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부족해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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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물론 입 안의 세균이 침에 섞여 나오는 만큼 100%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침이 하는 일을 알고 나면 단순히 지저분하기만 한 존재라는 생각이 잘못된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저분하기보다는 건강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침이 부족하면 세균 번식이 활발해지고, 휘발성 화합물의 농도가 증가해 입 냄새가 나게 된다.
침은 입안을 깨끗이 유지해준다. 수분이 99%인 침이 입안을 흐르면서 음식물 찌꺼기, 세균 등을 씻어낸다. 침의 성분을 보면 수분이 99.3%를 차지하고 뮤신은 0.3%다. 아밀라아제, 아미노산, 요소, 요산, 칼슘 등은 아주 소량 들어 있다.
또한 침은 소화작용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다. 침 속에는 알파-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있어서 녹말을 분해, 단맛이 나는 맥아당으로 만든다. 아밀라아제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은 강산성. 그래서 평소에는 침의 pH는 6.0 정도의 약산성인데, 음식이 들어오면 pH가 7.0~7.3까지 증가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입 밖으로 쏟아낼 수 있는 것 역시 침의 윤활작용 때문이다. 침 속에는 수분과 함께 뮤신이라는 성분이 구강점막을 덮고 있어서 항상 입안이 촉촉하다.
신기하게도 침의 분비량은 섭취한 음식물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마른 음식을 먹으면 침이 다량으로 분비되고, 물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조금만 분비된다. 신맛이 강한 음식도 침의 분비량을 늘린다. 심리적인 상태도 영향을 미쳐서 긴장을 하면 침 분비량이 줄어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든다.
항균작용도 한다. 침 속에는 세포를 녹여서 파괴하는 라이소자임이나 항체기능을 해서 세균 침입을 막는 감마글로불린 같은 항균 성분들이 들어 있다. 미량이기는 해도 수은, 납, 아연 등의 유해 중금속도 침을 통해 배설된다.
이처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침을 분석해서 알 수 있는 정보도 많다. 예를 들어 혈액형, DNA 검사는 물론 AIDS 검사도 가능하다. AIDS에 감염되면 항체가 침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종합암센터에서는 구강암, 설암, 후두암 등의 두경부암을 진단하는 데 91%의 정확도를 가진 효과적인 침 검사법도 개발한 바 있다.
침의 분비는 자율신경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보통 하루에 분비되는 침의 양은 무려 1~1.5ℓ에 이른다. 200㏄ 컵으로 5~7.5잔이 분비되는 셈이다. 분비되는 속도는 분당 0.5㎖인데, 신 김치나 레몬 등을 먹으면 분당 4㎖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가끔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보고 있거나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것은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뇌에 저장돼 있는 기억 때문에 조건반사를 일으켜 침이 나오는 것이다.
어느 한 곳에서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침샘에서 분비되는 혼합액이 침. 귀밑샘이나 턱밑샘, 혀밑샘 3쌍의 침샘에서 주로 분비되고 혀, 구개, 입술, 뺨 등에 있는 침샘에서 분비되기도 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벌레, 모기 등에 물린 데 침을 바르면 효과가 있을까. 정답은 “YES”. 라이소자임이나 감마글로불린 같은 항균성분이 있는 데다 침이 진통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모르핀보다 최대 6배까지 진통 효과가 있는 오피오르핀이라는 물질이 침 속에 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 키스신이나 베드신 등이 나올 때 침을 ‘꿀꺽’ 삼키게 되는 이유는? 성적인 흥분으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침이 너무 많거나 반대로 적은 경우도 있다. 침이 잘 분비되면 자율신경계의 영향으로 뇌하수체 호르몬이 활발하다는 이야기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말할 때 침이 많이 튀어 고민일 때는 의식적으로 침을 잘 안 튀도록 노력하면 좋아진다.
하지만 침이 지나치게 적게 분비되면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나이가 들면 침의 분비량이 줄어들고, 복용 중인 약이나 질환 때문에 침이 줄어들 수 있다.
입이 마르는 증상을 구강 건조증이라고 부르는데,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입 냄새가 나고 입 안이 따갑거나 화끈거린다. 맛을 잘 못 느끼거나 발음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만약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타액의 분비가 정상이더라도 마르는 양이 많아 구강 건조감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으로 우울, 불안한 일이 해결되지 않는 시기에도 일시적으로 침이 줄어들 수 있다.
약물 중에서는 감기약이나 이뇨제, 신경안정제, 혈압약 등으로 인해 침의 양이 줄어들 수 있다. 약 때문에 침이 적어진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약의 용량, 종류를 바꿔보도록 한다.
타액선에 염증 또는 돌이 생겨도 침의 분비가 줄지만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얼굴·목 부위의 방사선치료, 쉐그렌 증후군 등이 원인이면 기간이 더 길어지기 마련이다.
침이 잘 나오게 하려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입 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레몬 등의 신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해도 좋아지지 않으면 먹는 약을 복용하거나 아예 침샘이 망가진 경우에는 바르거나 뿌리는 인공타액, 불소가 들어간 가글 용액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