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근현대사 스토리 ‘고스란히’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이 된 청라언덕. 이곳에는 동서양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선교사주택이 위치해 있다.
[일요신문] 대구(大邱). 큰 언덕이라는 뜻 그대로 지형상 특성으로 인해 전쟁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지역이자 현재 250만 대구 시민이 기대는 큰 언덕이다.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적어 근대 문화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특히 1900년대 대구읍성 철거 전후를 중심으로 한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 스토리가 집중돼 있다.
현재 대구의 동성로, 북성로, 서성로, 중앙로 등 지명 역시 근대 읍성의 발자취로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알수 있다.
대구읍성을 비롯해 계산성당, 제일교회, 선교사주택, 이상화고택, 화교소학교 등 근대건축물과 3·1만세운동길, 약령시와 진골목 등 도심의 무수한 골목들이 20세기 초까지 형성된 이후 큰 변형없이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드문 역사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이 산재된 지역관광자산들은 한때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외곽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도심공동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근대문화골목’은 한국관광의 별, 지역문화브랜드대상,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한국관광100선에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근대골목’은 2006년 민선4기 윤순영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동산-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고택-약전골목으로 이어지는 ‘근대문화공간 디자인개선사업’을 통해 도심 변화의 중심이 됐다.
이를 계기로 20세기 지역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스토리로 담아낸 근대골목이 만들어지고, 2000년 초부터 이어진 시민단체의 원도심 역사문화 발굴보존운동이 근대골목투어 프로그램으로 활성화됐다.
<일요신문>이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의 거리 ‘대구근대골목’에 나섰다. 근대문화골목은 대구 중구 동산병원 뒤쪽의 선교사 주택에서 시작해 3·1만세운동길-계산성당-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이상화·서상돈 고택-뽕나무 골목-구제일교회-약령시 한의약박물관-영남대로-종로-진골목-화교 소학교까지 1.64km에 이른다.
대구의 독립운동 당시 학생들이 일본 순사들을 눈을 피해 서문시장과 학교사이를 지나던 3·1만세운동길. 현재 이곳에는 대구야행, 근대로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구 중구 동산병원 뒤쪽에 위치한 선교사주택에는 동서양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룬 고풍스러운 건물인 스윗즈(Switzer) 주택과 챔니스(Chamness) 주택, 블레어(Blair) 주택이 있다.
이곳은 대구지역의 초기 개신교사를 한꺼번에 담고 있는 성지로 이 주택들은 각각 선교·의료·교육·역사박물관으로 100여년간의 역사를 담고 있어 해외 기독교인들도 대구를 찾는다면 이곳을 먼저 방문힌다.
특히 선교박물관으로 꾸며진 스윗츠 주택은 국내에 들어선 기독교의 역사와 과정, 선교사들의 고난과 성경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각광받고 있다.
바로 곁에는 대구 달성에 있던 석재로 만들어진 종탑과 대구를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과산지로 만든 선교사의 사과나무가 있다.
이곳은 한때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던 선교발상지인 동시에 메디시티 대구의 시초이자 계명대학교 창설자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그 옆으로 이어진 3·1만세운동길은 당시 계성학교와 신명학교, 대구고보 학생들이 이 길을 지나 만세운동하러 간 일을 기리는 장소이다.
3·1만세운동길 계단 아래쪽에는 서울과 평양에 이어 영남지역에 최초로 세워진 계산성당이 위치해 있다.
고딕 양식으로 우뚝 솟은 쌍탑이 특징인 계산성당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유명인사들의 결혼식을 올렸던 장소로 유명하다.
민족의 저항정신이 살아 숨쉬는 이상화, 서상돈 고택.
이상화 고택은 일제에 저항한 이상화 시인이 1939년부터 작고하던 1943년까지 생애 말년을 보낸 곳이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광복을 위해 저항정신을 밝힌 시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고택은 조선 말기의 관료이자 민족 독립운동가였던 서상돈 고택이다. 1907년 정부가 일본에 빚을 많이 져 국권을 상실한다고 생각해 대구 광문사 사장인 김광제와 함께 금연으로 나라의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을 벌였다.
이곳을 조금 벗어나면 한약향이 가득한 대구 약령시장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한약재 전문 시장인 약령시장은 무려 3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조선 후기 1658년에 개시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현대에 이르러 상설시장으로 변모했다. 매년 5월 이곳에서는 한방문화축제가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밖에도 근대문화골목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인 달성, 대구 화교 메카인 대구화교협회와 화교소학교가 있다. 또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가 있던 터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살던 고택도 만나볼 수 있다.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