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시리즈, 라보·다마스 대체 시동…쏠라티-스타렉스 중간크기 미니버스 뷰도 곧 출시
중국은 1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같은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한국에서 무시당하던 가전 브랜드 하이얼은 세계 1위 가전업체로 등극해 중국 바깥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특히 드론 분야에서는 중국업체 DJI가 세계 절대 강자다. 국내에서도 대부분 촬영용 드론은 DJI이며 드론에 장착된 수평유지장치(gimbal)를 이용한 촬영용 장비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즉 ‘중국산’이라는 것이 더 이상 ‘싸구려’, ‘짝퉁’ 이미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에서는 한국에서 갓 걸음마를 뗀 시점이지만 중국차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중국 자동차는 중한자동차에서 수입하는 중국 북기은상기차의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이다. 북기은상기차는 중국 5대 자동차 브랜드인 북경기차그룹의 자회사로 북경기차그룹과 기술협력 하에 북경기차그룹의 수출용 차량 생산 및 자체 브랜드로 내수 차량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북경기차그룹은 현대차와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한자동차의 CK 미니트럭은 경트럭 라보(한국GM)의 대체 차종을 표방한다.
# 라보 대체 차량 1085만 원에 내놔
CK 미니밴 가격은 1140만 원(이하 부가세 포함 가격), CK 미니트럭 가격은 1085만 원이다. 이 차들은 한국GM에서 생산하고 있는 라보(경트럭), 다마스(경승합차)의 대체차종을 표방하고 있다.
라보와 다마스는 2013년 환경규제로 단종 계획을 발표했다가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국토부·환경부에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기로 해 2014년 생산 지속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6년의 유예를 준 것일 뿐 2020년에는 다시 단종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라보·다마스는 조수석뿐 아니라 운전석에도 에어백이 없고, ABS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다. 차체도 거의 20년 전 개발된 것이라 점점 강화되는 안전규제를 통과할 수 없을 정도지만, 소상공인들이 대체차종이 없다는 이유로 생산 지속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국GM이 생산을 중단하려는 것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거의 여론을 의식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대체차종이 있다면 생산을 중단할지 모른다.
라보의 최소 공급가는 761만 원, 다마스의 최소 공급가는 898만 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에어컨 가격 55만 원이 빠진 것으로, 에어컨 포함가는 816만 원, 953만 원이다. CK 미니밴·미니트럭과 각각 324만 원, 187만 원의 차이가 있어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CK 미니트럭·미니밴은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장착, ABS·TCS 같은 안전장비가 모두 들어 있다. 편의장치로는 파워스티어링, USB 소켓이 달린 오디오, 심지어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까지 장착돼 있다. 라보·다마스가 안전규정을 모두 만족시킨다면 나올 만한 가격이다.
내관의 플라스틱 재질이 고급스럽진 않지만 내외관 디자인을 보면 중국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모양새도 괜찮다. 또 까다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만족시켰고 2년 넘게 국내 테스트를 거치는 등 공을 들였다. 다만 1350cc급 가솔린엔진을 장착해 경차 우대는 받지 못한다.
현재 라보·다마스가 단종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국내산 모델은 상급의 현대자동차 포터2가 유일한데, 최소 판매가가 1530만 원으로 라보의 두 배 이상이다. 이와 비교하면 CK 미니트럭·미니밴이 라보·다마스의 대체재가 될 만하다.
한편 북기은상기차가 한국 수출을 결정한 데는 중국 내부 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품질 낮은 자동차업체들의 난립으로 중국산 이미지가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차업체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에 수출한다는 것만으로도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수요가 비교적 탄탄한 저가차량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를 알린 뒤 상급의 모델들을 들여오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한자동차는 연내 싼타페급의 중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S6’를 들여올 예정이다. 현재는 저가 차량에서만 중국산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머지않아 한국차들과 경쟁할 날이 올 것이다. 중한자동차는 이미 전국에 35개 대리점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도 대거 들어올 수 있다. 또 전기차 부문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는 중국에서 전기차가 들어와 시장 지배력을 키울지도 모를 일이다.
포톤 툰랜드는 비교적 고가(3320만 원)지만,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하다.
# 저가차량 벗어나 보급형도 판매 저울질
중한자동차 외에도 국내 판매 중인 승용차로는 대웅자동차가 수입·판매하는 포톤(Foton) 툰랜드(Tunland)가 있다. 2800cc급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161마력, 36.1㎏·m 토크를 내뿜는다. 국산 코란도 스포츠보다 크고 타코타 같은 정통 미국산 픽업트럭급 포스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3320만 원이라는 프리미엄급 가격 때문에 판매가 왕성한 편은 아니다.
이것도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비친다. 대웅자동차는 연내 15인승 다목적 미니버스 뷰(View) CS2를 출시할 예정이다. 15인승이면 현대차 스타렉스와 쏠라티의 중간급이다. 이 역시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원·어린이집 등 통학용을 겨냥한 것이다. 즉 쏠라티는 크고 비싸고, 스타렉스는 작다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중국산 선롱버스 두에고는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2013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한 중국산 선롱버스의 두에고(Duego) 모델(7795만 원)은 서울 접경도시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버스는 시내버스·시외버스 운송업체에서 대량 구매를 하므로 품질만 보장된다면 가격경쟁이 얼마든지 가능한 품목이다. 다만 이 제품은 승차감이나 고장수리 등의 불편으로 최근에는 화제에서 다소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두에고는 2015년 안전장치 결함으로 리콜 명령을 받았다. 운전석 옆 조수석에 3점식 안전벨트가 아닌 2점식을 달았던 것과 그마저도 몸무게 100㎏ 이상 되는 사람은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짧았던 것이 이유였다. 아직 한국시장에 적응하기에는 디테일이 조금 모자란 듯 보이지만 이마저도 향후 수년 내에 개선된다면 상업용 차량 시장에서는 중국산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