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땀·발 냄새 맡고 은밀한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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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밝혀진 모기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3천여 종류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기는 50여 종으로, 이 중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중국얼룩날개모기 두 종류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모기는 산림이 무성한 곳에 주로 살고, 도시에 흔한 것은 질병과 관련이 없는 빨간집모기가 대부분이다.
‘적을 아는 만큼 이긴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올 여름에는 모기에게 하는 헌혈을 줄이고 싶다면 모기의 습성부터 알아야 한다.
우선 모기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25~30도, 시간대는 오후 7시 이후다. 사람을 무는 것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산란기의 암컷 모기다. 피를 많이 빨수록 더 많은 알을 낳아 번식시킨다. 수컷 모기는 꽃의 꿀이나 이슬 등을 먹고 산다.
그렇다면 모기가 빨아먹는 피는 어느 정도의 양일까. 우유 한 방울 정도의 양으로, 자기 몸무게의 2~3배에 이른다.
산란기의 암컷 모기는 수컷 모기가 접근하는 것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 인터넷의 모기 퇴치 툴바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수컷 모기의 날개소리와 같은 주파수의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줘 암컷 모기를 쫓는 원리라고 한다.
창문이 열린 곳도 없고 도무지 모기가 들어올 만한 곳이 없는 데도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가 날 때가 있다. 모기는 2mm가량의 아주 작은 구멍만 있어도 몸을 움츠리고 침입한다. 혹시 방충망 가장자리에 조금만 벌어진 틈이 있어도 어김없이 집안에 출몰한다. 방충망에 문제가 없다면 베란다 섀시 아래 배수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원래 모기는 7~8m 정도 날아오르지만 요즘은 고층아파트에서도 예외 없이 극성스러운 모기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현관 출입문을 여닫을 때 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고 잔 날이면 유난히 모기에게 집중공격을 당한다. 다 이유가 있다. 20m 밖에서도 냄새를 맡고 달려들 정도로 후각이 뛰어난 모기가 술이나 화장품, 바디용품, 향수 같은 각종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은 냄새뿐만 아니라 땀냄새, 발냄새까지 좋아한다는 사실!
그래서 저녁이나 밤 시간에 운동을 하고 씻지 않고 자는 것도 금물이다. 미국 농무부와 플로리다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인체가 젖산과 지방을 태울 때 생기는 아세톤,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이염기이황화물 등이 모기를 유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부위보다 다리를 많이 물리는 것도 다리에서 젖산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기는 열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같은 방에서 잠을 자도 어른들은 멀쩡한데 아기들만 온통 모기에 물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기들은 어른보다 체온이 조금 높다. 따라서 아기를 재울 때는 벽에 붙여서 재우지 않도록 한다.
⇒ 잠자리에 들기 전에 깨끗이 씻어서 땀이나 발냄새가 나지 않도록 청결을 유지한다. 화장품이나 향수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아예 전신샤워를 하면 체열을 낮출 수 있어서 모기에게 덜 물린다.
다른 여름철 옷보다는 비교적 두꺼운 청바지를 입었는데도 모기에게 물릴 때가 있다. 청바지의 푸른색이 모기가 좋아하는 색의 하나로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모기는 파장이 짧은 푸른색 보라색 검은색 등의 진한 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몸에 꼭 달라붙은 옷을 입는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모기의 공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모기의 공격을 막고 싶다면 진한 색의 옷을 피하고 옅은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달라붙는 것보다는 헐렁한 옷을 입도록 한다.
자신의 몸이나 벽 등에 달라붙은 모기를 잡을 때는 파리채나 다른 것으로 잡도록 한다. 드물기는 해도 2002년 미국에서 모기를 손으로 잡은 뒤‘브라키올라 알제레’라는 곰팡이균에 근육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있다. 모기 몸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가 피부를 통해 감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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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제품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 등의 해충을 제거하기 위한 살충제이지만 피부나 호흡기 등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되면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모기약 속의 ‘피레스로이드’라는 성분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체내에 들어오면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고 마비나 두통, 비염, 천식 등의 신체 이상을 부를 수 있다.
미국 마이애미대와 듀크대 연구팀이 3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살충제 사용에 대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살충제에 노출된 사람의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1.6배가량 높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유전적 결함 외에 살충제 노출이 파킨슨병 발병의 주 위험인자”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몸에 직접 뿌리는 모기약에 영·유아에게 사용이 금지된 ‘디에칠톨루마이드’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코일 형태의 모기향 한 개를 실내에서 다 태웠을 경우, 무려 담배 100개비를 피웠을 때 발생하는 것과 같은 양의 미세분진과 50개비 담배 분량의 ‘포름알데하이드’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살충 효과가 있는 제품을 가능하면 적게 사용하고, 천연 향이나 소재를 사용해서 해를 줄인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떤 제품이든 일단 사용한 후에는 환기를 잘 시켜야 한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특히 뿌리는 제품을 쓴 후에는 환기를 충분히 시킨다. 액체나 전자모기향은 머리맡 반대편에 두고,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도 조금 번거롭더라도 해가 없으면서 모기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요즘에는 간단하게 펼치고 접을 수 있는 제품들이 나와 있다.
모기에 물리면 가려워서 자기도 모르게 긁게 된다. 모기는 피부에 앉으면 모세혈관에 두 개의 침을 꽂고 타액을 먼저 분비한다. 이 타액이 피가 굳어지는 것을 막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을 잘 빨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뇌염이나 말라리아 등의 질환도 이때 사람에게 옮긴다.
가려움증은 바로 모기가 분비하는 타액에 대한 우리 몸의 알레르기 반응이다. 유해 물질의 침입을 감지하고‘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보통 가려울 때는 침을 바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침을 바르면 순간적으로 가려움이 덜하긴 하다. 알칼리성인 침이 산성인 벌레의 독성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침 속에 있는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침 1㎖에는 무려 1억 마리의 세균이 들어 있다고 한다.
모기에 물렸을 때는 침을 바르기보다는 알칼리성인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게 낫다. 암모니아수가 없을 때는 물린 부위를 물로 씻은 다음 얼음찜질을 해주면 빨리 가라앉는다. 너무 심하게 부어오르고 진물이 날 때는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등이 들어간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무심코 긁지 않도록 거즈나 밴드를 붙이는 것도 좋다.
바야흐로 휴가철을 앞두고 바다로, 산으로 놀러갈 계획을 짜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디로 가든 모기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는 만큼 대비책을 잘 세워야 한다. 이런 데서 모기에 물리면 집에서 물리는 것보다 더 많이 붓고 가려움도 심하다. 자칫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다가는 여기저기에 모기 물린 자국이 남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해가 진 후에 외출을 할 때는 곤충기피제 같은 것을 옷, 피부에 뿌리면 좋다. 파는 곤충기피제가 없거나 유해 성분 때문에 사용하기가 꺼려진다면 천연 곤충기피제를 사용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레몬즙이다. 외출 전에 팔이나 다리처럼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분에 레몬즙을 바르고 나간다. 다음날 아침에는 깨끗이 씻도록 한다. 요리에 쓰고 남은 레몬껍질이나 쑥을 햇볕에 바싹 말려 놓았다가 모기향을 피우듯이 태워도 좋다.
계피도 모기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 계피가루를 작은 통에 담아 여기저기 놓아둔다. 바닷가로 휴가를 떠날 때는 작은 주머니에 계피가루를 담아서 가지고 다닌다. 현관에도 계피가루를 놓아두면 문을 여닫을 때 같이 들어오는 모기의 침입을 줄일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인하대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