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전 보닛교체? 감정인 “볼트 풀었다 조여”vs현대차 “조인 흔적만 있어 교체 아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경남 거제시에 사는 J 씨는 지난 2014년 7월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쏘나타 2.0(LF)’ 차량을 구입했다. J 씨는 “신차임에도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할 때마다 차내에 심한 악취가 풍겼다.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올 9월 중고차시장에 차량을 내놓았다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 감정가액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감정인으로부터 “보닛을 언제 갈았느냐. 도장 상태를 보니 벗겨져 있어 분명히 손을 댄 흔적이 있다. 이를 모르고 차량을 인도받았다면 현대차에 알려 보상조치를 받아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J 씨는 “차량은 2년 동안 1만 4000㎞가량 주행했지만 경미한 접촉사고를 포함해 어떠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사소한 정비조차 받지 않은 차량이다. 차량기록이 이를 증명한다”며 “차량을 판매한 현대차 영업사원은 모르는 일이니 고객센터에 가서 항의하라는 입장뿐이었다. 복수의 현대차 지정 정비소는 보닛을 여닫는 부위 볼트를 완전히 풀었다가 조인 흔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비사들은 보닛을 교체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AS 담당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볼트를 조인 흔적은 있었고 해당 부위에 칠이 벗겨진 부분도 확인했다”면서도 “하지만 차량 인도과정에서 해당 차량의 보닛을 교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다. J 씨에게 칠이 벗겨진 부분의 도장을 확실히 해 주겠다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J 씨는 “보닛을 교체하지 않고 차를 팔았다면 당시 출고증을 첨부하고 수리 흔적이 없다는 차임을 증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현대차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악취가 나고 보닛에 문제 있는 사고차를 나는 신차 가격에 산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에게 인도 전 보닛을 교환했음에도 신차로 팔았다면 명백한 사기 판매다.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따르면 시간이 흘렀어도 계약은 원천 무효로, 환불이나 교환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는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한 차량하자 포함)에는 교환이나 구입가환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J 씨가 차량을 운행한 지 2년이 돼 차와 관련해 수리를 한 적이 있을 수 있다”며 “J 씨의 차량을 확인한 당사 관계자는 보닛과 연결된 볼트를 푼 흔적은 찾을 수 없고 조인 흔적만 있었다고 보고했다. 상식적으로 볼트를 푼 흔적이 없다면 보닛을 교체하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고 해명했다.
J 씨 쏘나타 2.0 차량 보닛 내부 볼트 주변에 칠이 벗져져 있다. 사진=J 씨 제공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2005년 경기도 성남의 현대차 한 직영점에서 ‘투싼’ 차량을 구매한 Y 씨는 2007년 정비과정에서 보닛이 교체됐다는 정비사의 말을 듣고 강하게 항의했다. Y 씨는 교체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Y 씨의 이런 사연은 공중파 TV에서 방송됐다.
당시 최 아무개 현대차 이사(현재 상무)는 직접 출연해 “차량 인도 과정을 조사해 보았으나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이사는 해당 차량이 판매과정에서 공장을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소비자연맹이 Y 씨 차량 인도 과정을 확인해보니 중간에 공장과 함께 복수의 영업장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소비자연맹은 Y 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현대차 영업사원을 사기판매 혐의로 고발했고 영업사원은 300만 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이라며 지금까지 Y 씨에게 교환이나 환불 등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
이정주 회장은 “현대차 임원이 방송에서도 사실 관계와 전혀 다른 진술을 했다”며 “자동차 회사의 전산을 통해서는 증거를 찾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조직적으로 소비자에게 기만 판매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Y 씨 사례는 이미 10년 가까이 된 일이다. 당사는 당시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J 씨 사례와 연관시키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현대차에서 25년 재직해온 부장이 현대차가 미국에서 제작 결함을 확인해 리콜을 실시한 차종에 대해 국내에선 실시하지 않아 국내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K 부장은 “미국에서 지난해 9월 ‘YF 쏘나타’ 엔진소음 및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지만 한국 동일 차종에 대한 리콜은 없었다. 차종에 장착된 세타 엔진은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와 국내 화성·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대차가 지난 4월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아반떼’와 같은 에어백 제어 유닛(ACU)이 탑재된 ‘i30(FD)’ 차종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리콜 담당기관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로, 국내 생산제품과 무관한 사안이어서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제보자는 직원이 맞다. 하지만 리콜 담당부서에서는 6~7개월만 근무했다”며 “그가 리콜 부서 근무 당시 상황과 부서를 옮긴 후 후속조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