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사람 위해 문을 잡아주는가? 샴페인을 마실 줄 아는가?
영국인들은 품격을 갖춘 대표적 인물로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를 꼽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13일 엘리자베스 2세 생일기념행사를 위해 버킹엄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왕실 가족들. AP/연합뉴스
<데일리메일>은 한 사람의 품격은 경제적 능력, 즉 부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저절로 품격까지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보다는 스타일, 품행, 교양이야말로 세련된 사람들에게서 저절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가령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품격있는 태도의 기본이다. 다독하는 습관과 세련된 테이블 매너도 마찬가지며, 말을 할 때는 채팅어(줄임말)를 사용하지 않거나 외국어 하나 정도는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또한 품격있는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피터 한은 “품격의 정수를 드러내려면 패션 센스부터 매너까지 여러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재에 꽂혀있는 고전들을 두루 읽거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면 품격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를 구사해도 치마 길이가 너무 짧거나 넥타이가 단정하지 않거나 자세가 늘어져 있으면 품격 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의 품격에도 조금씩 차이는 있다. 가령 여성의 경우에는 짙은 화장보다는 엷은 화장이 세련돼 보이며, 병나발을 불거나 지나치게 가슴골을 노출하는 것은 우아한 이미지에 해가 된다. 또한 좋은 향기를 풍기거나,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거나, 적당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으면 우아하게 어필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에는 악수를 할 때는 적당히 힘을 줘서 힘차게 해야 하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시원하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밖에 잘 다려져 주름이 없는 빳빳한 화이트 셔츠를 입거나,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행동도 품격 있는 신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품격을 나타내는 데는 연령도 중요한 요소라고 <데일리메일>은 말했다. 영국인들은 품격이 갖춰지는 이상적인 나이는 45세라고 응답했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 들수록 품위가 있어지며, 특히 남성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유명인들 가운데 품격을 갖춘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영국인들은 영국 왕실 가족이야말로 품격있는 스타일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왕자 부부와 해리 왕자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밖에 테일러 스위프트, 엠마 왓슨, 이드리스 엘바 등도 거론됐다.
다음은 영국인들이 말하는 남성과 여성의 품격의 조건, 그리고 성별과 무관한 품격의 조건이다.
# 품격있는 남성의 조건
1. 여성을 존중한다.
2.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
3. 외모에 자신감을 갖는다.
4. 약속 장소에 여성이 도착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한다.
5.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는다.
6. 악수를 할 때는 힘차게 한다.
7.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인정한다.
8. 맞춤 양복 한 벌 정도는 보유한다.
9. 늘 좋은 냄새를 풍긴다.
10. 잘 다려진 빳빳한 흰색 셔츠를 입는다.
# 품격있는 여성의 조건
1. 엷은 화장을 한다.
2. 나이를 먹어도 우아하게 행동한다.
3. 자신감을 가진다.
4. 병나발을 불지 않는다.
5. 칭찬은 정중하게 받아들인다.
6. 적당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는다.
7. 늘 좋은 향기를 풍긴다.
8. 나의 지적인 능력을 경시하지 않는다.
9. 가슴골은 살짝만 드러낸다.
10. 너무 타이트한 옷은 입지 않되, 여성미를 풍길 만큼 적당히 헐렁하게 입는다.
# 48가지 품격의 조건
1.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2. 책을 두루 많이 읽는다.
3. 테이블 매너를 지킨다.
4. 욕을 하지 않는다.
5. 수저는 용도에 맞게 올바로 사용한다.
6. 신중하게 행동한다.
7.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다.
8.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
9. 병나발을 불지 않는다.
10. 채팅어(줄임말)는 사용하지 않는다.
11.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지나친 감정 표현은 자제한다.
12. 대중교통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리를 양보한다.
13. 최소 외국어 한 개 정도는 구사한다.
14. 반듯한 자세를 취한다.
15. 다른 사람을 험담하지 않는다.
16. 다른 집에 초대받아서 갈 때는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17. 술에 거나하게 취하지 않는다.
18. 와인 따르는 법을 정확하게 안다.
19. 식사를 할 때는 냅킨을 무릎 위에 펼쳐 놓는다.
20. 돈에 대해서, 혹은 물건값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토론하지 않는다.
21. 두 종류 이상의 와인을 알고 있다.
22. 와인잔 쥐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23. 평상복으로 축구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24. 상대의 말을 잘 경청한다.
25. 리얼리티 TV 쇼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
26.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27. 유행을 타지 않는 신발 한 켤레 정도는 갖고 있는다.
28. 최근 정세를 알고 있다.
29. 요리와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30. 환경단체, 불우이웃돕기단체 등 비영리단체를 후원한다.
31. 진짜 칭찬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만 칭찬한다.
32. 매년 꽃박람회를 방문한다.
33. 샴페인을 마실 줄 안다.
34. 때때로 밥값을 계산한다.
35. 허둥대지 않는다.
36. 말싸움을 하지 않는다.
37. 친구한테 돈을 빌리지 않는다.
38. 시 하나쯤은 암송한다.
39. 약속은 잊지 않는다.
40. 와인을 따를 때는 와인잔 가득히 따르지 않는다.
41. 포장음식은 가능한 먹지 않는다.
42. 정치시사 프로그램을 경청한다.
43. 인스턴트 커피는 마시지 않는다.
44. 팁은 넉넉하게 준다.
45. 이성에게 대시할 때는 예의를 갖춘다.
46. 버스나 지하철을 잡기 위해 뛰지 않는다.
47. 집들이에 초대받을 때는 적당히 늦게 도착한다(단, 너무 늦어선 안 된다).
48. 족보 있는 개를 키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근육질 셀카 사진 SNS에 속속…남성들 ‘스포르노섹슈얼’이 대세 한동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성공의 지표는 고소득 직장, 화려한 고급 자동차, 부러움 가득한 해외여행 등이었다. 하지만 2008년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런 과시욕은 이제 일부 상류층에게만 국한된 것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취업도 힘들어진 마당에 소위 말하는 흙수저들에게 이런 사치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엉뚱하게 다른 곳에서 분출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바로 ‘내 몸이 곧 재산’이라는 말처럼 몸매를 가꾸는 데 집중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근육질 몸매를 가꾸고, 이렇게 만들어진 몸매를 셀카로 찍어서 SNS에 공유해 성취감을 느끼는 남성들을 가리켜 ‘스포르노섹슈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근육질의 탄탄한 몸을 과시함으로써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 식으로 성공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근육질 상남자에 가까운 ‘스포르노섹슈얼’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한때 유행했던 ‘메트로섹슈얼’이 피부나 헤어스타일 등으로 멋을 부리는 부드러운 이미지였다면 ‘스포르노섹슈얼’은 근육질의 상남자 이미지에 가깝다. 2014년 등장한 신조어인 ‘스포르노섹슈얼’은 ‘스포츠’와 ‘포르노그래피’가 합쳐진 말로, 미디어 평론가인 마크 심슨이 처음 사용했다. 포르노 배우와 스포츠 스타들의 근육질 몸매를 이상형으로 삼는 남성들이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면서 몸매 가꾸는 일에 열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심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2013년 기간 동안 외모를 가꾸기 위해 체육관을 찾는 16~25세 남성들은 매년 증가해왔다. 또한 같은 기간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은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키우기 위한 스포츠영양제품의 판매량이 영국 전역에서 40%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건강보다는 외모 때문에 운동을 한다는 점이었다. ‘스포르노섹슈얼’의 대표적인 예로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데이비드 베컴, 그리고 저스틴 비버와 올랜도 블룸 등이 있다. 이들은 공개석상에서 웃통을 벗어던지는 일이 잦은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이들은 모두 근육질의 몸을 통해 성적 매력을 강조하며, 여기에 부드러운 외모까지 곁들인 상남자 스타일이다. ‘스포르노섹슈얼’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가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와 관련, 영국의 <성연구저널>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SNS에 셀카 사진을 올리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제이미 하킴 박사 역시 “‘스포르노섹슈얼’의 증가는 긴축 재정에 따른 경제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더욱 더 자신의 몸에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하킴 박사는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근육질로 다져진 셀카 사진을 공유하는 남성들이 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부터였다”고 말하면서 “금융위기에 따른 긴축 정책은 불평등을 확산시켰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젊은이들에게 그랬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에게 있어 ‘성공한 인생’이란 개념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집을 사고, 직장에서 성공하고, 고소득 직종에 취업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란 개념은 사라졌다. 이런 ‘스포르노섹슈얼’의 증가는 출판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보디빌딩과 관련된 <맨스헬스>지는 경쟁지인 남성패션지 <GQ>를 제치고 가장 높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스포르노섹슈얼’은 SNS의 등장과 맞물려 한단계 더 발전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단련된 근육질 몸을 홍보하면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가령 개인 트레이너 겸 영양사인 조 윅스는 인스타그램에 근육질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아예 본인의 이름을 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자신의 몸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바이고렉시아’도 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바이고렉시아’는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낮은 자존감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BBC>에 따르면 체육관에서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영국인들 열 명 가운데 한 명 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고렉시아’는 거식증과 비슷하지만 개념은 정반대다. 거식증 환자들이 실제로는 너무 말랐지만 그럼에도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바이고렉시아’는 실제는 충분히 근육질이지만 그럼에도 왜소하다고 생각한다. ‘바이고렉시아’의 문제는 심한 경우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지극히 낮은 것이 특징이며, 또한 걱정과 근심이 많은 경우가 많다. 신체변형장애재단의 롭 윌슨은 “이런 사람들은 때때로 매우 우울해지고 절망적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자살까지 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