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바로 우리 얘기야!
한국 선수들이 속해 있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포스트시즌 전망이다. 9월 23일(한국시간)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 놓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가장 확실한 포스트시즌 ‘티켓’ 소유자다. 재활에서 복귀만 한다면 그의 ‘가을야구’는 기대를 걸어보기에 충분하다. 내셔널리그에서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와일드카드 진출을 놓고 혼전을 거듭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은 시즌 끝날 때까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 토론토, 디트로이트와 와일드카드 진출을 다투는 볼티모어의 김현수도 시즌 끝날 때까지 미래를 알 수 없는 분위기. 이대호가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와일드카드 티켓을 향해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 조금은 힘이 달리는 양상. 강정호가 뛰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거머쥐려면 4.5게임을 더 뛰어넘어야만 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위기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현실을 알아봤다.
왼 팔목 골절 수술 후 재활 중인 추신수가 포스트시즌 출전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오클랜드 원정에 함께 갔다가 일요일 애리조나 피닉스로 혼자 이동할 예정이다.”
왼 팔목 골절 수술로 재활 훈련을 소화했던 추신수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4일(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 합류한 추신수가 원정에서 팀 훈련을 이어가다 26일인 일요일 애리조나로 재활 장소를 옮긴다는 내용이다. 추신수가 애리조나를 찾는 이유는 팀 교육리그에서 진행하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함이다. 즉 포스트시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추신수에게 실전 경기가 필요했고, 이미 마이너리그가 종료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애리조나밖에 없었다. 가급적 많은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보고 때리며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하는 추신수는 애리조나에서 딱 3일만 경기에 나설 예정.
“이후에는 텍사스 홈에서 펼쳐지는 탬파베이와의 시즌 마지막 시리즈에 합류할 것이고, 재활 경기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탬파베이와의 3연전 중 1차전부터 선발 출전할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3연전 중 마지막 경기 출전이 목표이다.”
추신수는 8월 16일 오클랜드전에서 상대투수 로스 뎃와일러의 투구에 왼쪽 손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18일 수술대에 오를 때만 해도 사실상 시즌 아웃이 예상됐을 정도다. 그러나 추신수는 포스트시즌 출전 의지를 꺾지 않았고, 힘든 재활 훈련에 매진한 결과 엄청난 회복세를 나타내며 복귀 시기를 앞당겼다. 만약 그의 바람대로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에 나갈 수 있다면 10월 7일부터 시작되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뛰는 추신수를 볼 가능성이 크다.
“프로 데뷔 후 내가 속한 팀들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도, 일본의 한신도 그렇다. 세인트루이스에서도 그 운이 이어지길 바란다.”
오승환 얘기다. 내셔널리그에선 와일드카드를 놓고 세인트루이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은 오승환을 세인트루이스의 ‘키 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불안한 선발진보다 오히려 불펜, 그중에서도 마무리 투수가 가장 믿음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허벅지 안쪽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던 오승환은 지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완벽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3연패에 빠졌던 세인트루이스는 원정 3차전 8회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고 그는 8일만의 경기 등판에서 2이닝 동안 24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4차전에서도 오승환은 9회 등판했다. 전날 부상에서 돌아와 2이닝을 소화했다는 걸 잘 아는 매시니 감독도 팀을 위해선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기 전 “괜찮냐”고 몸 상태를 물었다고 한다. 언제나 등판이 준비돼 있는 오승환은 당연히 “네”라고 답했고, 매시니 감독은 더 이상의 질문 없이 오승환을 마무리로 세웠다. 결국 오승환은 이날 경기에서 1이닝 1탈삼진을 올릭며 18세이브를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1.79로 낮췄다.
가을야구에 대한 오승환의 생각이 궁금했다.
“세인트루이스가 연패에 빠졌을 때는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연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선수들의 의지가 상당하다. 거의 매 시즌 ‘가을야구’를 해왔던 팀이라 시즌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양 팀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경기장을 꽉 들어찬 관중들의 열기에 살짝 긴장도 됐고,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기분을 잊지 않고 남은 경기를 준비하겠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자고 나면 뒤바뀌는 순위표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현재 볼티모어는 토론토, 디트로이트와 숨 막히는 와일드카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볼티모어는 23일까지 82승 71패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3위에 올라 있다. 2위 디트로이트와는 0.5게임 차, 1위 토론토와는 1게임 차라 남은 경기에 따라 언제든 순위 변동은 가능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28일부터 토론토와 3연전을,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는 뉴욕 양키스 3연전을 펼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두 강팀들이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해를 보낸 자신의 올 시즌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개막전에서 볼티모어 팬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고 시즌을 맞이했지만 실력과 성적을 통해 그 야유를 환호로 바꾸게 했던 그다. 팀 주전으로 뛸 수 없는 올 시즌 자체가 그한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게 분명했지만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선 남다른 기대를 부풀렸다.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시애틀 매리너스는 ‘가을야구’를 향해 진격 앞으로였다. 8연승을 내달리며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합에도 한층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러나 홈으로 돌아간 16일 휴스턴과의 경기에서부터 시애틀은 토론토전까지 2승4패를 기록했다. 당시 시애틀의 서비스 감독은 “8연승을 거둔 후 홈에서의 6연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휴스턴, 토론토 모두 강팀이고 우리가 상대하기 힘들어했던 팀들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우리의 목표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갈 것으로 믿는다.”
서비스 감독이 걱정한 대로 시애틀은 휴스턴을 만나 고전했고, 이어진 토론토와의 경기에서도 2연패 뒤 간신히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는 9월 들어 목 통증으로 고생했다. 이미 손바닥 부상으로 한 차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이대호는 왼쪽으로 목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참고 뛰다가 급기야 LA 에인절스와의 원정을 앞두고 한방병원을 찾아 부항을 뜨는 등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열심히 마사지를 받은 덕분에 통증이 완화되긴 했지만 이대호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이에 대해 이대호는 “시즌 막판 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두 가지의 병을 안고 뛰기 마련이다”면서 “심각한 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 뛰는 것이다. 스윙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계속 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호가 목 통증에도 꾹 참고 뛰려고 하는 데에는 팀의 ‘가을야구’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시애틀은 2001년 이후 14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올 시즌도 일찌감치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9월 들어 연승을 거듭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바람에 희망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원정 떠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와일드카드는 남의 팀 잔치라고만 생각했다. 팀의 8연승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기대를 부풀리게 됐다. 문제는 내 몸 상태다. 이제 정규시즌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어렵게 왔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억울하지 않겠나. 우리도 잘해서 가을야구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세인트루이스에 4게임이나 뒤져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남은 경기에서 이변이 일어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상대할 팀들의 전적을 살펴보면 희망을 부풀리기도 어렵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팀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팀인 시카고 컵스와의 3연전,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전력이 막강한 팀들을 상대로 연승을 거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올 시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강정호로선 팀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시애틀 현지 기자들이 보는 이대호 거취 “무조건 잡아야” 올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대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규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시애틀 지역 신문에서 2016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이대호의 거취에 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었다. <더 뉴스 트리뷴>은 ‘시애틀 구단이 두 명의 1루수, 아담 린드와 이대호 중 어느 선수를 붙잡을까’란 내용에 시애틀이 아담 린드는 놓고 이대호와 재계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하는 시애틀은 올 시즌 내내 이대호와 아담 린드를 왼손과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마다 번갈아 기용했다. 그런데 구단에선 마이너리그에서 올린 댄 보겔백이 아담 린드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부풀리면서 내년 시즌 시애틀이 이대호와 보겔백 체제로 1루수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기자는 <더 뉴스 트리뷴>의 밥 듀튼 기자와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이 거론한 질문이 내년 시즌 이대호의 거취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다음은 밥 듀튼 기자가 밝힌 내용이다. “확실한 것은 시애틀이 보겔백의 가치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시카고 컵스에서 트레이드해온 것이다. 빅리그로 콜업된 후 보겔백이 보여준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도 팀에서 보겔백을 끌고 갈 의지가 있다면 아담 린드는 팀을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나이 어린 보겔백을 위해서라도 이대호는 팀에서 잡을 가능성이 높다. 보겔백한테만 시애틀 1루수를 맡긴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SPN 라디오 전담 리포터인 섀넌 드레이어는 이대호 재계약과 관련해 오랜 생각을 거듭하다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이대호의 재계약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이 루키(보겔백)에게 1루수 포지션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데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솔직히 지금은 이 질문에 알맞은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이대호는 굉장히 좋은 오른손 타자임이 분명하다.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시애틀이 내년 시즌부턴 플래툰 시스템을 올 시즌보다 적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만약 시애틀이 좋은 오른손 타자를 영입하지 못한다면 구단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이대호를 잡아야만 할 것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