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푸드’로 ‘파뿌리’를 물들여봐
새치가 생기는 데는 노화와 유전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새치는 노화로 인해 멜라닌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수, 분포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30대 이후에 새치가 생기기 시작했다면 노화로 인한 새치로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은 다른 신체 부위의 모발보다 빨리 노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지나치게 젊은 나이에 생기는 새치는 유전적인 요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새치는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집안에 새치가 있는 어른이 많다면 지금은 새치가 없더라도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로 인해 호르몬 대사에 장애가 생겨도 새치가 생길 수 있다. 흔히 새치가 많아지면 ‘신경 좀 적게 쓰라’며 던지는 말에 일리가 있는 셈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신적인 긴장도가 높은 작가나 사업, 연구직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새치가 더 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근의 신경 말단부에서 멜라닌 세포 형성을 억제하거나 파괴되면서 흰머리가 난다”는 것이 이유득 피부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하지만 특정 질병 때문에 새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만약 비교적 젊은 나이이면서 가족 중에 새치가 있는 사람이 없고, 스트레스도 적은 편일 때 의심된다. 원인 질병으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또는 항진증을 비롯해 당뇨병, 악성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 백반증, 자가면역질환 등이 있다. 또한 대상포진 같은 염증성 질환이나 원형탈모증을 앓고 난 후에도 새치가 생기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머리카락 하면 신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혈이 성하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있지만 부족하면 윤기가 없고 더 나아가 혈이 상하면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임신 중이나 출산 후, 나이가 들어 새치가 생기거나 탈모로 고생하는 것도 이 혈액의 흐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보통 여자는 42세 전후, 남자는 48세 전후에 양기가 떨어지면서 머리카락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치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검은 머리를 나게 한다는 화장품이나 약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화장품이나 약으로, 혹은 특정 식품으로 새치를 완벽하게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
흡연이나 음주는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만큼 삼가는 게 좋다. 흡연, 음주로 인해 멜라닌 색소의 기능이 떨어지면 새치가 더 많아질 수 있다.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모근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두피를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마사지를 하듯이 부드러운 브러시로 자주 빗어줘도 된다.
새치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버리는 게 좋다. 흔히 ‘새치를 뽑으면 더 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새치는 모근의 기능이 나빠지거나 이상 증식하는 게 아니라 모근 속에 있는 멜라닌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므로 뽑아도 더 많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뽑아도 모근은 그대로 있으므로 검은색 머리가 나기는 어렵다.
한방에서는 새치를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신장의 경혈 기능을 높여 주는 약재를 복용하면서 침이나 경혈 마사지를 병행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침을 놓을 수 없으므로 흰머리나 새치가 유난히 많은 부위의 두피를 볼펜처럼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살짝 가볍게 두드리는 것처럼 눌러주면 좋다. 또는 손가락 안쪽을 이용해 눌러 준다. 보통 이틀에 1회는 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검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주화 한의사는 “신장의 경혈을 자극해서 새치에 좋은 약재로는 하수오가 대표적”이라며 “하수오를 가루나 환으로 만들어 하루 2회씩, 3개월 이상 꾸준히 먹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하수오를 차로 끓여 마셔도 좋다”고 말했다.
하수오는 혈관 내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지방 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체내에서 면역물질을 만들어내 노화를 억제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황이라는 약재를 쪄서 말린 숙지황, 찌지 않고 말린 건지황도 도움이 된다. 숙지황이나 건지황 모두 신장의 생식 기능을 돕고 몸의 정기를 만들어 흰머리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하수오든 지황이든 몇 번 차를 마신다고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3개월 정도는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유득 피부과 전문의, 정주화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