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꼬리 물어도, 관리기관 보훈처는 ‘나 몰라라’
국세청은 지난 5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상이군경회 2012 회계연도 법인세 정기조사를 실시했다. 탈세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은 지난 7월 16일 상이군경회의 미납 세금과 이자를 추징했다. 상이군경회와 같은 국가보훈처 소속 보훈단체는 유공자 예우의 일환으로 정부와 수익 사업에 대해 수의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이 사업은 법적으로 직접 운영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상이군경회는 최근 하청이나 임대 등 제3자에게 위탁한 뒤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불법적인 사업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받아 탈세까지 적발된 것.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가 정기조사라 밝혔으나 일부 상이군경회원들은 국세청이 상이군경회 눈치를 보느라 수시조사를 정기조사로 돌렸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상이군경회의 탈세 행위 감사를 요구했던 상이군경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은 “해당 세무조사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제보에 의한 수시조사다. 특별세무조사인 데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정기조사로 진행한 건 최대한 문제 없도록 보이게 하려는 김덕남 회장의 로비 탓”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세무조사인 수시조사는 정기조사에 비해 조사 강도가 세기로 악명이 높다.
비대위는 그 근거로 자신들의 민원 제기 시기와 세무조사 시기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지난 2월 22일 국세청에 상이군경회 탈세 민원을 제기한 비대위는 지난 7월 16일 국세청의 탈세 사실 확인 및 과세 완료 통지를 받았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민원이 제기된 날짜와 국세청의 과세 완료 통지 사이에 이뤄졌다. 비대위는 “국세청이 우리 민원을 받은 시기가 2월이고 세무조사는 5월과 6월에 이뤄졌으며 7월에 상이군경회가 세금을 두드려 맞았다. 시기 자체가 딱 들어 맞는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런 비대위의 반응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배경이나 이유는 공개가 불가능하며 무작위로 선정된다. 민원과의 관련성 역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상이군경회의 추징 세액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진행해 탈세 사실을 확인하고 세금을 추징했다. 조사 내용은 상이군경회의 영업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를 포함하며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하려고 제출한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비대위에 보낸 탈세제보 처리 결과 통지.
국세청의 상이군경회 세무조사 자료 비공개는 2008년 서울행정법원이 내렸던 ‘정보비공개결정취소’ 판결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2006년 10월 상이군경회 내부 비리를 척결할 목적으로 모인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개혁참여연대(개혁참여연대)’는 상이군경회의 수익사업과 수익금, 집행 내역,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 회계정보를 공개하라 청구했지만 끝내 받지 못했다.
개혁참여연대는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상이군경회가 제출한 정보 중 수익사업 계약이나 수익금의 집행 내역 등은 영업 비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약 대상이 조달청, 방위사업청, 육군군수사 등 같은 국가기관이거나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등과 같은 공공단체다. 사기업과 같은 경쟁 입찰이 아니며 공개돼도 수익사업 운영에 차질이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없기에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개혁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국가보훈처 보훈단체 예산액(단위: 백만 원)
구 분 | 합 계 | 인건비 | 운영비 |
상이군경회 | 3,110 | 2,320 | 790 |
무공수훈자회 | 2,327 | 1,475 | 852 |
전몰군경유족회 | 2,223 | 1,471 | 752 |
광복회 | 2,210 | 1,058 | 1,152 |
전몰군경미망인회 | 1,883 | 1,131 | 752 |
특수임무유공자회 | 1,537 | 1,190 | 347 |
4․19혁명회 | 266 | 163 | 103 |
4․19혁명공로자회 | 220 | 143 | 77 |
4․19혁명희생자유족회 | 218 | 145 | 73 |
재의동지회 | 216 | 143 | 73 |
합 계 | 14,210 | 9,239 | 4,971 |
비대위 관계자는 “상이군경회 회원들의 내부 비리 제보가 끊이지 않았으나 국세청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며 “10만 명이 넘는 상이군경회원들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사업을 진행해서 회원의 삶을 나아지게 하지는 못할 망정 탈세를 저지르고 있어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 감사원과 국세청, 검찰은 하루 빨리 상이군경회가 제대로 된 조직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며 국가보훈처도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보훈단체 관리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 했다.
이와 관련 김형배 상이군경회 총장은 “세무조사는 5년마다 받았다. 2005년과 2011년에도 이미 진행한 바 있다. 특별세무조사는 어불성설이다. 해당 탈세 건은 이미 2012년에 문제돼 현재는 진행하지 않는 사업이다. 세무조사가 완료되면 해당 자료를 전체 공개해 떳떳하게 소명하겠다”며 “보훈단체는 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아니라 친목단체다. 우리는 김영란법에도 해당이 안 된다. 자료 공개를 계속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공개하고 안 하고는 우리가 정할 일이다. 우리도 사업과 영업에 비밀이 있다. 공개 여부를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돌아오는 국정감사에서 상이군경회의 비위 행위와 보훈단체 방만 운영을 지적할 예정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