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 의원실 제공.
열영상장비는 적외선을 이용해 빛이 없는 곳에서도 사람과 물체의 위치와 동태를 볼 수 있는 장비로 경찰은 제주도‧울릉도‧독도‧가거도 등에 총 31대를 배치해 운영 중이며, 앞으로 20여대의 노후 장비를 교체할 예정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국민의당, 남원·임실·순창)이 발표한 열영상장비 관련 경찰청 제출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납품받은 10대의 이스라엘 장비가 환경적합성 및 전자기간섭 등의 시험규격이 당초 경찰청이 요구한 규격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사업시행 5년이 지나도록 이를 모른 채 계속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비들은 한 업체가 독점적으로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에 제출된 이 장비들의 시험성적서도 작성자와 인증자가 불분명하고, 시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엉터리 시험성적서였다. 해당 장비들은 열상카메라와 레이저거리측정기, 주간카메라 등 3가지 기구를 한 세트로 묶어서 동시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함에도 해당 시험성적서들은 이를 무시한 채 각각의 기구를 따로 검증했다. 심지어 기준 미달의 시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으나 경찰은 눈치 채지 못했다.
시험평가 또한 미국 국방규격을 인증하는 검증된 기관이 수행해야 하지만, 경찰이 받은 시험성적서는 제3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주간카메라’의 시제품이 나왔을 당시 작성된 연구 보고서다. 역시 작성자는 명시되지 않았다. 또 경찰의 검수보고서에 첨부된 시험성적서는 모두 경찰에 납품된 제품과 같은 장비의 시험성적서인지 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용호 의원은 “경찰은 지금껏 납품받은 TOD장비들이 자신들이 요구한 규격에 못 미치는 장비임은 물론, 시험성적서 자체가 짜깁기 된 엉터리 문서들의 조합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해당 장비의 전문가가 없는 경찰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앞으로도 40여억원을 들여 20여대의 장비를 더 추가 교체할 예정인 장기사업인데 경찰청에선 ‘경찰 내부에 전문가가 없어서 답변이 어렵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제안서 기술평가나 장비 검수 시에 국방 등의 해당분야 전문가를 활용하거나 조달청에 심사평가 및 검수를 의뢰해 허점을 보완하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