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사드 찬성’…복심은 ‘대선 겨냥’?
박사모가 최근 활동을 재개하자 반기문 총장의 대선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8월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박사모는 당초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해체하기로 했었다. 박사모가 향후 잡음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자체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박사모는 존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신 대외적인 활동은 잠정 중단해온 상태다. 그런데 박사모가 최근 활동 재개를 선언하면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통령 팬클럽의 경우는 임기 초 활발하게 활동하다 임기 말이 될수록 활동이 뜸해지는 것이 보통인데 임기 말 활동 재개를 선언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사모는 지난 9월 3일부터 ‘북핵 규탄, 사드 찬성 전국 대집회’를 실시하고 있다. 집회는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 대전, 인천, 서울 등 전국에서 릴레이로 개최될 예정이다. 박사모가 박 대통령의 임기 말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박사모가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사모의 선거 조직력은 과거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이었던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박사모의 낙선운동 끝에 텃밭인 경남에서 낙선한 일이 있었다. 이 후보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친박 학살 공천을 주도한 인물이라 박사모의 표적이 됐다.
선거 초반 이방호 총장의 압도적인 우세가 점쳐졌지만 박사모가 낙선운동을 시작하자 판세는 뒤집어졌다. 당시 선거 결과는 18대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히기도 했다. 박사모는 지난 대선에서도 유세장 곳곳을 누비며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힘을 보탰다.
박사모는 단순히 회원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망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원 수가 수만 명에 달해도 실제 활동하지 않는 유령회원이 대다수인 여타 정치인 팬클럽과는 대조적이다. 박사모가 움직일 경우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군다나 박사모 회원들 중 상당수는 새누리당 당원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박사모가 차기 대선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도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친박계가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을 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인 만큼 박사모도 박 대통령 뜻에 따라 반 총장을 도우려 한다는 관측이다.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 별다른 조직이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조직력이 강한 박사모가 반 총장을 지지하고 나선다면 반 총장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새로운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조직이 출범했는데, 노준 박사모 대구본부 행사총괄 위원장이 이 조직의 수석부회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길 반사모 추진위원장은 “회원들 중 일부가 박사모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박사모와 전혀 별개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노준 박사모 행사위원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임명한 것도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지 박사모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 위원장은 반 총장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반사모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단순히 반 총장을 존경하기 때문에 반 총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자 만든 것”이라며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을 돕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는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선거 지원 같은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만든 단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도 박사모와 반사모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 말 갑자기 활동을 재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년 대선을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드 문제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준 박사모 대구 행사위원장이 반사모 수석부회장직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절대 박사모가 조직적으로 반사모를 돕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회원들의 개인적인 판단인 만큼 박사모 회원이 반사모에 참여했다고 해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박사모가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을 도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현재로선 대선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회원들의 생각을 수렴해봐야 한다.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 회장은 “사드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박사모의 활동도 다시 중단할 것”이라며 “박사모의 향후 행보는 차차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2007년 정광용 회장 변심 그후…박근혜 공식 팬클럽은 ‘박사모’ 아닌 ‘호박가족’ 박사모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은 아니다.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은 호박가족(회장 임산)이다. 호박가족이 박사모를 제치고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으로 지정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유세에 나서겠다고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선후보캠프에 합류했다. 그러자 박사모 회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고 일부 팬클럽 회원들이 정 회장에게 맞서기 위해 만든 것이 호박가족이다. 이후 박 대통령도 호박가족을 공식 팬클럽으로 지정하며 호박가족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음에도 박사모의 위상은 여전하다. 정광용 회장도 “박사모는 여전히 박 대통령의 팬클럽으로 박 대통령을 향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