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마저 힘못쓰니 ‘막강 이웃’ 어떻게 따라잡나
국내 2위 인터넷포털 기업 카카오는 포털·메신저·콘텐츠·커머스·O2O·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가 공개한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주요 수익원 구성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 7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연합뉴스
기존 카카오의 매출 60% 상당은 광고수입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2분기 주요 수익원은 광고가 아닌 ‘유료 콘텐츠’다. 콘텐츠 세부 수익 구조를 보면 게임·웹툰·뮤직이 있고, 이 가운데 뮤직 콘텐츠 매출은 1분기 대비 27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뮤직 콘텐츠 수익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2분기 매출은 3765억 원이다. 이 중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편입된 매출을 빼면 카카오의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광고수익은 올해 2분기 136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가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 네이버의 광고수익은 같은 기간 30%가 증가했다. 광고산업은 소비자 선호가 반영되는 바로미터와 같아 카카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PC 다음 포털에서 광고수익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며 “아무래도 인터넷 이용자가 모바일로 옮겨가며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광고 시장은 볼륨이 줄어드는 추세다. 때문에 카카오는 새로운 먹거리로 O2O분야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7월 3일 서울 강남역 카카오프렌즈 첫 플래그십 매장이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O2O사업인 카카오 택시는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단 ‘콜비’가 없는 무료서비스라 수익은 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지난 3일 유료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당초 증권업계는 카카오 드라이버의 대리운전시장 점유율을 30%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점유율은 10%에 그쳤다.
또 카카오의 O2O서비스는 실적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분기 카카오의 마케팅 비용 지출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카카오의 O2O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만 하반기 주가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O2O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홈클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데 좁은 내수시장을 겨냥한 사업이라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카카오홈클린 서비스와 유사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주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같은 사업에 들어오면 긴장이 되긴 한다”면서도 “그런데 카카오가 들어오면 시장 크기가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드라이버의 경우 워낙 시장의 기대가 커 실망도 있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카카오의 핵심은 여전히 광고수익이다. O2O가 미래에 크게 성공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카카오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국내 1위 음악 플랫폼인 멜론을 갖고 있고 콘텐츠 역량이 뛰어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애플뮤직이 국내에 출시된 것은 변수다. 아직 애플뮤직의 국내 이용자 수는 적지만 해외 시장에서 단기간에 이용자를 늘린 전력이 있는 만큼 그 성장 잠재력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상반기 광고시장과 O2O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카카오 관계자는 “업력이 짧은 카카오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며 “우리의 다양한 사업 분야는 상호 연결을 통해 소비자의 라이프 전반을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밖으로 눈돌린 네이버 VS 안에서 우물 파는 카카오 ‘서울대 86학번, 인터넷 시대 주역, 삼성SDS 출신.’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비슷한 듯 달랐고 그만큼이나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는 길도 다르다. 이해진 의장은 2000년 네이버재팬 설립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 7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가 뉴욕과 일본에서 동시 상장하는 쾌거를 거머쥐었다.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 이해진 의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19개 언어로 230여 나라에 서비스되는 오늘의 라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대해 IT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시장의 해외 진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실패 덕분에 라인의 성공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라인의 상승세와 함께 올해 2분기 실적이 9873억 원을 기록했다. 인터넷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네이버는 광고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포털로서 국내 1위 자리를 견고히 다지며 모바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국내고객의 라이프 전반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하게끔 하는 게 목표다. 전형적인 승부사로 평가받는 김범수 의장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발판으로 O2O 서비스와 핀테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에 비해 업력이 짧고 규모도 작지만 카카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특히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고 국내 O2O사업을 견인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향후 경영전략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성장이 우선목표고 국내만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O2O시장 진출도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O2O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고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진출도 가능하면 할 생각”이라고 사업의 한계를 짓지 않았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