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남성·굶는 여성 뱃속 기름 ‘덕지 덕지’
남들보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이거나 업무상 술자리가 잦다면, 바쁘다는 핑계로 꾸준히 운동도 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한다면,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에는 식사부터 굶고 보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당신도 ‘마른 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그대로 방치하면 내장지방 때문에 당뇨병, 심장병 등의 위험을 높이는 등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이나 심장병 환자가 많은 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내장지방 때문이다. 체중보다는 허리둘레를 줄여야 하는 마른 비만에 대해 알아본다.
흔히 비만인지 알아볼 때 쓰는 방법은 BMI라고도 하는 신체비만지수(체질량지수)로, 자신의 체중을 미터로 환산해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 방법은 키와 체중만 알면 누구든지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동양인의 경우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에 속한다. 18.5~23 사이일 때는 정상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체내에 지방이 과다하게 쌓여 있을 때를 ‘비만’으로 본다. 체지방률의 정상 범위는 남성은 10~20%, 여성은 15~25%인데 체지방을 측정했을 때 이 범위를 벗어나면 비만이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전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BMI 수치가 정상이라 해도 체지방측정기로 측정했을 때 체지방률이 남성은 25%, 여성은 33%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한다”며 “남성들은 주로 과다한 음주나 운동 부족, 여성들은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몸속의 근육량이 줄고 지방은 늘어나는 ‘저근육 과지방 체형’ 즉 마른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체지방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복부를 촬영했을 때 내장지방의 면적이 100㎠으로 나와도 비만이다. 배둘레로 볼 때는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마른 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마른 비만은 보통의 비만과 달리 체중이 정상 범위이고, 겉으로 보기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아예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혈액 속의 중성지방이 대사되지 못하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혈관의 내피세포와 유전자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얼마 전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미순환기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마른 비만인 경우 당뇨병,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팀은 “정상 체중인 사람이라도 과도한 체내 지방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뇨나 심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경우 고민거리인 군살을 제거하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면 근육량이 더 줄어들어 오히려 더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되고 쉽게 피로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른 비만을 없앨 수 있을까. 마른 비만은 체중보다는 허리둘레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이 포인트.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때 1개월, 3개월 하는 식으로 기간을 정해놓고 확실하게 실천하면 효과적이다. 어렵더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3개월 정도만 신경을 쓰면 좋은 식습관과 운동습관이 저절로 몸에 배고, 자신감이 생겨 계속 실천할 수 있다.
▲ 마른비만 남성환자의 CT사진. 피하지방은 아주 얇지만 내장지방이 상대적으로 많다. | ||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0.8~1g 정도. 즉 몸무게가 60㎏이라면 60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생선 한 토막이나 닭가슴살 한 점에는 10g, 저지방 우유·두유 한 잔과 달걀 흰자 한 개에는 6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기 위해 하루 1500㎉ 미만의 저열량식을 하는 사람은 단백질을 체중 1㎏당 1.2g 정도로 더 많이 먹는 게 좋다. 하지만 단백질 함량을 일일이 따지기 어려우므로 단백질 식품을 전보다 더 섭취한다는 생각으로 먹도록 한다.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는 기름기를 없앤 살코기로 먹고, 상대적으로 포화지방이 적은 닭고기나 저지방우유, 불포화지방이 많은 생선, 콩, 두부, 달걀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느 한 끼를 거르면 다음 끼니를 과식, 폭식하기 쉬운 데다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 작용해 다음 끼니로 섭취한 것을 모두 지방으로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끼니를 거르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기초대사량 이하로 너무 적게 먹는 것도 삼간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기초대사율이 낮아져서 내장지방을 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고로 기초대사량은 심장을 뛰게 하고 호흡을 하며 체온을 조절하는 등의 기본적인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소모율을 말한다. 기초대사량이 높으면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많아 체중감량에 더 유리하다. 나이가 들면서 ‘나잇살’이 잘 붙는 것도 기초대사량과 관련이 있다. 20세 이후에는 기초대사율이 매년 2~3% 정도 떨어지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섭취열량, 소비열량에 큰 변화가 없어도 살이 잘 찌는 것이다.
아울러 꾸준한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1주일에 5회 이상 운동을 하되 운동시간은 1회에 30분~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이때의 운동으로는 걷기나 조깅, 자전거 등의 유산소 운동만 하면 안 되고 근육량을 늘려주는 무산소 운동, 즉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한다. 지방분해 효과가 큰 것은 유산소 운동이지만 근육량이 많아져야 기초소모량이 늘어나 쉽게 살이 찌지 않는 체형으로 바뀐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든 경우에는 식후에 15분 정도라도 가벼운 산책을 해주면 좋다. 이렇게만 해도 소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정작 군살을 빼고 싶은 아랫배나 허벅지, 팔뚝의 살은 빠지지 않고 얼굴 살만 빠져서 고민이라면 병원에서 하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군살이 잘 달라붙는 부위는 대부분 지방 축적은 잘 되지만 빨리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이런 부위의 살을 없애는 데는 지방흡입술 또는 지방분해 주사를 놓은 다음 초음파, 고주파 등으로 혈액으로 빠져나온 지방산이 먼저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만드는 비수술적인 요법이 쓰인다.
물론 이런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에도 식습관과 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다시 살이 붙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