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하는 섹스’가 더 위험하다
▲ 릴랙스~ 복상사는 성관계시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한다. 특히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음주 후 성관계에 주의해야 한다. 영화 <썸머타임>의 한 장면. | ||
복상사를 부르는 원인으로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몸은 성관계 중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순간, 혈압이 크게 상승한다. 성관계 시에는 평소보다 혈압이 최대 110㎜Hg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처럼 혈압이 급상승하면 평소 심장, 뇌의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이다.
“특히 육체적인 피로가 쌓여 있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는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이윤수 원장(이윤수비뇨기과)의 설명이다.
때문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이들 질환으로 이미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복상사의 위험이 높다.
참고로 2007년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27.9%)이고, 2위가 뇌혈관 질환(뇌졸중 12%), 3위가 심장질환(8.8%)이었다. 2위와 3위 모두 혈관성 질환으로, 이 둘을 합치면 20.8%에 이른다. 문제는 혈관질환으로 치료 중인 환자나 자신이 혈관질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복상사는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훨씬 많이 발생한다. 이유인즉 성관계를 할 때 흔히 취하는 남성상위 체위에서 남성들의 에너지 소모량이 크기 때문이다. 사정을 하기 직전 혈압, 맥박수, 호흡 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게 된다. 때문에 복상사의 위험이 있는 남성이라면 남성상위보다는 여성상위 체위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고 여성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평소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심부전으로 오는 심장사가 많은데, 이때는 성교 도중보다는 성교 후 몇 시간이 지나서 취침 중에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뇌졸중으로 인한 돌연사가 많다. 이때는 성교 도중에 갑자기 발작, 사망한다.
복상사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대와의 성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배우자와의 성관계에서 발생하는 복상사는 2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혼외정사에서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혼외정사의 경우 더욱 무리해서 격렬한 성관계를 하기 때문에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본다. 또한 심리적으로 죄책감, 불안감을 느끼고 조급한 마음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복상사가 잘 일어나는 장소는 집 이외의 곳이다. 야외나 모텔, 호텔, 차 안 등에서 모처럼 분위기를 잡고 한껏 정열을 불태우는 경우에 복상사의 위험이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복상사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찾아오는 돌연사의 한 형태이기는 해도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심장 상태를 체크한다
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중년 이후에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심전도 검사나 운동부하검사 등으로 심장의 기능을 꼼꼼히 체크한다. 검사 결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이 있다면 남들보다 심장 돌연사의 위험이 높아진다. 성관계 시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117회로, 안전을 위해서는 운동부하 검사를 받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으로
건강의 지표가 되는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는 항상 정상으로 유지한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질환이 발견되었다면 바로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을 하는 동시에 과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삼간다.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도 고려한다.
△ 흡연·과음은 멀리해야
흡연자라면 담배부터 끊어야 한다. 흡연을 하면 담배 속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이 혈관을 보호하는 혈관 내막을 파괴하고, 혈관벽에 상처를 낸다. 또 좋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늘린다.
이윤수 원장은 “흡연은 각종 암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호흡기, 심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만성 흡연자일수록 심장마비의 위험이 높고, 따라서 복상사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술을 마신 후 성관계를 가질 땐 주의해야 한다. 약을 복용해도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일 때는 더욱 주의한다. 흡연과 마찬가지로 음주 역시 혈압을 올리는 등 복상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알코올이 심장근육을 직접 공격해서 파괴하는 알코올성 심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음은 금물이다.
△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와 상의해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복용하기 때문에 음경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다량으로 복용하면 안 된다. 전신의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자칫 급성 저혈압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의사와 상의한 후에 발기부전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심증이나 심부전, 뇌출혈, 뇌경색 등의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질산염제 등이 들어 있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발기부전 치료제를 쓰기 전에 의사와 상의한다.
또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후에 심장발작이 생겼다면 복용 사실을 의사에게 알린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지 24시간 이내에 써서는 안 되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 안전한 성관계를 한다
평소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나쁜 사람은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성관계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6개월 이내에 뇌졸중, 심근경색이 발생했다면 전희를 충분히 해서 심장박동이 서서히 증가하도록 하고, 남성상위보다는 여성상위 체위로 한다. 시간은 피로가 덜한 아침 시간대가 낫다. 음주나 식사 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성관계를 삼간다. 최근 2개월 이내에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이 생긴 경우에는 당분간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 때문에 성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주치의나 심장 전문의와 상의하고, 관련 검사를 받는다. 한번 심근경색을 경험한 이들은 대부분 성생활에서 크게 위축된다. 실제로 심근경색 후 남성은 성생활 빈도가 약 40~70% 감소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44%가 성생활 빈도 감소를, 27%가 성생활 중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통증, 피로감, 성적 욕구 감소 등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감으로 안전한 성행위마저 피할 필요는 없다. 성행위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2층 계단을 오르거나 20개의 계단을 10초에 오르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이 정도의 활동이 가능하다면 안전한 성행위를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윤수비뇨기과 이윤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