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것’ 의혹 모락모락
폐쇄 선언 이전과 유사한 형태의 트위터 계정이 ‘소라넷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일요신문] 잊히는가 싶던 소라넷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로 불리던 소라넷이 최근 재오픈을 예고하는 공지를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소라넷은 사이트 폐쇄, 서버 압수와 운영자 추적 등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SNS 계정을 통해 사이트 소식을 알리는 이전과 유사한 운영 형태를 띠며 재오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도메인 주소가 차단된 소라넷은 지속적으로 주소를 바꾸며 운영해왔고 이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공지하는 수법을 사용해왔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경찰의 대대적 수사에 올해 6월 6일 공식적으로 폐쇄를 선언하며 트위터 계정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본인을 ‘소라넷 웹마스터’라 지칭하던 트위터 계정 운영자는 계정 삭제에 앞서 “서비스가 복구되거나 새로운 주소로 서비스할 예정이 없어 유사사이트 홍보에 현혹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렇게 공식 폐쇄 선언이 이뤄졌음에도 최근 유사한 형태의 트위터 계정이 ‘소라넷 부활’을 선언하며 몰카, 성폭력 등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사이트가 다시 열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부활을 선언한 트위터 계정은 기존 소라넷 계정과 상당 부분이 닮아있다. 이전과 같은 프로필 사진을 사용하고 있고 기존 아이디 뒤에 폐쇄를 알렸던 날짜인 ‘160606’을 붙여 운영 중이다. 새로운 소라넷 계정은 폐쇄 선언 직후인 6월 10일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새로운 사이트를 열 것을 암시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자신들이 소라넷의 공식 트위터임을 강조했고 9월 4일에는 “오픈 일정은 10월 중순”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의 발표에 많은 이들이 답글을 달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오픈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묻기도 했고 사이트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소라넷 이름을 내건 트위터 계정은 ‘10월 중순 오픈’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은 6월부터 곧 재오픈이 있을 듯한 뉘앙스를 풍겼지만 차일피일 그 날짜를 미루고 있었다. 이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는 “팔로어를 늘려 계정을 팔기 위한 사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그들은 팔로어 1만 명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오픈일을 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었다. 현재 해당 계정의 팔로어는 약 7000여 명으로 과거 40만 명에 가까운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팔로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에서는 문제의 계정이 기존 소라넷 운영자를 사칭하는 계정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소라넷 관련 수사를 지속해온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우리도 그 계정을 확인했고 사칭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과거 소라넷 운영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새로운 음란 사이트를 만들어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관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소라넷 재오픈 소식이 전해지자 소라넷 수사 진행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쏠렸다. 그간 SNS에서 개인 신상을 마구잡이로 공개하는 ‘OO패치’의 운영자가 줄줄이 검거돼 여전히 도주 중인 소라넷 운영자와 비교됐다. 이어 ‘피해자가 남성 위주인 OO패치는 잡고 여성 위주인 소라넷은 안 잡는다’ ‘경찰이 소라넷 운영자를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고 있다’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소라넷 운영자가 권력층과 연결돼 있다’는 루머가 나오기도 했고 ‘운영자가 검거되고 이용자 리스트가 공개되면 일어날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국내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장은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사회 지도층은 아니더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면 경찰에서는 그런 수사를 잘 안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보통 이런 사안에서는 공안 측면에서 수사를 지속해야 되는지 판단을 한다. 웬만하면 안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이 같은 루머나 의혹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며 “지난 17년간 운영자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노력한 끝에 이제 검거가 가까운 상황이다. 경찰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진행되고 있는 수사 사항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명문대 출신 부부로 알려진 소라넷 운영진은 인도네시아, 호주, 미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의 영주권을 취득했고 지난 6월 동남아 일대에서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OO패치’ 운영자와 비교해 수시 진행이 느린 것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소라넷 운영진이 그들처럼 국내에 있었다면 벌써 검거가 됐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있어서 현지 사법 당국과 공조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운영자 검거뿐만 아니라 사이트 내 일부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수사 진행과 관련해선 “해외에 있는 서버를 그 국가가 압수한 상태다. 서버가 국내에 들어오면 분석 과정도 거쳐야 하는데 받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소라넷 수사를 촉구했고 이에 강 전 청장은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진 의원은 이후에도 소라넷 폐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진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꾸준히 보고받고 있다. 현재 소라넷 운영자가 도주 중인 나라가 우리와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진 의원은 운영진 검거가 꼭 이뤄져야 하고 이른바 ‘헤비 유저’로 불리는 주요 이용자에 대한 사법처리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수사 열기 식으면 어쩌나’ 경찰청장 교체로 우려 목소리 17년간 ‘음란물 포털 사이트’로 유명세를 떨치며 운영되던 소라넷의 서버가 폐쇄되고 운영자가 도주하는 상황까지 온 데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하반기 소라넷으로부터 시작된 워터파크 몰카 사건 등으로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각계각층에서 소라넷 수사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강 전 청장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소라넷 소탕 작전’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하며 소라넷 수사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전담팀까지 만들어가며 열을 올리던 청장이 물러나 수사에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소라넷 수사는 강 전 청장의 특별 지시가 있기 전부터 꾸준히 이뤄져 왔다”며 “이전부터 수사를 하던 인원에게 ‘전담팀’이라는 이름만 붙여진 것이기 때문에 청장님이 바뀐다고 해서 수사를 그만두거나 달라지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