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곡창 위에 부는 거센 산업화 바람 ‘우려’
껀터의 카이롱 수상시장 풍경. 베트남에서 가장 큰 수상시장이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메콩델타의 ‘허브’ 껀터로 갑니다. 이곳으로 가는 밴에 총 10명이 탔습니다. 투어로 가는 것이 저렴하여 호찌민에서 예약을 했습니다. 파리에서 온 직장여성 2명, 런던에서 온 30대 여성 2명, 베를린에서 온 아버지와 아들, 중국계 가족 3명, 양곤에서 온 한국인 1명. 제각기 여행의 목적은 다르지만 껀터로 갑니다.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중국어가 좁은 차량에 넘칩니다. 각자 자기 나라의 가족과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갑니다. 휴대폰도 한국산, 일본산, 중국산 등 다양합니다.
식사 때는 모두 영어가 공용어가 됩니다. 저는 때로 번역기를 통해 독일 청년과 대화를 하며 갑니다. 이름이 슈미트인 이 청년은 인도차이나 여행은 처음입니다. 대학을 가기 전 아빠와 긴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인도차이나에는 유럽 여행객이 많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 시절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여행기간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떤 직장에서 일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합니다. 듣고보면 가능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해서 회사가 잘될지는 의문입니다.
메콩 삼각주에서는 수상가옥에서 물고기를 키운다. 집 아래로 그물이 내려져 있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껀터로 가기 위해선 메콩 삼각주의 도시들 미토(My Tho), 빈롱(Vinh Long), 벤쩨(Ben Tre)를 거치며 2개의 크고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미토는 메콩델타의 관문인 도시입니다. 빈롱은 가두리 양식장이 많은 마을입니다. 벤쩨는 코코넛 등 열대과일이 풍성하게 생산되는 제법 큰 도시입니다. 메콩강 하류는 수위조절이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우기 때 강물이 늘어나면 캄보디아 내륙에 있는 똔레쌉(Tonle Sap) 호수로 강물이 역류해 흐르기 때문입니다. 메콩강은 5개 나라를 관통하지만 그 풍요는 베트남만 누리는 듯합니다. 비옥한 곡창지대가 형성된 천혜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점령시절, 프랑스 농장 플랜테이션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은 캄보디아인들이 살았지만 부지런한 베트남인들을 이주시키면서 나중에 주인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껀터시는 3가지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메콩델타에서 양식한 물고기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수산물 가공공장이 많이 보입니다. 일본이 공장건물 등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한국은 치어생산, 사료개발, 양식방법을 공동으로 연구했습니다. 다음은 까이랑(Cai Rang) 수상시장이 유명합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가장 큰 시장이어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새벽 4시부터 활기를 띱니다. 쌀과 채소들, 과일과 생선들과 특산물이 거래되는 도매시장인 셈입니다. 작은 배들은 소매상들입니다. 바싹강(Bassac River)을 따라서 만들어진 도시인지라 배를 타고 강을 따라가면 수상시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밤에는 강변에 있는 하이바쯩(Hai Ba Trung)에서 야시장이 불을 밝힙니다. 갖가지 의류와 잡화들을 팝니다. 마지막으로 ‘미인’들이 유명하다고 자랑합니다. 중국 명나라 시절 막부, 즉 ‘장군의 가문들’이 청나라의 굴욕을 피해 이곳으로 오며 이 도시는 번창했습니다. 그 자랑은 이런 역사의 뒤안길에서 생긴 속설로 웃어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낚시를 하는 메콩강 처녀들에게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베트남의 보물 메콩 삼각주. 여기를 놓고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인도차이나 전쟁, 베트남 전쟁. 지금까지는 자연환경을 잘 활용해 농산물, 수산물, 열대과일의 생산기지로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의류, 신발 등 산업공단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또 사료, 어묵 등을 만들기 위해 일부 회사들이 새끼고기들까지 사그리 잡아들이는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참 걱정스런 일입니다.
‘메콩델타의 수도’ 껀터를 떠나며 ‘행복한 나라’ 부탄의 헌법을 생각합니다. 헌법 제1조 1항. 국토의 60%는 산림으로 유지한다. 자유와 민주, 번영도 아닌 이 낯선 조항.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잘 활용해 나갈 때 국민의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