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출가 서영석 제공
연극 줄거리는 세계적 조각가 로댕과 그의 연인이자 천재적 조각가였던 까미유 끌로델의 세기말적 광적인 사랑의 이야기다.조각 예술가가 되겠다는 집념으로 파리로 이사를 온 까미유..., 하지만 당시에 파리에는 여자 조각가를 위한 어떤 학교도 아카데미도 없었다.
조각에 열망으로 로댕의 제의로 그에게 조각을 배우던 까미유는 로댕의 조각에 대한 열정과 집념, 천재적 재능에 현혹되어 연인관계로 발전된다. 하지만 로댕은 여자에 있어서만은 하나의 유희꺼리로 치부해 버린다. 로댕의 예술적 태동에는 수많은 여자 중 유독 세 명의 여자가 드러난다.
그를 조각가의 길로 인도해준 친누이 마리아와 40여 년 로댕을 위해 희생했던, 결국 로댕과 결혼을 하는 로즈, 그리고 예술적 동반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이 있다. 그만을 바라보는 까미유는 로즈와 모델, 거리의 여자들과 난잡한 관계를 지속하는 로댕에게 혐오와 질투를 느끼고 그와의 결별을 선언한다.
무대에서는 까미유 끌로 델 역, 정현아, 문현영(더블)의 엄청난 에너지와 관객들의 뇌를 타격하는 폭발적인 대사들과 로댕 역, 이창호, 이진영(더블)의 중후하면서도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의 앙상블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까미유 끌로 델’, 그녀는 로댕의 연인으로 유명하지만, 실제 세계적 거장인 로댕의 조수이자, 연인으로 그의 그늘에 가려졌을 뿐이지 그녀 또한 천재적 조각예술가였다.
자연과 벗 삼아 뛰놀던 유년기를 지나 세상에 눈을 뜨며 스스로 조각에 심취하여 반대하는 어머니와 지원을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역시 문학 예술가였던 동생 뽈 끌로 델과 자연을 누렸다.딸의 조각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감지한 아버지의 덕택으로 예술의 도시 파리로 이사, 그녀의 조각 작업에 전념하게 되면서 로댕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녀의 천재성을 알아본 로댕은 그녀에게 자신과의 동반자적 작업을 권유하면서 그들의 사랑은 자연히 불이 붙는다.두 천재적 예술가들의 광기 어린 사랑은 서로에 상처를 입히며 파국으로 치 닿는다.
자신의 성공에 적극적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로라를 결코 저버릴 수 없는 로댕, 그녀와의 대립에서 오는 까미유 끌로 델의 질투,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로댕의 흔적들이, 그들의 사랑과 조각 작업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잔잔한 물결처럼, 때로는 거대한 파도와 폭풍처럼 극을 이끌어 간다.
로댕에게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자리매김에 헌신했던 여인, 로즈와 까미유 끌로 델 사이에서 고민하는 로댕, 자신만의 남자가 되어 주길 바라는 까미유 끌로 델의 심리가 극의 중심이 된다. 불꽃처럼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 많은 나이 차이를 예술 작업으로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까미유 끌로 델의 안타까움이 작품에 절절히 묻어난다.
결국,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끝이 보이지 않는 예술 작업에 끌로 델 까미유는 서서히 무너진다. 믿었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로댕의 배신에 까미유 끌로델은 알코올 중독자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그녀의 파국은 제거하고 로댕과의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서영석(예술극단 판 대표)은 작품 연출에 앞서 대학로에서의 정통 극의 분발을 촉구한다. 너무 관객들의 가벼운 취향에만 아부하는 멜러물 일색의 공연풍토에서 연극계가 자성의 소리를 내야 한다고. 또 그는 ‘연극은 배우 예술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연에서, 특히 연극에서 배우는 모든 연기술과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문화시민의 관객층이 상당히 두꺼워졌고 수준 높은 정통 연극 예술에 목말라 하는 관객들도 확장 일로에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정통연극으로도 충분히 관객들과의 승부가 가능하리라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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