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 섭취 줄이면 15년 더 산다
▲ 콜라 한 캔에는 각설탕 9개 반 분량의 당분이 들어 있다. 때문에 갈증이 날 때 조금 마시는 것은 문제되지 않겠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 ||
우리 몸은 항상 적당한 수준으로 당분, 즉 혈액 속에 있는 혈당이 유지되어야 제 기능을 한다. 당분이 뇌와 근육, 신경 등의 에너지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당분 섭취는 알고 있는 것처럼 비만, 당뇨병, 충치 등을 부른다. 설탕 같은 단순당은 체내에서 바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킨다. 그만큼 췌장에 무리를 주어 당뇨의 위험을 높인다. 또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변해 비만, 지방간,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실제로 설탕을 좋아하는 사람의 혈액을 조사해 보면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뼈를 약하게 만든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당분을 건강한 사람의 2배 이상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나친 당분 섭취로 고인슐린 상태가 되면 암세포 성장이 촉진된다는 보고도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카롤린스카의과대학의 수산나 라르손 박사는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췌장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997~2005년에 남녀 8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탄산음료나 시럽음료를 하루 2회 이상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췌장암 위험이 90%, 커피를 포함해 설탕을 탄 음료를 하루 5회 이상 마시는 사람은 70%, 크림을 얹은 과일주스를 하루 1회 이상 마시는 사람은 50%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참고로 췌장암은 조기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나빠서 치료가 어려운 암에 속한다.
당분 섭취를 줄이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내용도 흥미롭다. 동물실험이긴 하지만 포도당 섭취를 제한할 경우, 암세포로 바뀌기 쉬운 세포가 스스로 죽는 ‘세포자살 현상’이 활발해져서 암 예방효과가 있다는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연구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카페인에 중독되는 것처럼 단맛에 중독될 수도 있다. 당분을 섭취해서 혈당이 올라가면 포만감이 들고 기분이 좋다가 혈당이 떨어지면 작은 일에 짜증이 난다. 그래서 또 단 것을 찾게 된다면 중독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나 주스, 요구르트, 과자, 케첩, 통조림 등의 가공식품은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 전체 설탕 소비량 중 가정용 소비는 5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가공식품에 소비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당분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첩 1숟가락에는 약 5g의 당분이 들어 있고, 떠먹는 요구르트에는 17g, 콜라 1캔에는 20g 이상의 당분이 들어 있다. 만약 당분이 26g으로 표시된 250㎖ 콜라 1캔을 마셨다면 무려 각설탕(2.65g) 9개 반에 해당하는 당분을 섭취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숨은 당분’이 많은 가공식품을 섭취할 경우 저혈당 증세를 부른다는 점이다. 저혈당이 되면 뇌기능이 떨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격적인 성향을 조성하는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도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은 당분에 더욱 민감해서 예전보다 아이들의 감기 등의 잔병치레가 잦고 산만, 과격해진 원인 중의 하나로 설탕이 든 음식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청량음료 사탕 설탕 등에 많은 당분은 단순당으로 몸속에 빠르게 흡수, 대사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단순당질의 대사를 위해 바로 인슐린 분비량이 많아지면 저혈당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에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기분이 가라앉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생기거나 악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당분 섭취량은 ‘매일 섭취하는 총 섭취열량의 10% 미만’ 수준이다. 하루 2200㎉의 열량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이 중 당을 통해 얻는 열량이 220㎉ 미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당분이 1g당 내는 열량은 4㎉로, 음식을 요리하거나 차를 마실 때 넣는 설탕이나 탄산음료, 과일주스에 들어있는 당분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하루에 55g 미만의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성인보다 적은 양을 섭취해야 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청량음료 1캔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초과할 수 있다.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가 감기에 잘 걸리고 산만하다면, 신경 써서 설탕 섭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당분을 섭취할 때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 형태의 당분이 좋다. 설탕처럼 바로 흡수되는 단순당은 적게 먹을수록 좋다. 흔히 당분이라고 말할 때는 설탕 같은 단순당만 말하는 경우가 있고 밥이나 빵, 감자, 고구마 등의 복합당 식품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복합당까지 포함할 때는 섭취 열량의 60% 정도를 당분으로 섭취하면 적당하다.
이때 설탕이 많이 들어간 빵보다는 흰쌀밥,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낫다. 현미나 통보리 등의 씨눈, 껍질에는 당분의 흡수 속도를 늦춰주는 섬유질, 당분의 대사를 돕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루 들어 있다. 물론 밥이나 감자, 고구마 등의 복합당 역시 과다 섭취, 즉 과식을 하면 해가 되기 마련이다.
또 이른바 당 지수(GI)가 높은 식품보다는 낮은 식품을 주로 먹는 것이 좋다.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조금만 분비돼도 포도당 분해가 원활히 이루어진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을 때는 양을 줄이고, 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손중천 교수의 조언이다.
당 지수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를 표시한 수치다. 흰쌀밥보다는 잡곡밥의 당 지수가 훨씬 낮고, 채소의 경우에는 당 지수가 조금 높더라도 탄수화물(포도당) 성분이 적어서 부담을 주지 않는다.
바쁘다고, 입맛 없다고 식사시간에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를 하지 못하면 체내에 당분이 부족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단 음식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단맛이 생각날 때는 사탕, 초콜릿보다는 감자나 고구마, 야콘, 곶감 등의 당분이 많은 자연식품을 먹도록 한다.
한참 성장을 하는 아이들이 간식을 찾을 때는 인스턴트 위주가 되기 쉬운 간식보다는 가벼운 식사를 준비해 하루 네 끼니를 먹이는 방법도 있다.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청량음료나 주스 등의 가공식품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주 먹는 식품의 경우에는 성분표시를 살펴 당분 함량을 확인하는 게 좋다. 현재는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올해 말부터는 당 함량 표시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주스의 경우에는 영양분이 줄어든 시판 주스 대신 과일을 그대로 먹거나 바로 갈아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과일에는 여러 가지 항산화 성분과 함께 과당이 많은 만큼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여러 가지 야채나 과일에 황설탕을 넣어 몇 개월간 발효 과정을 거친 매실효소액, 야채효소액 등의 효소음료도 만들어 두면 주스 대용으로 훌륭하고 요리에 넣을 수 있다.
요리에 넣는 당분으로는 설탕, 인공감미료 대신 가능하면 천연 당분을 쓴다. 섬유질, 전분질 등이 살아 있는 과일즙, 꿀, 조청 등이 그것이다.
단 음식을 먹을 때는 비타민 B1이 많이 든 식품과 함께 섭취하면 좋다. 설탕이 섭취·소화돼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비타민이 많이 소모된다. 돼지고기, 현미, 대두, 해조류, 달걀노른자 등에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