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킬힐’ 당신 허리 Kill
26개의 뼈와 100개가 넘는 인대, 근육, 힘줄, 신경 등이 매우 복잡하게 관련된 인체 부위는? 바로 발이다. 때로는 냄새 때문에 푸대접을 받지만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심장에서 뿜어낸 피를 신체의 가장 밑바닥에서 다시 펌프질해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발은 이렇게 중요한 발은 물론 척추, 관절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신발이 이른바 ‘문제 신발’들이고, 어떤 신발을 신는 게 좋은지 알아보자.
하이힐&킬힐
다리를 더 길어 보이게 하는 킬힐은 영화 제목 ‘킬빌’을 패러디한 용어로, 7~8cm였던 하이힐의 굽 높이가 10~15cm 이상으로 높아진 구두를 말한다.
▲ 하이힐&킬힐.(맨 위 사진) 플랫슈즈.(가운데 사진) 글래디에이터슈즈.(맨 아래 사진) | ||
걸을 때마다 무릎과 발목에 지나치게 힘을 주기 때문에 관절염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하이힐이나 킬힐을 많이 신는 여성들을 보면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 생겨 발의 모양까지 미워지는 경우가 많고 티눈, 발목 염좌, 굳은살 등도 흔하다. 심하면 무릎 관절염, 요통까지 초래한다.
주로 남성들이 많이 신는 키높이 구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심어줄지는 몰라도 하이힐, 킬힐처럼 척추, 관절건강에 나쁘다. 키높이 깔창을 추가로 넣어서 신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랫슈즈
반면 플랫슈즈나 젤리슈즈는 굽이 1cm 이하로 낮아 보기에는 편해 보인다. 하지만 직접 신어보면 발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굽이 없고 쿠션이 약해 걸을 때 땅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발바닥에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특히 발의 뒤꿈치는 하이힐을 신을 때보다 1.4배나 높은 압력을 받는다. 하이힐이 발 앞꿈치에 지나친 압력을 주는 것처럼 플랫슈즈 역시 발 뒤꿈치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플랫슈즈나 젤리슈즈를 오래 신으면 발바닥이나 무릎관절, 고관절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보다 체중이 10kg 이상 늘어나는 임신부는 특히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굽이 넓적하고 쿠션이 있는 신발이 좋다.
글래디에이터슈즈
가죽 끈으로 발목을 감아 올린 형태의 신발의 글래디에이터 슈즈.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등장하는 로마 병정들이 신었던 신발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는 낮은 굽의 신발이었지만 최근에는 하이힐처럼 굽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끈만으로 발을 잡아주기 때문에 발목이 불안하다. 또한 대부분 끈과 밑창이 단단히 고정돼 있어 걸을 때 발의 모양에 따라 밑창이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굽까지 높으면 발목을 삘 가능성이 크다.
▲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가 발질환으로 내원한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을지병원 | ||
새로 신발을 산다면 신발의 모양에만 신경을 쓰기보다는 기능을 생각해서 편한 신발을 고른다. 관절에 부담을 적게 주는 굽의 높이는 2~4cm다.
하이힐, 킬힐처럼 굽이 높은 신발을 고를 때는 밑창이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지 바닥을 눌러본다. 가능하면 푹신하고 부드러운 것을 구입한다. 앞코는 너무 좁은 것보다는 넓고 푹신한 것이 발이 덜 피로하다.
그렇다고 통굽 신발을 고르는 것은 금물이다. 하이힐이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를 주는 것보다 통굽이 더 많은 무리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경태 교수는 “사람이 정상보행을 할 때는 발의 중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신발과 발이 구부러진다. 대부분의 신발은 바닥이 얇아서 이런 굴곡운동이 가능하지만 통굽 신발은 굽이 구부러지지 않아 걷는 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보행을 하면 무릎에 더 많은 무리를 주고, 결국 무릎 관절염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양발의 크기가 다르다면 양발의 중간크기에 맞춰 신발을 고르거나 큰 발에 맞는 크기로 고르고 작은 쪽 발의 신발이 헐거울 때는 양말을 두 켤레 신는 방법이 있다.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쪽 발이 크고, 왼손잡이는 오른쪽 발이 크다.
또 오전보다는 저녁 무렵에 신발을 사는 것이 좋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발이 가장 작고, 저녁 무렵에는 5~10mm까지 커진다. 신발을 신어볼 때는 선 상태에서 신어보는 것이 정확한 느낌을 알 수 있다. 의자에 앉았을 때보다 서 있을 때 발 사이즈가 10mm까지도 커진다.
편한 신발을 신는 것과 함께 족욕, 발마사지 등으로 발의 피로를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족욕을 할 때는 42~44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10~15분간 발을 담근다. 발의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근육의 피로가 풀린다.
발이 쉬 피로하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발에 있는 소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가락으로 타월 집어 움직이기,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반복하기, 계단 끝에서 앞발만 대고 뒷발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발가락으로 공기돌 줍기 등을 하면 효과가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