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형 공공급식센터’ 선포식 개최, 이춘희 시장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 공급이 목표”
[세종=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세종시(시장 이춘희)가 7일 로컬푸드 ‘공공급식센터’ 선포식을 개최하며 ‘이춘희 표 로컬푸드 정책’의 ‘2막’을 열었다.
이날 이춘희 시장은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값싼 음식을 제공해 왔다”며 “공공급식센터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정성을 담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패스트 푸드에서 슬로우 푸드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공공급식센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지역농산물을 공급하는 개념을 넘어 급식센터가 먹거리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춘희 농업정책의 ‘표본’, 공공급식센터
공공급식센터는 이춘희 시장의 농업정책의 표본이자 복합물이다.
이 시장의 농업은 세종시의 탄생이 가져온 도시와 농촌 간의 벽을 허무는 매개체이다.
이춘희 시장의 농업정책은 두 가지 트랙(Track)으로 이뤄지는데 하나는 지역 대표 특산물인 배와 복숭아 등 과수농사를 짓는 대농 중심의 근교·관광·식품연계형 농업이다. 직거래 형태의 판로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또다른 트랙은 소농 위주의 로컬푸드 사업이다. 로컬푸드 사업은 지역의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지역의 도시민들에게 직접 공급해, 수요자에게는 좋은 먹거리를, 공급자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과수농사를 짓는 대농과 부농은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이지만 빈농과 소농은 그렇지 못하다. 로컬푸드 사업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대농과의 소농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이 시장 표 로컬푸드 사업 시발점이었던 로컬푸드 직매장 ‘싱싱장터’는 순조롭게 안착하는 모양새다. 생활권 별 1개점씩 개장하며 로컬푸드의 거점지구 역할을 맡게된다.
세종시가 추진 중인 로컬푸드 사업의 2단계는 로컬푸드 식당 ‘싱싱밥상’이다. 이곳은 도시민과 농업인이 한곳에 어우러지게 만드는 장소다. 싱싱밥상을 체험관광과 연계하는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공공급식센터는 싱싱장터와 싱싱밥상을 한데 묶은 로컬푸드 사업의 복합모델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싱싱장터’가 다품종 소량생산이었다면 공공급식센터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진다.
▲왜 공공급식지원센터 인가?
이춘희 시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공공급식센터는 유통단계를 줄여 아이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학교 영양사는 식자재를 편리하게 공급받을 수있으며 지역 농업인들에게는 판로를 확보하게 해준다”며 센터의 장점을 밝혔다.
세종시 공공급식센터는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증대를 목표로 한다.
공공급식센터는 그동안 각 학교가 개별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납품받던 식재료를 한데 모아 입찰, 식재료 안전검사, 유통, 원활한 공급 등 총괄 관리한다.
센터를 거치게 되면 각 학교의 영양사가 담당했던 식재료 검수를 이제는 교육청과 시청, 농산물품질관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서 파견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맡는다.
또한 공공급식센터는 최저가 입찰이 아닌 식자재 안전기준에 부합한 업체와 계약해 납품을 받는다. 다량의 식자재를 공급받으니 자연스럽게 개별 계약시 단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절약된 식품비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풍성한 식탁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식재료 납품업체의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이 학교급식을 위험에 빠뜨린 사례는 많다.
최근 대전은 낮은 급식 보조금으로 학생들에게 ‘저질급식’을 제공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저질급식의 이유로 식재료의 최저가 입찰제가 지적되고 있다. 납품업체가 적은 비용으로 학교 영양사의 기준에 맞는 식자재를 구입하다보니 양이 적어지거나 저질의 식재료를 공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현재 공공급식지원센터가 없다.
벽지학교의 불안정적인 식자재 공급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벽지의 학교는 납품하는 식자재 수량이 적고 배송거리가 길어 납품을 꺼리는 업체가 많다. 공공급식센터에선 벽지든 도심이든 상관없이 모든 학교의 식재료를 일괄 제공받고 배송하기 때문에 벽지학교의 걱정을 덜 수 있다.
또한 학생수에 따라 다르던 식재료 단가도 통일돼 모든 학교에 차별없는 식단이 구현 된다. 납품업체들은 수익이 보장돼 안정적인 공급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세종시에 공급되는 급식 식자재를 모두 관리해 전염병과 식중독 원인추적 및 예방의 역할도 맡게된다.
▲‘세종형 공공급식센터’의 모습은?
세종시가 직접 공공급식센터를 운영한다. 다만 시는 컨트롤 타워로서 식재료의 안전한 식품과 안정적 공급에 집중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행정인력 6명 만이 투입된다. 이 중 2명만이 계약직으로 상근하며 나머지는 시청과 교육청의 파견인력이다.
센터는 식재료 간소화와 식품 간소화에 주력한다. 각 학교의 영양사가 주문하면 급식센터에는 취합된 모든 품목을 정리해 식재료를 발주한다.
식재료는 전 날 납품을 받아 파견된 영양사와 수의사가 식재료를 검수한다. 검수에 통과못한 식재료는 되돌아가고, 통과된 식재료는 센터에서 보관되다 당일 오전 각 학교로 배송된다. 모든 배송은 납품업체가 담당한다.
식품의 안전성이 높아진다. 시는 기존 세종시 학교에 식자재를 납품하던 업체들을 그대로 센터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다만 업체들은 센터의 높아진 안전성 기준에 부합해야한다.
예를 들어 축산물의 경우 HACCP 인증을 충족해야한다. 현재 세종시 학교에 납품하고 있는 4곳중 2곳이 HACCP 인증을 받지 못해 급식센터 납품을 못하게 됐다. 시는 이 업체들에게 시설을 갖춘 후 1년뒤 다시 심사를 받게 했다. 가축위생연구소와 축산물평가원이 검수한 무항생제 축산물, 특히 계란의 경우는 로컬푸드 유정란만 받는다.
농산물의 경우 HACCP은 물론 친환경 농산물이어야한다. 시는 납품업체와 지역농가간 조직화도 유도 하고 있다. 농산물 납품업체는 현재 2곳이 통과했다. 이외에도 방사능 검사 등의 기준도 강화됐다.
가공품은 GMO 여부, 방사능, 잔류농약, 방부제, 첨가물 등이 철저히 검사된다.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급식 식재료 로컬푸드 현물공급은 공공급식센터의 1단계 시범사업이다. 현재 관내 28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같은 식재료 품질검사를 거치고 있다.
▲세종시의 큰 그림, 농촌 경쟁력 강화·농산물 기획생산
세종시는 공공급식에 로컬푸드를 공급해 로컬푸드의 시장 장악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 로컬푸드과의 조사결과, 세종시 학교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은 300여 종이며 이중 상위 25품목이 전체의 80%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쌀, 감자, 무, 파 등 13개 품목이 지역에서 공급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2020년까지 급식 식자재에서의 로컬푸드의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가공품 중 김치의 경우 지역업체 또는 지역에 시설을 갖춘 업체만 납품 가능토록 하며 두부나 콩나물의 경우 마을이나 협동조합에 납품을 맡길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농가에 기획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농가는 기획생산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생산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게 된다.
▲공공급식센터의 미래, 납품 투명성에 달렸다
시는 오는 2020년까지 공공급식센터를 안착시키고 범위를 학교급식에서 군부대, 공공기관, 취약계층의 급식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식농교육의 메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춘희 시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센터건물 건립, 로컬푸드의 원활한 원물확보, 가공품 검수, 원산지 관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납품업체와의 투명한 계약관계다.
향후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공공급식센터의 비대화로 납품업체와의 계약이 주요 과제로로 떠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비대화는 납품비리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 납품업체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공성 짙은 계약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8월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우려에 대해 “우리 직원들을 믿는다”는 말로 일축했다.
공공급식센터의 안정적인 추진도 보장돼야 한다. 이춘희 시장을 이어받는 민선 3기 집행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공공급식센터’의 안착 여부에 세종시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ynwa21@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