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큰 우려는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가계부채는 폭발의 압력을 이겨내기 어렵다.
정부가 주택물량 공급을 줄이겠다는 정책은 탁상공론이다.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고 신규사업 인허가를 축소할 방침이나 현실성이 부족하다. 지난해 분양한 주택은 76만 가구로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연간 적정 수요로 추정되는 39만 가구의 두 배 수준이다. 이미 주택공급이 넘친다는 뜻이다.
뜻 밖에도 주택물량 공급을 줄인다는 정책방향은 주택가격상승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정부대책이 나오자마자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투기열풍이 더욱 거세졌다. 한편 집단대출을 줄이기 위해 보증심사를 강화하고 분양보증을 1인당 4건에서 2건으로 줄이기로 한 정책 역시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 있다. 부동산 투기가 가열하면 갈 곳이 없어 시중에 떠도는 지하자금이 물밀듯이 밀려 온다. 돈의 흐름에 관한 한 정부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 경제가 가계부채의 부도위기에 처한 근본원인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있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 수단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주력했다. 특히 2014년 7월에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은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아파트 재당첨 제한 폐지, 분양가 상한제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해 부동산 살리기에 전력투구했다. 정부정책에 호응하여 한국은행은 돈 풀기 정책에 적극 나섰다.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정책을 펴기 시작한 이후 5차례나 기준금리를 낮춰 1.25%까지 내렸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는 실패였다. 대신 부동산 투기가 과열돼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편 여신심사 강화정책이 제2금융권의 대출을 늘려 가계부채의 질까지 악화했다. 이에 따라 우리경제는 1250조 원이 넘는 악성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에 처했다.
정부는 부동산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여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를 풀고 통화 공급을 늘릴수록 투자는 줄고 투기는 증가한다. 이미 1000조 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이 먹구름처럼 부동산시장을 맴돌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고강도 대책이 불가피하다. 투기억제의 직접적인 수단인 분양권 전매제한과 LTV 및 DTI 규제강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정부는 신산업 발굴, 산업구조조정, 중소기업육성, 일자리 창출 등 본연의 경제 살리기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부동산 거품붕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제성장동력을 근본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러면 경제가 살아나 부동산 시장을 건전하게 활성화하고 가계부채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