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기타리스트 김지희씨 인터뷰
기타리스트 김지희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반만에 태어난 미숙아로 태어나 병원에서는 지적장애 2급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자라면서도 발육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었던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했고 수업진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하는 소극적인 소녀였다. 그러던 소녀가 기타를 만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감동의 아름다운 기타선율을 재능 기부하는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정기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타 연주를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가 선사하는 김지희씨을 만났다.
- 기타를 시작하게된 동기는?
“지적장애 2급인 저는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고등학교 때까지 수업시간에 외로이 그림만 그리던 아이였습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던 제가 아빠의 권유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타 신동인 정성하군의 연주 동영상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2년 처음으로 핑거스타일 기타연주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운지 3개월 만에 뮤직캠프에서 영화음악 작곡가 겸 성신여대 교수이신 이병우 기타리스트를 멘토로 만나 제 기타 인생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핑거스타일 기타연주 배운지 6개월만인 2012년 10월 TJB대전방송주관 전국 장애학생 음악콩클 고등부 관현악부문에 금상을 받았습니다.”
- 핑거스타일 기타를 간단히 설명해 준다면.
“핑거스타일은 음악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인 멜로디, 리듬, 화성을 한 대의 기타로 표현해 내는 주법입니다. 주법을 이용해 팝, 재즈, 클래식, 뉴에이지, 블루스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재능기부 공연
- 기타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은.
저는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반만에 나온 미숙아였고 모든 성장과정이 다른 아이와 다르게 몇 년씩 느려 6살 때 엄마아빠라는 말을 했답니다. 유치원때부터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울고 오는날이 더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언어장애연구소를 3년간 다녔지만 말하는 것이 두려웠고 일반 아이들과는 전혀 말을 트지 못해 제가 말 한마디라도 하면 아이들은 신기해할 정도 였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했고,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혼자 졸거나 좋아하는 그림만 그렸습니다. 사회성도 전혀 없었고 바깥세상이 무서워 혼자 먼길을 나가는것도 두려워했습니다. 동네 놀이터도 혼자 못갔습니다. 그런 저에게 부모님은 학교를 멀리 보낼 수 없어서 13살 때 집앞학교를 보내기 위해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당시 정신지체장애 2급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해서 도움실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그림에 소질이 있어 외로움을 그림으로 달랬습니다. 그리하여 그림으로도 많이 성장했었습니다. 상상력의 그림은 조금 부족하여 중1때부터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집중력이 발달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을 사귀는 부분은 어려웠고 그런모습을 볼때마다 부모님들은 항상 마음을 아파했습니다. 엄마는 성인이 되어서도 제 걱정 뿐이셨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본 아빠의 권유로 시작된 기타로 인생이 180도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 영향을 받은 음악인은 누구고, 어떻게 연습했는지.
“클래식 기타의 대가이신 이병우 교수님과 핑거스타일기타리스트 정성하님의 연주입니다. 핑거스타일 연주를 2012년부터 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는 개인레슨을 통해 클래식과 핑거스타일 연주를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집에서 틈날 때 마다 배운 곡을 연습하며 곡을 외워 완성하고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혼자 영상으로 포크송 등을 배워 즐겁게 노래도 부르며 연주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기타리스트가 되고픈 지망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핑거스타일 연주는 악보를 보는게 어려워도 TAB악보라는 악보가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습니다. TAB악보 보는 요령을 터득하면 충분히 기타를 연주할 수 있습니다. 기타는 음악입니다. 즐겁고 신나게 연주하면 됩니다. 딱딱하게 정석대로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타를 치면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일반사람들보다 조금씩 느리고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말고 즐겁게 공부하시길 권유 드립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핑거스타일 기타연주를 배운지 채 1년도 안되었을 무렵인 2013년 2월 5일 평창 동계 스폐셜 올림픽 폐막식 성화소화타임에 기타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101개국 선수들과 가족들로 꽉찬 용평돔에서 공연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나 보람 있고 행복했고 저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던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날은 제 고등학교 졸업식날이었습니다. 졸업식 대신 전세계인들 앞에서 연주를 한 저를 부모님은 너무나 대견스럽고 꿈만 같다고 하십니다.
김지희 가족
- 최근 공연 활동과 계획은?
“올 2월말부터 음악 다큐멘터리 ‘리틀 걸 블루’ 영화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김지희가 기타와 더불어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는 발걸음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촬영해 멋진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도전한국인상을 탄 계기로 LA 유스타미디어 대표님의 초청으로 작년 기적콘서트2에 이어 이번 7월 28일 미국 LA윌셔이벨극장에서 열린 급성백혈병등 혈액암환자돕기 및 발달장애인 돕기 기적콘서트4에 특별게스트로 출연했고, LA작가의 집에서 발달장애인돕기 미니콘서트도 하고 왔습니다. 9월 초에는 사이판에서 열린 인터네서널 페스티벌에 한인장로교회 초청으로 어머니가 속한 고은빛합창단과 함께 공연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매월 첫째주 화요일 오후 한시부터 한시 반까지 건양대병원 1층 로비에서 환우들을 위한 힐링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고, 매월 둘째주 목요일 오후 다섯시에서 여섯시까지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특설무대에서 정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과 지쳐계신 분들께 용기와 희망을 주는 따뜻한 감성의 기타리스트가 되도록 더 많이 노력해서 가족과 세상 모든 분들에게 항상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지희가 되겠습니다.“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