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진 세리공주 “아이스우먼 억울해”

‘삼성’이란 로고를 버린 채 가벼운 차림으로 귀국길에 나선 박세리는 훨씬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뒷머리를 살짝 감아 올린 웨이브 스타일도 그렇고 가벼운 화장으로 훨씬 생기가 돈 얼굴도,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질문에도 생글거리며 기자와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차가운 박세리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면 올해 26세. 나이를 묻는 질문에 “내년이면 벌써 스물 일곱이에요”라고 대답하는 말투에 섭섭함이 잔뜩 묻어났다. 그가 가장 억울해 하는 부분은 자신의 첫 인상으로 인해 남자들이 쉽게 접근해오지 못한다는 점.

“날 ‘아이스 우먼’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 TV 속 얼굴만을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데 상당히 억울해요. 나도 정 많고 수다 떨기 좋아하며 누구보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한가득인데 말이죠.”박세리가 털어놓는 단점 한 가지. 처음 만난 남자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것이다. 말 주변이 없고, 살갑게 말을 붙이지 못해 가뜩이나 이미지도 차가워 자신을 터프하게만 보는 것 같다고 하소연.

	▲ 15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박세리. 그녀는 자신을 차가운 여자로 보는 시선이 억울하다고 투정을 부 렸다. 이종현 기자

지난 연말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아쉬운 이별을 한 뒤로 철저히 홀로서기를 해왔던 박세리는 앞으로 자연스럽게 남자를 만나서 데이트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이다.

“나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을까요? 자신의 인생을 나한테 모두 맞춰 함께 다니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남자가 정말 있을까요? 아마도 그런 남자를 만나기가 힘들 것 같아요.”

박세리의 목표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 지금과 같은 성적대로라면 목표를 이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목표만 이룬다면 그 후엔 골프를 즐기면서 치고 싶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일은 수명을 단축시킬 것 같기 때문.

보디가드들의 철저한 경호를 받고 다니는 박세리한테는 어쩐지 보디가드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 스타라는 인상이다. 때론 보디가드보다 더 씩씩한 걸음걸이와 당당함으로 보호를 받을 만한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LPGA에 세운 위상만큼 세상 보는 시각 또한 넓고 만만해진 박세리에게 ‘결혼’ ‘남자’라는 화두는 여전히 신선한 자극을 줄 만한 아이템이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