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초청 군민강좌서…“강진 떠날 때 됐다” 칩거생활 청산 의사 피력
사진=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강진 만덕산 하산을 앞두고 강진 군민들에게 사실상 고별강연을 했다. 조만간 칩거 중인 강진 만덕산 하산을 앞두고 그간 성원해준 강진군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강진아트홀에서 열린 제255회 강진 다산강좌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지난 2년여를 강진에 살면서 느끼고 본 ‘손학규가 바라본 강진 희망’을 주제로 사실상 고별강의에 나섰다.
그는 “이번 강진군 초청 강연은 강진 칩거 생활을 끝내라는 군민들의 의사로 생각한다”며 강진을 떠날 뜻을 공식화했다.
평소 ‘강진은 어머니의 자궁같은 생명의 원천’이라고 말할 만큼 강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손 전 대표는 2년여간 강진군민들의 생의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강진 사람들과 호흡했다.
다양한 행사에서 만났던 주민들의 웃음과 삶에서 본 강진 군민들이 간직한 남도 특유의 예향과 문화적 감수성, 낙관적 삶의 태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끈기에서 강진의 미래와 희망을 봤다고 전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강의 중에 영랑시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즉석에서 암송하고 결혼당시 교회에서 불렀던 찬송가 ‘햇빛되게 하소서’를 열창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강진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지난 70년대 강진 민주화운동의 본거지였던 강진읍교회를 수차례 방문했던 일, 경기도 지사 시절 경기도자엑스포와 강진청자축제간의 활발한 교류, 실학박물관을 지어 개관한 일을 꼽았다.
특히 다산실학을 경기도 중심사상으로 삼아 도정을 펼쳤다고 밝히며 사위도 강진사람이라고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그동안 토굴에서 칩거 중인 와중에도 다양한 군민 행사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며 함께하는 등 군민들과 걸음을 함께 해온 만큼 다산 강좌에는 많은 군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손 전 대표가 ‘만덕산을 하산한다’, ‘고별강연이 될 거 같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군민들이 앞 다퉈 손 전 대표를 보기 위해 강연장을 찾았다. 전국 각지에서 손사모 회원 등 2천여명의 지지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강진 도암면에서 올라온 박덕현씨는 “손학규 전 대표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강의가 될 것이란 기대로 찾아왔다“면서 ”지난 2년간 손 전 대표가 머무르면서 강진은 많은 선물을 받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군민들도 뜻깊은 선물들을 준비했다. 강진군 문화관광해설사 이을미씨는 군민을 대표해 ‘강진애’와 평소 손 전 대표의 부인 이윤영여사가 애창하는 ‘목포의 눈물’을 열창했다.
수필가인 강진군의회 김명희 부의장은 손 전 대표가 즐겨 읊는 이육사의 ‘광야’를 낭독했다. 강진의 명인 이지호 각자장이 ‘수처작주’를 새긴 서각을, 서예가 윤봉전 선생이 ‘경세제민’이란 쓴 휘호를, 김충호 서양화가가 손 전 대표가 머문 토굴을 그린 그림을 전달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다산선생이 목민심서 등 500여 권을 저술했지만, 해배 후 강진을 떠나 모든 저술을 총망라한 여유당전서를 완성했다”며 “엄혹한 시절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강진에서 희망의 씨앗을 뿌렸듯이 앞으로 더 나아가 큰 결실을 이루시리라 믿는다”고 건승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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