편을 올린다. 하지만 조상이 송편을 즐겨 먹지 않았다면 밥과 국을 들라는 의미에서 송편과 함께 밥, 국을 올리기도 한다.
송편의 소로 넣는 재료는 팥, 콩, 깨, 녹두 등으로 다양하고 모양과 크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작게 만드는 서울 송편에 비해 북쪽은 크다. 모양은 경기도에서는 반달처럼 갸름하게 만들고 강원도는 손가락 모양으로 다소 투박하게, 제주도는 우주선 모양으로 만든다.
그런데 잘 빚은 송편을 찔 때 보통 솔잎을 까는 이유가 뭘까. 물론 송편에 은은한 솔잎의 향이 배면 더 향긋해진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솔잎에는 살균작용을 하는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의 10배나 들어 있어 유해성분의 섭취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송편을 직접 만들어 준비하면 좋다. 찹쌀가루와 따뜻한 물, 색을 내는 재료(단호박가루, 가루녹차, 시금치즙, 비트물, 포도즙 등), 소, 찜통, 솔잎만 준비하면 만들 수 있다. 가게에서 사오는 송편은 가격도 비쌀 뿐더러 대부분 수입 쌀을 사용한 것들이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간식으로 먹이면 소화가 잘 되고 화학첨가물 걱정이 없으니 슈퍼에서 사주는 과자보다 훨씬 낫다.
담백하게 끓인 토란탕도 추석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토란은 제철인 가을에 가장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과식하기 쉬운 추석명절에 먹으면 소화를 돕는 데 효과가 있다. 전라도에서는 토란탕으로, 서울이나 경기도에서는 토란국으로 먹는 등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먹는다.
경기ㆍ충청도 등의 중부지방에서 추석이면 풋박으로 박나물ㆍ박정과ㆍ박국 등을 해먹는 데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박에는 바가지로 퍼서 좋지 않은 것을 모두 씻어버린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추석 무렵이면 제맛을 내기 시작하는 햇배는 과음을 하기 쉬운 추석연휴에 먹으면 숙취해소 효과가 탁월하다. 소화를 돕고 기침, 가래를 삭이는 데도 좋다. 감도 숙취를 해소하고 검은 반점 속에 든 탄닌이란 물질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만든다.
아삭아삭한 사과는 장에 좋은 섬유질, 펙틴이 풍부해서 변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좋다.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을 배출해서 혈압이 높은 경우에도 권할 만하다.
추석 때 산 사과가 많이 남았을 때의 활용법 하나! 바로 설탕에 절여 말리는 것이다. “남는 사과, 바나나 같은 과일을 말려두면 간식, 술안주로도 훌륭하다. 만드는 방법도 쉽다”는 게 분당 함소아한의원 박미녀 영양사의 말이다.
햇대추는 환절기에 흔한 소화기, 호흡기 질환에 특히 좋다.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노화방지 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경연 한의사(정경연한의원 원장)는 “신경을 안정시켜 불안증, 우울증, 스트레스, 불면증 등을 해소하는 데도 대추가 좋다”며 “이런 증상으로 고생할 때는 차례상에 올린 대추 10알에 감초를 조금 넣고 물을 부어서 달여 마시면 된다. 불면증이라면 파의 흰 뿌리를 함께 넣어서 달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단맛이 강한 만큼 당뇨가 있거나 소화불량, 가래기침, 치통이 있는 경우에는 삼가야 한다. 참고로 국산 대추와 수입산 대추를 구별하려면 한 줌 쥐고 흔들어 보면 간단하다. 국산은 소리가 나지 않지만 수입산은 과육과 씨가 분리된 것이 많아서 흔들면 씨가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 송편 | ||
이처럼 먹을 것이 푸짐한 추석이지만 입맛 당기는 대로 먹다가는 탈이 나기 마련이다. 비만이거나 당뇨, 지방간 등의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열량이 높아지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자칫 추석연휴를 보낸 후에 허리띠 구멍이 맞지 않거나 지방간 수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우선 송편만 해도 밥보다 조직이 치밀해서 부피는 적어도 열량이 많이 나간다. 또 소로 들어가는 깨나 밤, 설탕 등의 열량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송편 몇 개 먹는다고 얼마나 열량이 나갈까 하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송편 6개를 먹을 경우 300㎉ 정도의 열량을 내는데, 이것은 밥 1공기와 같은 열량이다.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지지고 볶는 음식, 즉 여러 가지 전이나 튀김 등도 지방이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누름적에 쓰는 고기는 가능하면 지방이 없는 살코기로만 하는 게 좋다.
비타민, 미네랄이 많은 햇과일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2~3가지 과일을 2쪽씩만 먹어도 금세 열량이 100㎉를 넘게 된다. 단맛이 강한 곶감의 경우 1개의 열량이 110㎉에 달한다. 만약 식사 후에 강정, 약과 등을 몇 개 집어 먹는다면? 재료로 쓰이는 들깨나 깨 등에도 지방이 들어 있고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엿, 기름 등으로 인해 열량이 높은 편이다. 강정은 7개, 약과는 2개만 먹으면 밥 1공기를 먹는 것과 같은 열량이다.
따라서 추석연휴 기간에는 의식적으로 다소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 고기보다는 채소를 많이 먹고,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를 반드시 곁들여서 먹으면 고기를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른다.
짠 음식도 주의한다. 고혈압, 심장병 환자가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체내에 수분이 고이는 ‘울혈성 심부전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명절만 되면 잘 체하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소화제를 준비하고, 체했을 때는 하루 정도 굶어서 속을 비우면 대부분 편해진다. 심하게 체할 때는 소금물을 몇 잔 마신 다음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토하는 방법도 있다. 누울 때는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몸을 약간 옆으로 하고 벨트, 단추를 풀어 편안하게 해준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스포츠음료, 보리차, 매실차 등을 조금씩 마셔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속이 좀 편해지면 쌀죽에 밤을 넣어 끓여 먹으면 좋다.
과식, 과음으로 복통이나 설사,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때는 한 끼 정도 굶으면 낫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꿀물 등으로 속을 달랜 뒤 미음처럼 부드러운 음식부터 먹는다. 과음으로 속이 아플 때는 칡뿌리를 달여 마시면 숙취해소 효과가 크다. 하지만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며칠 계속된다면 병원을 가보는 게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경연한의원 정경연 원장, 분당 함소아한의원 박미녀 영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