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사조’ 비타민뿐이랴
귤에 풍부한 영양소로는 우선 비타민 C가 있다. 귤 100g에는 40~50㎎의 비타민 C가 들어 있고, 보통 그대로 먹기 때문에 영양의 손실도 적다.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이 100g이므로 귤 2~3개만 먹으면 해결되는 셈이다. 물론 흡연자나 임신부는 조금 더 먹어도 좋고, 반대로 당뇨병이 있으면 당분 함량을 생각해서 1개 정도만 먹는다.
또한 귤에는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막고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비타민 E,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비타민 P(헤스페리딘)도 들어 있다.
임상빈 제주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들 영양소로 인해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미네랄 중에서는 칼륨이 풍부한데, 칼륨 역시 혈압을 낮추는 데 좋은 영양소”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양이 풍부하다 보니 귤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만 억제효과와 관련해 농촌진흥청과 제주대학교가 2005년도부터 시작해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개월간 고지방 사료와 귤을 먹인 쥐와 먹이지 않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귤을 먹인 쥐의 체중은 14.5%, 콜레스테롤함량은 29%, 혈압도 15%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콜레스테롤과 체중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항암효과와 관련해서는 제주도의 낮은 위암 발생률이 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주도 위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을 밑돈다. 2007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표한 세계 암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서울의 위암 발생률은 63.7명이지만, 제주도의 위암 발생률은 54.3명이다. 스페인 카탈란 종양연구소에서도 2006년 52만 145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귤을 하루 절반에서 한 개(50~100g)씩 먹었더니 위암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귤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항암, 항바이러스, 항염작용을 하고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는다는 내용이 소개된 바 있다. 일본의 연구에서는 귤의 과피추출액이 혈압 강하, 혈전 용해, 피부노화 억제,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밝혀진 바 있다.
귤과 궁합이 잘 맞거나 맞지 않는 식품은 어떤 것일까. 비타민 C가 풍부한 귤주스는 녹차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카테킨이 체내에 많이 남도록 하기 때문에 같이 마시면 좋다. 또 시금치의 철분 흡수를 도와주고, 고기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반면 복숭아, 살구와 같은 핵과류와는 잘 맞지 않는다. 귤을 게와 함께 먹으면 두 가지 모두 찬 성질의 식품이므로 좋지 않다고 한다.
맛있는 감귤을 고르려면 크기가 너무 크지 않은 것, 껍질이 탱탱하면서 얇고 과육과 분리되지 않은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이 푸르지 않고 마르거나 쉽게 떨어지는 것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너무 윤이 나는 것은 코팅 처리를 한 것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약간의 흠이 있고 가무잡잡한 점들이 있는 귤이 낫다”는 게 임상빈 교수의 조언이다.
색상을 보고 고르는 방법으로는 감귤 껍질이 등홍색으로 약간 붉은 색이 도는 것이 맛있는 감귤이다. 요즘에는 예전과는 달리 강제 착색은 하지 않는데, 강제 착색된 과실은 껍질이 등홍색이 아니라 노란색만 띤다. 한 가지, 10월 중순~11월 초순에 나오는 극조생 감귤의 경우는 껍질에 푸른 부분이 많더라도 덜 익은 것이 아니다.
감귤을 박스째 사서 먹을 때는 공기가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소금물에 씻어 농약을 제거하면 보름 정도는 상태가 괜찮다. 냉장고에 넣을 때는 비닐봉지에 구멍을 뚫은 후 일정량의 공기가 통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귤의 영양을 잘 섭취하는 법은 바로 하얀 속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먹는 것이다. 섬유소가 많아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도 한다.
대부분 버리기 쉬운 노란 겉껍질의 영양도 뛰어나다. 비타민 C만 해도 과육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으므로, 가능하면 귤을 껍질째 이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진다.
예를 들어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귤껍질(한방에서는 진피라는 약재명으로 부른다)을 차로 끓여 마시면 향긋하면서도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건강차가 된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감기 때문에 목이 아플 때도 진피차가 좋다. 물 1ℓ에 말린 귤껍질 10g 정도를 넣어 끓이다가 끓으면 불을 줄여 물의 양이 3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다. 여기에 꿀을 조금 타서 따뜻하게 마신다.
아이들 간식으로 쿠키를 만들 때도 귤껍질을 잘게 썰어 넣으면 색감이 예쁘고 향도 좋다. 오렌지처럼 귤을 껍질째 설탕으로 조려 만드는 마멀레이드도 좋은 활용 방법이다. 깨끗하게 씻은 귤과 귤 무게의 절반에 해당하는 설탕을 준비한다. 귤의 껍질을 벗겨 채 썬 다음 찬물에 주물러서 쓴맛을 빼고, 알맹이는 따로 으깬다. 으깬 알맹이와 껍질에 설탕을 넣고 1시간 정도 두었다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끓인다. 불을 줄여 40분 이상 거품을 걷어가며 조리면 마멀레이드가 완성된다.
이렇게 귤을 껍질째 이용할 때는 가능하면 유기농 귤을 고르는 게 좋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가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으면 어느 정도 제거된다.
피부 미백효과 귤팩
수족냉증 개선 귤목욕
이런 귤의 효능을 간편하게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귤팩이 있다. 귤 1개와 밀가루 1큰술, 꿀 1작은술, 우유(또는 떠먹는 요구르트) 조금을 준비한다. 우선 귤의 껍질을 벗겨 믹서에 간 다음 나머지 재료를 넣어 고루 섞는다. 만든 팩을 얼굴에 펴 바르고 20분 정도 두었다가 미지근한 물로 세안한다(마지막에 헹굴 때는 찬물을 이용해 모공을 수축시킨다).
말린 귤껍질을 입욕제로 활용해도 좋다. 작은 주머니에 담아 목욕물에 넣으면 향이 좋고 수족냉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다른 귤 활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